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이 어떤 종교 비판가는 기독교가 초월적 가치 지향을 명목으로 도덕 위에 군림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거룩한 가치를 내세워 보편적 가치를 우습게 여기지 말라는 경고에 다름 아니다. 하지만 오늘날 한국 개신교회는 어떤가? 교회의 도덕성이 약화되었다는 주장을 부정만 할 수 없는 현실이다.
기독교의 도덕성 그리고 정의 실현에 대한 재고가 필요한 가운데 양명수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기독교사상」(3월호)에 '선으로 악을 이기라: 사랑과 정의'란 제목의 글에서 도덕, 악, 정의 문제를 다뤄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양 교수는 선으로 악을 이기기 위한 맥락에서 기독교와 유교가 시도하는 악의 극복 방법을 다뤘다. 앞서 양 교수는 "교회가 세상 사람들의 비난을 받는 오늘날, 기독교 신앙이 도덕성이라는 보편 가치와 무관한 종교가 아님을 강조할 필요를 더욱 느낀다"며 "그 점을 밝히기 위해 초대교회의 교부들이 기독교와 그리스철학을 비교했듯이, 필자는 기독교와 유교를 비교하려는 것이다"라고 했다.
양 교수에 따르면 기독교는 물론이고 유교도 세상을 구원할 근본적이고 궁극적인 길을 "사랑"에서 찾았다. 선은 악을 이길 수 없지만 사랑은 악을 감동시켜 악순환을 끝낼 수 있다는 것이 유교의 입장이라는 것이다.
양 교수는 "선으로 악을 이기기 위해 유교와 기독교는 초월적 선을 찾아 나섰다"며 "유교에서는 초월적 선을 가리켜 '지선'(至善, 지극한 선) 또는 '순선'(純善, 순수한 선)이라 불렀고, 기독교 신학자들은 '최고선'(summum bonum)이라고 불렀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교의 지극한 선은 인(仁) 곧 사랑이고, 기독교의 최고선 역시 사랑이다. 다만 유교는 악을 이길 수 있는 사랑의 힘을 마음속 본성에서 찾았고, 기독교는 사람이 아닌 사랑의 하나님에게서 찾았다"며 "기독교는 악의 힘을 유교보다 더 심각하게 보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유교는 선한 본성을 기르는 존심양성(存心養性)의 수양을 강조하고, 기독교는 하나님을 의지하는 믿음의 길로 나섰다"고 양 교수는 덧붙였다.
악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기독교의 초윤리적 도덕성에 대해서도 살펴봤다. 양 교수는 "노예 해방과 토지 반환을 명령하는 희년법, 원수가 된 사람에 대한 배려의 규정들, 그리고 다양한 사회적 약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세밀한 규정들은 성서 시대의 주변 국가들은 물론이고 현대 사회의 기준에 비추어봐도 상식을 뛰어넘는 초윤리적인 사회 규범이다"라며 "초윤리적 율법들을 실천하려면 하나님의 힘을 입어야 한다. 우상숭배 금지나 안식일 규정 등 신앙에 관한 율법이 사회법보다 앞에 나오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고 했다.
선과 악을 이기는 것이 단지 "유교와 기독교가 어떠한 강압적 힘의 행사도 반대하는 비폭력주의나 평화주의를 주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 양 교수는 이어 "기독교 역시 악으로부터 세상을 보존하기 위해서 총칼로 위협하는 강압적인 공권력 행사를 인정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응보적 정의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아우구스티누스 이래로 아퀴나스와 루터와 칼뱅에 이르기까지 기독교 주류를 형성한 정치적 현실주의에 따른 것이다"라며 "개인 관계나 국내 질서나 국제 질서에서 보복의 두려움을 갖게 만드는 것은 악을 막는 일차적 방어 수단일 뿐만 아니라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보인다. 그래서 사람들은 정의라면 곧 응보적 정의를 생각한다"고 했다.
양 교수는 끝으로 "동아시아에서 오랫동안 중요하게 다루어진 중용은 악을 감동시켜 선으로 악을 이기는 마음의 자세와 덕을 가리킨다"며 "그것은 사랑으로 정의를 완성하는 이성의 힘이다. 한편, 인간 세상의 죄의 힘을 유교보다 더 심각하게 느낀 기독교는 정의라는 선에 수반되는 복수심과 증오심이라는 악을 핵심 주제로 삼았다. 기독교는 초윤리적 사랑을 신앙의 본질로 연결하는 성서에서 문제의 해결 방법을 찾았다"고 했다.
아울러 "그리하여 기독교는 사랑의 하나님에 의지하는 믿음을 통해 정의를 완성하는 사랑의 힘을 공급받는 길로 나아갔다. 그 결과 교회는 "악인과 선인 모두를 비추시고 의로운 자와 불의한 자 모두에게 비를 내려주시는 하나님"(마 5:45) 앞에서 죄인을 저주하고 모욕하는 행위를 절제하고 정화해야 한다는 점을 되새길 수 있었고, 죄인에게도 인간에 대한 예의를 갖추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할 수 있었다"며 "근대에 이르러 죄인의 인권을 위한 법철학이 출현한 것도 기독교 전통의 연장선에서 일어난 일이다"라고 양 교수는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