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평화 말하면서도 불신 키우고 대결 선택해 온 죄 고백"

NCCK, 「2026년 부활절 남북평화공동기도문」 발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박승렬 목사) 화해와통일위원회(위원장 김현호 사제)가 올해 부활절을 맞아 「2026년 부활절 남북평화공동기도문」을 발표했다. NCCK는 매해 부활절에 즈음해 한반도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기도를 이어오고 있으며, 올해 역시 분단의 현실 속에서 평화의 길을 모색하는 신앙적 결단을 담아 기도문을 준비했다.

NCCK에 따르면 이번 기도문은 정전 상태가 지속되고 대화가 멈춘 채 군사적 긴장과 불신이 깊어지고 있는 한반도의 현실을 직시하며, 적대와 대결을 넘어 평화와 신뢰의 관계로 나아가고자 하는 간절한 염원을 담았다. 또 분단의 시간을 넘어 남과 북의 사람들이 다시 만나고 교류와 협력이 회복되며, 평화협정으로 나아가야 할 시대적 과제를 신앙의 언어로 고백하고 있다.

NCCK는 "올해는 글리온 회의 40주년과 2026년 세계 에큐메니칼 평화대회를 앞두고, 과거 남북 교회가 분단의 장벽을 넘어 함께 성만찬을 나누었던 신앙의 기억을 오늘의 현실 속에서 다시 되새기며 한반도의 평화가 동북아와 세계의 평화로 이어지는 살아있는 증언이 되기를 기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기도문은 한국교회와 각 지교회, 그리고 에큐메니칼 공동체가 부활절 예배 가운데 널리 활용할 수 있도록 배포되며, 세계교회협의회(WCC)와의 협력을 통해 국제 에큐메니칼 공동체에 공유될 예정이다. 아래는 기도문 전문

[2026 남북평화공동기도문 전문]

2026년 부활절 남북평화공동기도문

죽은 것들을 살리시는 생명의 하나님,
얼어붙은 땅 아래 흐르는 물소리로
봄이 오고 있음을 들려주시니 감사합니다.

죽음의 끝에서 다시 생명을 일으키신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로
막힌 길 너머에도 길이 있음을 우리에게 보여주심을 찬양합니다.

하나님, 이 땅 한반도를 기억하여 주십시오.
하나의 강산, 하나의 겨레로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던 우리가
오랜 세월 분단 속에 살아오며 서로를 향한 두려움과 적대를 키워왔습니다.

정전은 끝나지 않은 전쟁이 되었고, 대화의 자리는 멈추었으며,
군사적 긴장과 무기 경쟁은 이 땅을 여전히 전쟁의 문턱 위에 세워두고 있습니다.

하나님, 우리가 평화를 말하면서도 불신을 키우고 대결을 선택해 온 죄를 고백합니다.
화해를 말하면서도 상대를 배제하고, 공존을 말하면서도 우리의 이익만을 앞세웠으며,
생명을 말하면서도 군사적 힘과 적대의 논리에 기대어 왔습니다.

자비의 하나님, 이 어리석음을 깨닫게 하시고 우리를 돌이켜 주소서.
부활의 주님, 이 땅에 다시 생명의 길을 열어 주소서.

남과 북이 적대를 내려놓고 평화로 나아가게 하시며,
정전의 질서를 넘어 평화의 체제로, 평화협정의 길로 나아가게 하소서.

끊어진 만남이 다시 이어지게 하시고,
막힌 길이 열려 남북의 교류와 협력이 다시 시작되게 하소서.
서로를 위협하는 언어 대신 존중의 말을 배우게 하시고,
일시적인 이해가 아니라 흔들리지 않는 신뢰를 쌓아가게 하소서.

분단의 81년이 되는 올해에 서로를 향한 사랑의 불꽃을 다시 피우게 하소서.
더욱 겸손하고 인내하는 마음으로 서로를 배우고 지금껏 맺은 평화를 향한
언약들을 하나 둘 지켜가게 하소서.

하나님, 우리는 기억합니다.
40년 전, 스위스의 작은 글리온 마을에서,
분단의 장벽을 넘어 서로를 자매와 형제로 부르며
같은 떡을 나누었던 믿음의 순간을.

이념과 체제를 넘어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 됨을 고백했던
그 거룩한 기억이 오늘 우리의 길을 다시 열게 하소서.

남과 북의 교회가 다시 손을 맞잡고
이 땅의 평화를 위해 함께 기도하며 일하게 하소서.
미움이 있는 곳에 화해를, 불신이 있는 곳에 신뢰를,
대결이 있는 곳에 대화를 세우는 평화의 다리가 되게 하소서.

하나님, 한반도의 평화가 이 땅에만 머물지 않게 하소서.
동북아의 긴장과 갈등을 풀어내는 길이 되게 하시고,
세계의 전쟁과 폭력이 멈추는 데 기여하는 살아있는 증언이 되게 하소서.

지금 이 시대, 전쟁으로 고통 받는 이들을 기억합니다.
중동의 땅에서, 그리고 세계 곳곳에서 쓰러져가는 생명들을 위해 울부짖습니다.
우리의 기도가 외침이 되게 하시고, 우리의 연대가 행동이 되게 하시며,
작은 실천 하나까지도 정의로운 평화를 향한 씨앗이 되게 하소서.

하나님, 이 부활의 아침에
우리로 하여금 다시 결단하게 하소서.

우리는 평화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아니라
평화를 만들어 가는 사람들이 되게 하소서.

분단의 벽을 넘는 사랑으로, 서로를 향한 존중과 신뢰로,
두려움을 이기는 믿음으로 이 땅의 봄을 앞당기는 교회가 되게 하소서.

창조의 하나님, 당신의 사랑을 우리 안에 새롭게 하시고
그 사랑으로 이 땅과 세계의 평화를 일구어 가게 하소서.

우리의 삶이 부활의 증거가 되게 하시고,
우리의 걸음이 평화의 길이 되게 하소서.

죽음에서 부활하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2026년 3월 20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이지수 기자 libertas@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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