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억압과 저항의 기억, 그리고 치유와 화해"

지난 18일,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주관으로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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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 4단계 BK21 어깨동무사업(팀장 임성욱 교수)이 주최하는 '한국 현대사와 제주 4.3: 억압과 저항의 기억, 그리고 치유와 화해' 특별 세미나가 지난 18일 연세대 연합신학원에서 개최됐다.

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 4단계 BK21 어깨동무사업(팀장 임성욱 교수)이 주최하는 '한국 현대사와 제주 4.3: 억압과 저항의 기억, 그리고 치유와 화해' 특별 세미나가 지난 18일 연세대 연합신학원에서 개최됐다.

"종교, 역사와 지역사회를 다시 잇다: 폭력, 트라우마,(초)연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마련된 이번 세미나는, 제주4.3의 국가폭력과 트라우마 기억을 재현하는 의례적 실천과 애도의 정치를 연구해온 문화인류학자인 김성례 서강대 종교학과 명예교수가 강연자로 나섰고, 이 주제에 관심을 가진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과 일반인들이 참여했다.

강연자는 제주4.3의 역사적 배경과 더불어 국가에 의해 은폐되었던 잔혹한 학살의 실상을 알리기 위한 그간의 투쟁을 소개했다. 또한 국가의 간섭에도 불구하고 피해당사자와 유가족들이 종교인, 기자, 학자 등과의 연대 속에서 죽은 희생자 원혼들을 위로하고 트라우마를 치유하기 위해 고군분투해온 과정을 알렸다.

4.3유족들은 가족묘지와 애기무덤을 조성해 4.3으로 상실한 사회적 관계를 복원하고, 공식적 차원의 무속적 해원상생굿을 창안하여 죽은 자와 산 자가 생사의 경계를 넘어 참여하는 '작별의 공동체'를 회복하는 활동을 지속해왔다.

한편 강연자는 희생자와 유족들을 위해 남은 과제로서, 국가 폭력, 문화적 트라우마, 애도와 위령의 위계, 기억정치, 공동체의 "회복 정의(reparative justice)"의 문제에 대해 고민할 것을 제안했다. 특히 '4.3'에 대한 국가차원의 공적 기억과 4.3 피해 당사자 개인과 유가족의 기억 사이에 생긴 간극으로 인한 4.3 '희생자'의 정체성과 애도와 위령의 주체 문제를 제기했다.

이번 세미나는 학제간 경계를 넘는 국내외 학문적 성과를 아우르며, 구체적 실상에 대한 정확한 정보, 역사정치적 통찰, 남은 과제 등을 제시했다. 나아가 제주 4.3과 관련한 갈등과 대립을 극복하기 위한 화해의 노력에 있어, 무엇보다 희생자의 존엄성과 인권에 대한 존중과 예의, 유가족에 대한 진정성 있는 애정과 지속적인 헌신이 바탕 되어야 함을 알리는 뜻깊은 공감의 장이었다는 게 주최측의 설명이다.

세미나를 기획한 임성욱 교수는 "제주 4.3 사건은 한국 사회에서 역사적 트라우마가 어떻게 종교 공동체에 의해 치유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 사건은 개인의 상처를 치유하고 진정한 공동체성을 회복하는 과정을 통해, 현대인에게 깊은 의미를 전한다. 제주 4.3은 단순히 과거의 아픔을 되새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상처를 보듬고 치유하는 과정에서 공동체가 어떻게 회복할 수 있는지를 제시한다"며 "이러한 회복의 과정은 개인적인 치유를 넘어서, 사회 전체의 화해와 연대의 필요성을 강조한다"고 했다.

또 "이 사건은 기독교 공동체가 앞으로 어떻게 참회하는 마음으로 참여할 것인지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기독교는 역사적 불의를 인정하고,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는 진정한 치유의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세미나에 이어, 어깨동무 사업팀은 제주대 대학원 "제주4.3연구융합" 전공팀과의 공동주최로, 올해 6월30-7월 2일, 제주대에서 4.3현장워크숍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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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한 편집인 jhkim@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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