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십일조와 종교 권력의 상관관계 분석

김영호 교수, '이데올로기 해체 비평' 통해 십일조 본문 편집 의도 밝혀

성전 권력과 성전세의 상관관계를 질 들뢰즈의 '리좀(Rhizome)적 관걔망' 개념을 적용해 분석한 연구논문이 발표됐다. 성전세의 종류를 나열하고 신학적 의미를 부여하는데 집중한 기존 논문과 달리 이 논문은 성전세만을 심층적으로 연구했다는 데 의의를 갖는다.

「신학사상」 최신호에 '구약성서에 나타난 '성전세 모습과 사제 집단 이데올로기' 상관관계'라는 제목의 연구 논문을 발표한 김영호 교수(성공회대 대학원 신학과 석좌교수, 구약학)는 구약성서에 나타난 성전세의 일반적 의미를 "야훼와 이스라엘 백성 간의 관계, 공동체적 책임, 그리고 성전 유지를 위한 일종의 헌물로 속전(贖錢)과 성소 봉헌금을 말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이 성전서를 단순한 세금의 종류나 이에 따른 헌금 분류로 이해하는 것을 넘어 질 들뢰즈의 '리좀(Rhizome)적 관걔망' 개념을 적용해 '성전-성전세-제사장의 몫'의 관계를 분석해 성전세가 성전의 권력 유지를 위해 '모세의 기념세 → 계절세 → 십일조'로 변화하고 발전하는 과정을 추적했다.

또 성전 최고 권력의 주체 세력이 누구였으며, 그들이 '권력 획득 전'과 '획득 이후'에 자신들의 몫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를 분석해 성전세와 성전 권력의 관계가 다층적인 네트워크로 연결되었음을 규명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예루살렘 성전에서 세금 징수가 본격화되는 시점은 기원전 445년 '성벽의 완공'(느 6:15) 시기였다. '성벽의 완공'은 곧 성전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환유적"으로 표현한 것이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이 시기 예루살렘 사제 집단은 성전 권력 유지를 위해 자신들의 '성전세' 몫을 추가하고 자신들의 몫에 대한 '당위성' 성서 편집을 정교하게 작업했다"고 전하며 느헤미야서의 편집 흐름을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느헤미야서의 편집 흐름(pattern)은 에스라서의 '성전 완공 → 성전 제의(유월절)'의 서술보다 더 길게 '성벽 완성 → 성전 제의 → 성전세 → 성전 권력의 몫'으로 다듬어 사제 집단의 몫을 추가하여 그 정당성을 드러내고 있었다.

'성전세'의 발전 과정, 즉 변화 과정을 성전 완공 전후의 모습으로 살펴보기도 했다. 김 교수는 바빌론 포로 귀환 초기 성전세(안식일)→ 제2성전 완공 전후의 성전세(유월절, 무교절)→ 제2성전 완공 이후 성전세(맥추절, 수장절)→ 최종 원천 소득세(십일조) 등으로 성전세가 발전해 나갔다고 했다.

김 교수는 "성전이 완공된 이후 성전세 이데올로기 도식이 '안식일 제의-모세의 기념-계절 토지세-십일조'로 발전하여 정기적 징수, 계량화되었음"을 확인했으며 "이러한 정기적 수납과 별도로 제의에 대한 불규칙적 감사 예물에 대한 헌물(offering)을 서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2성전의 최종 권력을 잡은 레위 사제 집단이 성서 편집을 통해 제의의 재물뿐 아니라 십일조 규정을 만들고 자신의 몫을 챙겼다는 점도 지적했다.

김 교수는 "느헤미야 10장 32-39절의 성전 예배의 모습에서 삼분의 일 세겔의 성전세(32절)와 레위인의 성전에서의 역할(34절)을 강조하면서 토지에서 수확된 과실과 가축에 대한 제사장의 몫(36절)과 십일조의 십분의 일이 레위인 몫(38절)을 서술하고 있다"고 했으며 "이것은 '성전세-제사장 몫-십일조'의 구도를 만들어 십일조의 십분의 일이 레위인의 몫으로 추가하면서, 이들 통해 레위인은 십일조의 일부가 자신들의 몫으로 돌리는 이데올로기의 확장이다"라고 전했다.

김 교수는 논의를 종합하며 레위 사제 집단이 "성전 권력을 확립하기 위해 '성전-성전세-레위제사장의 몫'이라는 이데올로기 도식을 구축하고, 성전세의 개념을 '안식일 제의 헌물-모세의 기념세-계절 토지세-십일조'로 점차 확장시켜 나갔다"고 했으며 "이들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구약성서의 편집은 주로 느헤미야서, 역대기, 민수기와 레위기에 집중되었으며, 이는 이데올로기 해체 비평을 통해 명확히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끝으로 그는 아브라함이 멜기세덱에게 '십분의 일', 즉 십일조를 드렸다(창세기 14: 18-20)는 성서의 편집 의도에 대해 '이데올로기 해체 비평'을 통해 "구체적인 레위 사제 집단에 의해 후대에 편집되면서 성전세 이데올로기가 반영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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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한 편집인 jhkim@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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