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음란한 여성'으로 낙인찍힌 고멜은 특별히 악했는가?

이창희 박사, 「신학사상」 최신호 고멜 이야기 연구 논문 발표

오랫동안 '음란한 여인'으로 낙인찍혀온 호세아의 아내 고멜 이야기를 새로운 각도에서 살펴보고 고멜의 삶이 지니는 목회상담적 의미를 조명한 연구 논문이 발표돼 눈길을 끌고 있다.

이창희 박사(구성 커뮤니케이션즈 책임연구원, 목회상담심리학)는 「신학사상」(212집·2026 봄)에 '고멜 이야기에 대한 목회상담적 고찰과 제안: 호세아서 1-3장을 중심으로'란 제목의 논문을 실었다.

호세아서는 호세아가 하나님의 명령에 따라 고멜을 아내로 맞이했으나 고멜이 바울 숭배 제의에 참여하며 남편을 배신하고 다시 남편으로 돌아가는 일련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는 이스라엘 백성과 하나님과의 관계를 상징하는 중요 서사로 전해져 왔는데 이 박사는 이 과정에서 "고멜이 겪었을 심리적 고통과 사회적 환경에 대한 고려는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뤄져 왔다"고 평가했다.

그는 당시 바울 숭배가 널리 퍼져 있었던 북이스라엘의 종교적, 문화적 맥락에서 "여성들이 가정과 공동체의 풍요와 번영을 위해 이러한 제의에 참여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용인된 상황이었다"고 전하며 고멜 역시 특별히 음란하거나 악한 여성이라기보다는 "당시의 일반적인 여성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에게 주어진 사회적 역할과 종교적 관습에 따라 행동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박사는 이 같은 맥락에서 "고멜을 비난이나 정죄의 대상으로 보는 기존의 해석에서 벗어나 그녀가 경험한 내적 갈등과 심리적 어려움을 보다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연구 방법론으로 목회상담 이론과 여성 신학적 관점을 적용했고 고멜의 내적 심리의 영적 갈등을 재해석했다.

고멜을 목회상담적으로 재해석한 내용은 크게 자아상, 하나님의 이미지, 침묵과 목소리 등으로 구분됐다. 먼저 목회상담적 관점은 고멜의 왜곡된 자아상을 회복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 박사는 "고멜의 삶을 이해할 때 그녀는 단순히 쾌락이나 악덕을 좇은 여인이 아니라 당시 사회와 문화 속에서 평범하게 살아간 여성으로 보아야 한다"며 "당시 이스라엘 사회에서 바알 숭배와 풍요 제의는 흔한 종교적 관습이었으며 많은 여성들이 공동체의 번영을 위해 그 제의에 참여했다"고 했다.

이어서 그는 "따라서 고멜 역시 시대적 상황 속에서 형성된 문화적 제도 아래 살아간 여성일 뿐, 음란함을 의도적으로 추구한 존재가 아니었다"며 "이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고멜이 지는 부정적 자아상을 해체하는 첫걸음이 된다"고 덧붙였다.

고멜의 자아상에 대한 이러한 목회상담적 접근은 "고멜이 더 이상 사명을 위한 도구가 아닌, 그 자체로 존중받고 사랑받는 존귀한 존재임을 일깨운다"고 강조한 그는 "그녀의 삶은 단순히 호세아의 사명을 돕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하나님의 구원과 사랑의 메시지를 드러내는 중요한 과정 속에 포함돼 있었다. 고멜은 단순한 실패자나 죄인이 아니라 하나님의 계획 속에서 역할을 부여받은 존재였다"고 주장했다.

고멜에 대한 목회상담적 접근은 하나님 이미지에 대한 인식 전환에도 기여한다고 평가했다. 이 박사는 "고멜에게 하나님은 자비와 사랑의 하나님이 아니라 비판과 처벌을 가하는 두려운 존재로 인식되었을 것"이라며 "그 결과 하나님과의 관계를 공포와 죄책감 속에서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그러면서 "목회상담적 관점에서 중요한 과제는 왜곡된 하나님 이미지를 회복시키는 것"이라며 "여성 신학자 샐리 맥페이그가 제안한 바와 같이 하나님을 더 이상 억압적이고 처벌적인 군주의 모습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어머니·연인·친구로서 새롭게 이해하는 전환이 필요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 박사는 "새로운 하나님 상은 고멜에게 자신이 더 이상 심판과 저주의 대상이 아니라 하나님의 조건 없는 사랑과 긍휼 안에 있는 존재임을 확신하게 만든다"며 "그녀는 억압된 자존감을 회복하고 스스로를 용서하며 새로운 신앙적 정체성을 재구성할 수 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고멜의 침묵에 대판 목회신학적 접근이 있었다. 그는 "고멜의 침묵은 단순한 개인적 선택이 아니라 가부장적 사회 구조와 억압적인 종교 문화가 만들어낸 강요된 결과로 볼 수 있다"며 "고멜은 남편의 권위적이고 폭력적인 언어 앞에서 스스로를 방어할 수 없었고 결국 자신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내면화하면서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에 이 박사는 "목회상담은 고멜과 같은 상황에 놓인 사람들에게 무엇보다 침묵을 깨고 자기 목소리를 되찾도록 돕는 과정을 중시한다"며 "고멜이 자기 목소리를 찾을 때 그녀는 더 이상 수동적 희생자가 아니라 능동적으로 경험을 해석하고 의미를 새롭게 부여하는 생존자로 설 수 있다"고 전했다.

김진한 편집인 jhkim@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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