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모리 신학대 테드 A. 스미스 교수가 강연하고 있다.
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의 4단계 BK21 초연결 시대의 미래 종교 교육연구팀(BK21팀·팀장 임성욱 교수)은 지난 27일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에서 미국 에모리대학교(Emory University) 신학대학원 부학장인 테드 A. 스미스 박사(Rev. Dr. Ted A. Smith)를 초청해 강연을 개최했다. 스미스 교수는 설교학, 윤리학, 실천신학과 정치신학의 교차점에서 신학교육의 미래를 모색하고 있는 세계적 석학으로, "진정성 이후 : 초연결시대의 자아After Authenticity: The Self in an Age of Hyperconnectivity"라는 주제로 현대 자아와 신학 교육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
이번 특별 강연은 현대 사회의 구조적 변화와 함께 진화한 자아의 형성과 그에 대한 신학적 응답을 통찰력 있게 조명했다. 스미스 교수는 자아의 이상이 근대의 '성실성sincerity'에서 20세기의 '진정성authenticity'을 거쳐, 오늘날 초연결 시대의 '판독성legibility'으로 이행하고 있음을 통찰하면서, 디지털 기술과 알고리즘의 영향으로 자아는 점점 더 '읽힐 수 있는' 존재로 재구성되고 있으며, 이는 개인의 자유와 진정성을 위협하는 새로운 감시 체제를 형성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교회가 '상호 불투명의 공동체'로서, 완전한 이해 없이도 서로를 환대하고 사랑하는 실천을 통해 이러한 시대적 압력에 신학적으로 응답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스미스 교수에 따르면, 서구 근대 초기에는 공적 자아와 사적 자아 간의 일치를 통해 사회적 신뢰를 확보하려는 자아 형식, 즉 진실함 혹은 성실성을 중요시했다면, 낭만주의와 1960~70년대 반문화 운동의 영향으로 개인은 내면의 순수한 자아 표현을 가장 중요한 이상으로 간주하며, 진정성을 추구하게 되었다. 한편, 스마트폰, SNS, 웨어러블 기기 등을 기반으로 한 초연결 사회는 우리가 누구인지, 어떻게 관계 맺는지를 전면적으로 재구성하고 있다. 우리의 삶은 항상 디지털로 기록·분석·재구성되며, 우리는 SNS 피드백 루프를 통해 자아를 브랜드화하고, '좋아요', 조회수, 알고리즘 최적화를 통해 자아를 큐레이션한다. 이는 진정성이 추구하던 "자기표현의 자유"를 표준화된 형식, 판독 가능한 자기 연출로 대체하며, 자유가 감시의 수단으로 변모하는 현상을 보여준다.
그는 이러한 시대를 위한 대안으로서 갖는 교회공동체의 잠재적 역할을 제시한다.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거나 "판독" 하지 않아도 사랑과 은총이 가능한 관계를 지향하며, 상대의 알 수 없음(opacity)을 두려워하지 않고 그것을 통해 더 깊은 관계의 열망을 품는 공동체로서, 교회는 디지털 시대의 감시와 상품화에 저항하는 신학적 실천의 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강연은 기술 사회 속 인간성과 정체성에 대한 철학적 신학적 성찰을 바탕으로, 한국사회의 초연결 현실에 대한 비판적 분석과 함께 자아상의 변화에 따른 신학교육의 재구성을 위한 중요한 통찰을 제시했다.
강연을 기획한 임성욱 교수는 "이번 강의는 초연결 사회의 위험성을 깊이 있게 다루었다"며 "초연결 시대에 교회가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철학적 신학적 성찰을 제시했다. 한국 교회와 사회가 초연결 사회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를 일깨워주는 매우 의미 있는 강의였다"고 평가했다.
스미스 교수는 현재 '전환기의 신학교육(Theological Education Between the Times)' 프로젝트의 디렉터로 활동하며 신학 교육의 의미를 재성찰하고 혁신적인 신학 커리큘럼을 개발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저서로는, 『신학교육의 미래The End of Theological Education』 (Eerdmans, 2023), 『기이한 존 브라운Weird John Brown』 (Stanford, 2015), 『새로운 방식들The New Measures』(Cambridge, 2007)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