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신학은 학문이 아니다"라는 주장의 위험성에 대하여

백석대 김진규 교수, 「신앙과 학문」 연구논문 발표...잘못된 계시관, 신학관, 학문관 지적

오늘날 한국 개신교회에서 이성과 신앙의 불균형에서 나오는 반지성주의는 인류의 정신 문화사를 견인해 온 과학, 인문학, 역사학, 철학 등의 학문에 인본주의 프레임을 씌우고 도매급으로 비난하는 분위기를 조장하고 있다.

항간에 제기되고 있는 "신학은 학문이 아니다"라는 주장도 이런 시류에 편승해 교회 현장에 맹신을 낳을 위험성이 점점 커지고 있는 가운데 해당 주장을 비판적으로 검토한 연구논문도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김진규 교수(백석대, 구약학)는 최근 「신앙과 학문」(29(4))에 발표한 연구논문에서 무엇보다 "신학은 학문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제시하는 논거를 살펴봤다. 백석대 설립자 장종현을 위시한 일부 신학자들이 주장하는 바에 따르면 첫째, 성경의 저자가 하나님이라는 점 둘째, 신학은 하나님에 관한 연구라는 점 셋째, 학문은 구원을 줄 수 없기에 신학은 학문이 될 수 없다라는 점을 들고 있다.

이에 김 교수는 " 이러한 주장들은 신학적 지식의 경험적 측면을 강조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되었을 수 있으나, 신학적 탐구의 체계적이고 학술적인 본질을 약화시킬 위험이 있다"고 했으며 "또한 신학의 고유한 특성을 유지하면서도 신학과 다른 학문 분야 간의 명백한 분리를 해소할 수 있는 개혁주의적 대안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신학은 학문이 아니다"라는 주장에 또아리를 틀고 있는 잘못된 계시관, 신학관, 학문관에 문제를 제기했다. 첫째로 "성경의 저자가 하나님이기 때문에 학문이 될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해 김 교수는 "계시관의 오류가 내포되어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성경의 저자가 하나님이시란 사실을 진정한 신앙인이라면 부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성경을 하늘에서 기록해서 우리에게 던져주신 것이 아니다"라며 "하나님은 인간 저자를 사용하셔서 우리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전해주신 것이다. 그래서 성경에는 인간 저자의 지식과 언어와 문화와 배경 등이 녹아져 들어있다(Berkhof, 1988: 115-124)"고 했다.

아울러 "하나님은 연약한 인간 저자에게 성령의 영감을 주셔서 말씀을 기록하게 하시고 우리에게 전수해 주셨다. 우리는 인간 저자의 기록을 통해서 신적 저자이신 하나님의 말씀을 접하게 된다"며 "그래서 신학적 연구가 필요한 것이다. 인간 저자의 역할을 도외시한 이런 계시관은 잘못된 것이다. 이는 분명한 계시관의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했다.

둘째로 "하나님은 학문적으로 연구할 수 없기에 학문이 아니다"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신학을 '하나님에 대한 지식' 혹은 '하나님을 앎'이라는 단순한 논리로 접근하는 것은 현시대의 신학의 다양한 이해와 맞지 않는다"며 "현재 신학을 단지 '하나님을 연구하는 것'으로 접근하는 것은 조직 신학의 신론에 해당되는 좁은 견해란 사실을 우리는 직감적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특히 "종교개혁자 루터와 칼빈은 신학 연구에 하나님뿐만 아니라 인간에 대한 연구도 포함시키고 있다"며 "성경을 조금이라도 읽어본 사람은 성경이 하나님에 대해서만 말씀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안다. 성경은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조직 신학만 생각해도 신론, 인론, 기독론, 성령론, 구원론, 종말론, 교회론 등 다양한 주제를 신학에서 다룬다. 이런 다양한 주제들이 신학 연구의 대상들이다"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학문은 구원을 줄 수 없기에 신학은 학문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논리적 오류뿐만 아니라 학문관에 대한 오해에서 기인한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그의 논리대로라면 '비학문은 구원을 줄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져본다"며 "신천지나 여호와의 증인이나 구원파가 비학문적인 신학으로 얼마나 많은 영혼을 지옥에 떨어뜨리고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신천지 같은 경우 전혀 학문성이 없는 비유 풀이로 얼마나 많은 영혼들을 지금도 꾀고 있는가?"라며 "학문 그 자체는 구원관과 바로 연결시킬 수 없는 범주에 속한다. 학문은 단지 구원에 이르는 진리를 깨닫게 하는 도구일 뿐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수술실의 메스는 의사의 손에 잡힐 때,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는 도구가 될 수 있다. 그 도구 자체가 사람을 살리는 것이 아니다. 메스는 단지 도구일 뿐이다"라며 "생명을 살리는 것은 메스를 사용하는 유능한 의사의 의술에 달린 것이다. 수술실의 메스처럼, 학문이나 신학은 단지 진리를 캐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게다가 장종현의 학문관은 계몽주의자들이 가졌던 학문관을 그대로 갖고 와서 신학을 판단하고 있다. 그의 이런 억지 주장은 논리적인 오류일 뿐만 아니라 학문관에 대한 그릇된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김진한 편집인 jhkim@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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