교계/교회

"비상계엄 이후 사태들...심판의 소리 처럼 다가와"

2025 그리스도인 일치기도주간 공동담화문 발표돼

2025 그리스도인 일치기도주간 공동담화문이 발표됐다. 매년 1월 18일부터 25일은 그리스도인 일치기도주간이다. 이 주간을 주관하고 있는 한국그리스도교신앙과직제협의회(이하 신앙과직제)는 지난 18일 '너는 이것을 믿느냐'라는 제목의 공동담화문을 발표했다.

신앙과직제는 "2025년 그리스도인 일치기도주간을 맞이한 우리는, 가슴이 너무나도 아프다"라며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학살, 그리고 12.3 비상계엄 이후 이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들. 너무나도 어려운 사회적, 경제적 상황은 마치 이제 우리 인류에게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심판의 소리처럼 다가온다"고 밝혔다.

이어 "도대체 평화를 위한 노력은, 정의를 위한 외침은 이토록 무기력한지 자조하게 된다"면서 "이런 우리에게 주님께서는 다시 질문하신다. "너는 이것을 믿느냐?""라고 전했다. 아래는 공동담화문 전문.

2025년 그리스도인 일치기도주간 공동담화문

"너는 이것을 믿느냐"
(요한복음서 11:26)

+평화의 인사를 드립니다.

그리스도인 일치기도주간을 맞아 다양한 전통과 신앙을 고백하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이미 맺고 있는 친교를 드러내고 그리스도의 뜻인 완전한 일치라는 지향으로 함께 기도하고 있습니다.

2025년 그리스도인 일치기도주간 자료집은 이탈리아 북부의 보세 수도공동체의 남녀 수도자들이 준비하였습니다. 올해는 최초의 보편 신앙고백이 완성된 지 1,700년이 되는 해입니다. 서기 325년, 콘스탄티노폴리스 인근의 니케아라는 작은 도시에서 열린 공의회에 318명의 교부들이 모여서 머리를 맞댄 결과, 니케아 신경이 만들어졌습니다.

주님이 승천하신 후 300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그리스도교는 예루살렘과 소아시아를 넘어 전 로마 제국에 전파되었습니다. 긴 시간 동안 그리스도인들은 부활의 희망을 안고 모진 박해를 견뎌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국교로 공인된 후에는 그동안 보이지 않던 문제가 드러났습니다. 그 시대의 다양한 문화와 정치적 맥락 안에서 같은 신앙을 공유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서로를 자매와 형제로 인식하고, 서로의 다양성을 존중함으로 그리스도의 지체로 계속 남아있기 위해서 이 어려움은 반드시 극복되어야만 했습니다.

니케아 신경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저희는 (...) 믿습니다." '나'의 '믿음'과 '당신'의 '믿음'이 동일하다는 의미입니다. 이 믿음의 핵심은 우리 모두 삼위일체께 속해 있다는 것입니다. 이 믿음은 오늘에도 동일합니다. 1,700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지금의 우리는, 당시보다 더 다양하고 복잡한 문화와 정치적 맥락 안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더 많은 난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습니다. 따라서 그리스도인들이 관심을 갖고 답하고 실천해야 할 것들도 더 많아졌습니다. 세상의 많은 그리스도인들은 오늘도 니케아 신경이 정립한 신앙고백의 기초 위에서, 창조 세계의 보전과 생명의 충만함을 위해 일합니다. 세상의 평화와 정의를 위해서 열심히 분투하고 있습니다.

요한이 전한 복음에는 라자로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라자로가 크게 앓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신 예수님은 그 병은 "죽을 병이 아니다."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나 라자로는 죽었고, 예수님께서 그의 집에 도착하셨을 때는 이미 나흘이나 지난 후였습니다. 마르타는 "주님께서 여기에 계셨더라면 제 오빠는 죽지 않았을 것입니다."라고 말합니다. 늦게 도착하신 주님께 대한 실망과 비난의 의미도 담겼을지도 모를 이 말은, 어려운 세상을 살아가는 비통함과 비슷합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마르타를, 우리를 더 깊은 곳으로 인도하십니다. 마지막 날의 부활만이 아니라, 그 시대와 그 장소에서 일어날 커다란 변화에 대해서 말씀하십니다.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나를 믿는 사람은 죽더라도 살겠고 또 살아서 믿는 사람은 영원히 죽지 않을 것이다."(요 11:25-26) 예수님은 다시 마르타에게 질문하십니다. "너는 이것을 믿느냐?"

주님께서 질문하십니다. "너는 이것을 믿느냐?" 이제 우리가 답할 차례입니다. 아니라고 답하시겠습니까? 아니면 "저희는 믿습니다!" "저는 믿습니다!"라고 답하시겠습니까?

2025년 그리스도인 일치기도주간을 맞이한 우리는, 가슴이 너무나도 아픕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학살, 그리고 12.3 비상계엄 이후 이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들. 너무나도 어려운 사회적, 경제적 상황은 마치 이제 우리 인류에게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심판의 소리처럼 다가옵니다. 도대체 평화를 위한 노력은, 정의를 위한 외침은 이토록 무기력한지 자조하게 됩니다. 이런 우리에게 주님께서는 다시 질문하십니다. "너는 이것을 믿느냐?" 1,700년 전의 그리스도인들이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슬픔을 감내해야 했을지 다시 생각합니다. 마르타가 이런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의심과 고통의 시간을 보냈을지 다시 생각합니다. 우리는 어떻게 주님께 답해야 할까요?

"네가 이것을 믿느냐?"
"그렇습니다, 주님. 주님은 부활이요, 생명이시니, 우리도 거듭거듭, 주님의 복음을 선포하겠습니다. 주님의 정의를, 주님의 평화를, 주님께서 생명 되심을!"

1,700년의 시공간을 초월해 2025년 믿음의 공동 유산에 초대받은 그리스도인 일치기도주간을 통해 켜켜이 쌓아온 우리의 하나 된 믿음과 실천이 혼동과 갈라짐의 시대 속에서 평화와 생명의 길을 여는 기적이 되길 간절히 기도합니다.

2025년 1월 18일

한국천주교회 이용훈 의장주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김종생 총무
한국정교회 암브로시오스 대주교
대한예수교장로회 김영걸 총회장
기독교대한감리회 김정석 감독회장
한국기독교장로회 박상규 총회장
한국구세군군국 김병윤 사령관
대한성공회 박동신 의장주교
기독교대한복음교회 윤창섭 총회장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우시홍 총회장
기독교한국루터회 김은섭 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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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한 편집인 jhkim@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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