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문안교회 이상학 목사
이상학 목사(새문안교회 담임)가 최근 발행된 「기독교사상」 종교개혁 특집호에 실은 글에서 교회 성장주의의 한계를 짚어내는 동시에 대안을 제시해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목사는 이 글에서 특히 성장지향주의의 태동과 확대 과정을 집중적으로 살피면서 병적 현상인 교회 성장주의에 대한 올바른 진단과 처방을 내리려 애썼다.
그에 따르면 한국교회 성장주의의 두 축은 성결교회 부흥운동과 이용도, 이성봉의 신비주의 부흥운동이었다. 이 두 축을 통해 '교회부흥=신앙부흥=하나님 나라 확장'이라는 한국식 교회 성장주의 도그마가 태동하게 되었다는 게 이 목사의 설명이다.
이러한 성장주의는 기적에 가까운 경제성장을 가져다 준 산업화 시기와 맞물려 더욱 부채질 되었다. 이 목사는 "삶의 질과 복지 문제, 정신적·도덕적 가치의 쇠퇴, 극단적 개인주의와 물질만능주의, 생명경시 풍조 등 오늘날 21세기 한국 사회가 씨름하는 모든 문제의 시초가 경제성장 제일주의로부터 유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이 과정에서 교회는 경제성장과 맞물려 세계 교회의 역사상 유래 없는 부흥을 경험했다"고 전했다.
또 "모든 교회가 성장을 외치며 '규모(scale)의 신앙'을 신앙부흥이라 착각하며 교세를 늘리기에 혈안이 되었다. 이와 궤를 같이하여 물질적 풍요, 건강, 세속에서의 성공을 곧 하나님의 은총이라 여기는 기복신앙이 성도들의 마음에 뿌리를 내렸다"고 이 목사는 덧붙였다.
그러나 이 목사는 이러한 교회 성장 도그마가 오늘날 저상장 시대를 맞아 그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제대로 작동하지 않자 교회 정체성의 위기와 맞물려 세상의 규모의 논리를 앞세워 온 교회 성장주의를 반성하는 기류가 형성되었다고 분석했다.
교회 성장주의의 구체적 폐해로 이 목사는 교회의 세속화, 맘몬주의, 프로그램 중심의 목회 등의 왜곡된 현상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목사는 말씀의 종교로 불리는 개신교 목회자의 설교가 세속화되었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이 목사는 "하나님 자신과 그분의 나라를 소개하고 이를 위한 삶을 촉구하기보다는, 하나님의 은혜와 복을 강조하는 기복적 설교가 주를 이루게 된다"며 "하나님에게서 멀리 떠나 물질만능과 현세적 향락에 젖은 인간의 죄성을 드러내어 성찰과 회개를 촉구하는 설교보다는 현재의 삶을 지지하고 위로하며 격려하는 설교가 주를 이루게 된 것"이라고 했다.
이어 맘몬주의에 대해서는 "흔히 맘몬주의는 물질만능주의와 배금주의 그리고 물신숭배 풍조를 일컫는다.5 하지만 맘몬주의는 이보다 더욱 포괄적이고 깊은 개념이다. 경제지상주의라 볼 수 있다. 출석 성도 숫자의 확대와 재정 규모의 확대가 곧 성장이라고 보기에, 교회 운영의 원리가 사실 기업 경영의 원리와 별반 다를 바 없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거버넌스'라는 이름으로 권장되기도 한다"며 "교회 안에 들어온 맘몬주의의 현실은 차고 넘친다. 교단장 선거가 금권으로 치러지는 것은 이미 상식이 되어 버렸다. 교회를 사고파는 일도 종종 일어난다. 무인가 신학교를 세워 목사직을 사고팔기도 한다"고 했다.
프로그램 중심 목회의 한계에 대해서 소개했다. 이 목사는 "사역은 왕성하고 프로그램은 흥왕하지만 생명 현상은 일어나지 않는다. 비유하자면, 배에 연료는 열심히 때고 선원들은 갑판 위에서 열심히 움직이지만 정작 배는 앞으로 나가지 않는 것과 같다"며 "그래서 시간이 지나면 많은 프로그램에 식상한 성도들은 소진되고, 목회자의 영성은 바닥이 드러나고, 교회도 동력이 떨어지게 된다"고 했다.
교회 성장주의 폐해를 지적한 이 목사는 마지막으로 교회 성장주의를 극복하는 길로 잃어버린 "영성(spirituality) 회복'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교회가 어떤 프로그램이나 화려한 사역을 추구하려고 하기 전에 잃어버린 하나님을 되찾아야 한다"며 "교리나 이념이 아니라 생명 자체를 회복해야 한다. 이 잃어버린 하나님을 찾는 길이 바로 '영성'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영성은 하나님과의 친밀한 관계 그 자체이며, 그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과 길을 열어준다. 이것이 사실 예수의 길이었고, 사도들과 교부들의 길이었고, 중세 암흑시대에 잃어버렸던 하나님을 되찾으려고 시작된 종교개혁의 길이었다"며 "루터가 외친 "하나님을 하나님 되게 하라"는 구호는 결국 중세교회가 잃어버린 하나님에 대한 갈망이었다"고 그는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