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에큐메니칼 운동의 리더 이삼열 박사 회고록 출간을 축하하며..."

YMCA전국연맹유지재단 이사장 안재웅 목사 설교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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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안재웅 박사 제공)
▲안재웅 목사(한국YMCA전국연맹유지재단 이사장)가 설교를 전하고 있다.

이삼열 박사(대화문화아카데미 이사장)의 회고록 『에큐메니칼 카라반』 출판기념회가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지동에 소재한 한국기독교회관 2층 조에홀에서 열렸다. 한국기독교민주화운동(이사장 김영주 목사)이 주최한 이날 출판기념회에서는 안재웅 박사(한국YMCA전국연맹유지재단 이사장)가 설교를 전했다. 본지는 안 박사의 동의를 얻어 설교 전문을 싣는다.- 편집자주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며 사는 사람(로마서 12장 2절)

오늘 우리는 이 시대의 학자요, 에큐메니칼 운동의 리더요, 시민운동의 한 축을 이끌고 계시는 이삼열 박사의 회고록 <에큐메니칼 카라반> 출간을 축하하기 위해서 이렇게 모였습니다. 우리는 이삼열 박사의 믿음과 인품, 그리고 학식과 삶의 열정을 누고보다 잘 알기에 회고록 에 담겨진 내용이 얼마나 값진 것들인지를 확인하며 진심으로 축하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우리는 세계 3대 고백록으로 아우구스티누스(Aurelius Augustinus)의 <참회록>과 루소(Jean-Jacques Rousseau)와 톨스토이(Lev Tolstoi)의 <고백록>을 꼽고 있습니다. 어거스틴과 톨스토이는 신을 부정하다가 신에게로 돌아온 경우이고 루소는 칸트(Immanuel Kant)가 선언한대로 "신은 없다"라고 단언한 입장을 견지한 인물입니다. "신은 있다 혹은 없다"의 고백은 이들의 인성을 파악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따라서 한 사람이 스스로의 삶을 만천하에 숨김없이 털어 놓는 용기의 원천을 탐구해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먼저 어거스틴을 봅시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방탕한 생활을 했던 죄책감의 고백만이 아니라 그 과정 속에서 자아와 진리를 찾고자 했던 치열한 내적 투쟁의 기록이 바로 참회록입니다. 그는 말합니다. "주여, 너무 늦게 당신을 사랑했나이다."라고 고백한 부분은 그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전환점을 의미하는 구절이기도 합니다. 이 책은 우리에게 단지 종교적 영감을 주는 것을 넘어서 우리의 삶을 돌아보고 우리가 진정으로 사람답게 살아가고 있는지 물어보는 중요한 계기를 제공해 주고 있습니다.

다음은 루소입니다. 그는 고백록에서 "내가 한 것보다 더 나쁜 짓을 한 사람은 거의 없다."라고 털어 놓았습니다. 한 예로 루소는 다섯 명의 자녀를 고아원에 내다 버린 비정한 아버지였습니다. 당시 사람들이 언급하기를 꺼려했던 내밀한 성욕부터 신적(神的) 상태로 고양된 영혼에 이르기까지 인간 영혼의 모든 스펙트럼을 가감 없이 파헤친 책입니다. 일찌감치 사회의 모순과 억압을 간파한 루소는 "최초의 현대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루소는 "나와 같은 부류의 사람들에게 한 사람의 인간을 자연 그대로 진실하게 보여주고 싶다. 그 사람이란 바로 '나'다."라고 당당하게 피력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톨스토이입니다. 대문호였던 그는 젊은 시절 신에 대한 의문과 기존에 믿고 있던 생각들에 의심을 가지게 됩니다. 신심이 남달랐던 형의 죽음을 통해 과연 "신은 있기는 한 걸까? 라는 의심을 품게 됩니다. 인생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가? 를 생각하다가 51세 때 자살을 결심하게 됩니다. 하지만 자살을 서두르지 않고 인생의 고민을 파헤친 책이 바로 고백록 입니다. 그는 죽음과 허무, 그리고 신앙의 회복에 관한 영혼의 기록으로, 삶이란 학문과 예술, 쾌락 속에 있지 않고 노동과 사랑, 그리고 신앙 속에 있다는 고백을 남겼습니다. 그는 "신앙은 하나님과의 관계이며 종교는 인간 제도일 뿐"이란 깨달음에 이르게 됩니다.

이런 고백록과 다르게 많은 사람들은 회고록을 펴내고 있습니다. <에큐메니칼 카라반>의 저자 이삼열 박사의 회고록은 어떨까요? 자세한 내용은 2부 출판마당의 패널을 맡은 연사들이 잘 설명해 주실 것입니다.

