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어떤 정당이 무슨 정책들을 추구하는지도 살피지 않고 특정 정당을 무조건 지지하는 일은 "무모한 일"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강남대 윤석민 교수(실천신학)가 최근 발표한 논문에서 "만일 기독교인이 자신이 보수이기 때문에 특정한 정당을 지지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또는 자신은 진보이기 때문에 또 다른 정당을 지지하고 있다면, 이것 또한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고 물으며 이 같이 밝혔다.
윤 교수는 「신학실천」 최근호에 발표한 논문 '한국의 극우 기독교 세력에 관한 고찰'에서 "한국정치에서 보수정당과 진보정당은 서로 추구해야 할 가치와 토론, 그리고 타협의 문화보다는 서로를 향해서 헐뜯는 말로 비판을 해 왔다"고 꼬집었다.
윤 교수는 김영식의 말을 빌려 "한국의 우파-좌파의 대립적 상황에서는 이들(좌파-우파)의 본래의 사상과는 다르게 감정적 편견이 실린 정치적 논쟁으로 변질됐다는 것"을 지적했다. 보수와 진보의 개념이 처음 사용되었던 프랑스에서는 보수를 '질서의 당'으로 보았고 반대인 진보를 '운동당'으로 보았다.
또 한국의 정치적 상황이 감정적 편견 때문인지 더욱 복잡하게 흘러가고 있는 양상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윤 교수는 "독단적 교리에 사로잡힌 진보주의자들은 그들의 노선에서 벗어나면 '타협'으로 본다"며 "그래서 노선에서 벗어난 사람을 보수화 또는 우경화가 되었다고 부른다. 그리고 한국에는 강남좌파도 있다. 이들의 사상은 진보적인 생각인데 생활은 강남권의 생활 수준을 누리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한국의 진보가 참된 진보가 아니고 보수는 수구세력이기 때문에, 수구세력을 제거하고 한국의 진보 성향의 정당이 한국의 보수정당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리고 이러한 비난을 피하고자 자신들을 개혁적 보수 혹은 합리적 보수라고 지칭하는 세력도 생겼다. 한국의 정치적 노선들이 이렇게 복잡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교회가 특정 정당을 무조건 지지하는 것은 "무모한 일"이라며 "보수주의 입장에서 진보주의자들을 좌경 세력으로 매도하는 일도 잘못된 일이다. 보수주의자는 법적안정성을 존중하며서 장기간 누적되어 사회적 모순을 점진적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윤 교수는 전했다.
교회가 특정 정당이 아닌 정책을 지지해야 한다고 주장한 그는 이어 교회는 어떤 정책들을 지지해야 하는지를 살펴봤다. 윤 교수는 "신명기의 이 성서구절들을 보면 그 당시 이스라엘은 가난한 자, 고아와 과부처럼 그 누군가의 돌봄을 받을 수 없는 자, 나그네와 같은 삶을 살고 있는 외국인들을 위한 디아코니아적 공동체를 추구하였다"며 "그렇다면 한국교회가 어떤 정당이나 정책을 지지한다면 성서가 말하는 이러한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어야 하지 않는가?"라고 했다.
또 차별과 배제의 정책을 지지하면 안된다는 입장을 강조한 그는 "바울은 율법주의를 사용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을 배제함으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구축하는 것으로 보았다"며 "구한말에 양반과 쌍놈의 계급을 타파한 공동체가 바로 한국교회였다. 한국교회는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가 아직도 존경받는 이유를 알지 못하는가?"라고 물었다.
마지막으로 윤 교수는 두려움이라는 정서가 극우세력이라는 버섯이 자라나게 된 풍토가 되었음을 확인하며 "교회가 추구해야 할 것은 특정 정당이 아닌 성서이다"라고 했으며 "한국의 극우세력에서 일부 대형교회들이 그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기에 결국 한국교회 스스로가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국교회 자체 정화 작용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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