오늘의 본문에서 보듯이 이 박사는 하나님의 선하심이 무엇인지를 분별하며 사는 분입니다. 하나님의 선하심을 아는 길은 "신심"이 두터워야 합니다. 그는 성직자의 집안에 맡 아들로 태어나 사무엘이란 이름을 얻게 됩니다. 어려서부터 이름값을 하려고 신실한 그리스도인답게 모범적인 삶을 살아 왔습니다. 신앙생활은 물론, 학창생활과 사회생활 어느 하나 소홀함이 없었습니다. 부모님이 바라던 목사가 되기 위해 신심을 더욱 확고하게 다지게 되었습니다. 어린 나이에 설교를 하는가 하면 헌금과 수행에 가까운 신앙생활을 이어 왔습니다. 마침내 한국교회의 평신도 지식인인 한완상 교수, 김창락 교수, 고 길희성 교수와 이삼열 교수가 중심이 되어 열린교회를 표방하는 "새길교회"라는 평신도교회를 세워 주일예배 설교를 돌아가며 맡는 새로운 모범을 보이기도 하였습니다.

이 박사는 하나님의 기뻐하심을 분별하며 사는 길은 오로지 모든 "관심"을 실력을 쌓는데 집중하게 됩니다. 우선 공부에 전념한 나머지 시골 출신이 서울사대부고에 입학하게 되었고 서울대에 진학하는가 하면 독일 괴팅겐대학에 유학함으로써 가족은 물론 하나님을 기쁘게 하였습니다. 그는 대학교수로, 한국철학회 회장으로, 유네스코 사무총장으로, 세계교회협의회(WCC) 중앙위원과 실행위원으로, 대화문화아카데미 이사장으로 관심의 폭이 넓고 깊습니다. 이 박사의 관심은 순수철학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철학에 전심전력함으로써 모범적인 삶을 살고 계십니다. 철학적 사유를 실천적 삶으로 승화시킨 본보기가 되어주신 분입니다. 이와 같은 관심은 그의 저서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이를테면 <정의로운 사회를 향하여>, <평화체제를 향하여>, <평화의 철학과 통일의 실천> 등 많은 저서의 관심이 이론과 실천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박사는 하나님의 완전하심을 본받고자 "성심"을 다해 소신을 지키며 덕을 세우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본성에는 "사랑"이 중심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 사랑의 실천을 독일에 파송된 한국인 광부들이 겪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인권상담소를 운영하였습니다. 또한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에서 유신독재 반대투쟁을 통한 민주화운동에 앞장섰습니다. 귀국해서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발표한 한국기독교 통일 평화 선언(88선언)의 선언문 작성위원으로 활약하였습니다. 그리고 기독교사회발전협회(기사발)를 통해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여러 기구들을 재정적으로 돕는 일을 해오고 있습니다. 한국의 민주화운동과 인권운동은 물론 평화통일 운동에 큰 몫을 해오고 있습니다.

이 박사는 이미 소년시대부터 "에큐메니칼 카라반"에 가담하여 학창시기와 청년 시대를 거처 장년시대와 노년기에 이르기까지 꾸준하게 "에큐메니칼 카라반"을 나름대로 이어오고 있습니다. 국내외 에큐메니칼 운동의 동지들과 마음을 모아 "에큐메니칼 신학의 내실화, 조직의 활성화, 윤동의 특성화, 윤리의 생활화, 참여의 보편화, 재정의 자립화와 인재의 저변화"를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이 박사는 평안북도 철산 출신으로 분단의 아픔을 지닌 채 살고 있습니다. 그의 일관된 관심은 분단극복이며 지구촌에 평화를 정착시키고 에코피스아시아 운동을 통한 생태위기를 극복하려는 의지를 연대의 망으로 묶어가고 있습니다. 이 박사는 회고록의 에필로그에서 다음과 같은 회고의 변을 적어 놓았습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지난 일을 돌아보며 반성의 기회를 얻는다는 것이 얼마나 삶에 중요한 의미를 주는가를 절실히 느꼈다. 그 과정을 통해서 나 자신의 주체(主体)를 반성하며 개조시킬 힘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단편적이나마 발견했다."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분별하며 사는 사람, 이삼열 회고록이 독자들에게 커다란 감동을 안겨 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삼열 박사님, 축하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안재웅
한국YMCA전국연맹유지재단 이사장
2025년 9월 30일

김진한 편집인 jhkim@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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