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몰트만에게 진 사랑의 빚을 우리보다 큰 제자 양성으로 갚자"

위르겐 몰트만 탄생 100주년 맞아 기념 학술세미나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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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한국신학아카데미)
▲몰트만의 4녀 중 막내인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원 연구원장 프리드리케 박사(Friederike Moltmann)가 방한해 ‘나의 아버지 몰트만 교수의 삶과 학문’이라는 주제로 부친의 신앙과 삶을 회상했다.

위르겐 몰트만 탄생 100주년을 맞아 기념 학술세미나가 8일 오후 1시 30분부터 서울 성북구 안암동에 위치한 한국신학아카데미(원장 김균진 박사) 세미나실에서 개최됐다.

몰트만의 한국인 제자들이 주축이 되어 진행된 이번 세미나는 몰트만 박사의 첫 한국인 제자 김균진 박사가 원장으로 있는 한국신학아카데미와 몰트만의 또 다른 제자들이 활동 중인 온신학아카데미(원장 김명용 박사)가 공동 주최하여 국제 세미나 형식으로 기획됐다.

특별강연 순서에는 몰트만의 4녀 중 막내인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원 연구원장 프리드리케 박사(Friederike Moltmann)가 방한해 '나의 아버지 몰트만 교수의 삶과 학문'이라는 주제로 부친의 신앙과 삶을 회상했다.

강의는 크게 두 파트로 나눠졌다. 첫째로는 몰트만의 학자로서의 면모와 아버지로서의 인간적인 면모를 소개했고 둘째로는 몰트만의 반가사유상에 대한 관점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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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한국신학아카데미)
▲몰트만 박사의 첫 한국인 제자 김균진 한국신학아카데미 원장이 몰트만의 막내 딸 프리드리케 박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먼저 첫 번째 부분에서 프리드리케 박사는 "아버지는 매우 규칙적인 일상을 유지했다"며 "매일 일정한 시간에 산책을 하고, 식사를 하고, 학문적 집필 작업을 했다. 전성기 때는 오전에 4페이지, 밤에 4페이지씩 집필하기도 했다. 저녁 식사 이후에는 가족들과의 시간을 보냈고, 밤 9시 반이 넘으면 다음 날 작업을 위한 준비시간을 가졌다"고 밝혔다.

아울러 "클래식 음악이나 재즈음악을 들으셨다. 아버지의 이와 같은 규율들을 마지막 날들까지도 유지되었다. 그리고 이것은 그분의 일생에 걸친 방대한 신학적 저작들을 남길 수 있었던 중요한 기반 가운데 하나였다"고 프리드리케 박사는 덧붙였다.

몰트만의 삶이 연구라는 경계에만 갇혀 있지 않았다고도 했다. 프리드리케 박사는 "아버지는 가족들을 자신의 학문적인 세계에 초대하는 분이셨다. 네명의 딸들이 있는데, 딸들과 신학이야기 철학이야기를 나누고, 또 본인의 강연이나 설교의 자리에 딸들을 데리고 가기도 했다"고 했으며 "아버지가 자신의 작업에서 얻는 기쁨과 인정, 자부심 등을 함께 경험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프리드리케 박사는 이어 몰트만이 한국의 반가사유상에 대한 특별한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고 소개했다. 그녀는 "아버지의 서재는 물론 책으로 가득 차 있었는데, 그 가운데 여러 예술 작품들이 있었다"며 "몰트만 박사는 예술적 이미지 속에서 사유했고, 예술 작품들은 또한 그분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었다. 이와 같이 영감을 주는 작품들 중 특별한 것들은 '책상 위 창가'에 진열되어 있었는데, 바로 한국의 반가사유상이 그 장소에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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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한국신학아카데미)
▲위르겐 몰트만 탄생 100주년을 맞아 한국신학아카데미가 공개한 몰트만 박사의 유품 전시관 앞에서 기념 사진 촬영을 하고 있는 주요 관계자들. 왼쪽부터 정일웅 전 총신대 총장, 김균진 한국신학아카데미 원장, 박종화 경동교회 원로목사, 연규홍 전 한신대 총장. 김균진 원장과 박종화 목사는 몰트만의 제자들이다.

몰트만이 한국의 반가사유상에 끌렸던 이유에 대해서는 "반가사유상이 희망의 신학과 공명하는 부분이 있다. 반가사유상은 미래의 부처인데, 곧 먼 미래에 다시 세상에 나타나는 부처다"라며 "그런데 동시에 현세 인간들이 깨달음을 얻고, 평안과 기쁨에 이르도록 돕는 존재이기도 하다. 바로 이 지점이 기독교와 불교가 연결되는 지점이다. 기독교의 희망은 저 너머 세계의 것이 아니라 현실 세계를 위한 희망이기 때문이다"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은 고뇌에 찬, 매우 남성적이고 근육질의 사상가를 묘사하지만, 한국의 반가사유상은 죽음과 고통을 인식함에도 우아함과 가벼움, 미소 짓는 얼굴을 보여주며 남성적이지도 여성적이지도 않은 듯하다"며 "아버지는 이 조각에 매료돼 무의식적으로 똑같은 자세를 취하곤 하셨다"고 전했다.

이날 개회사를 전한 김균진 원장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새로운 희망이 보이지 않던 암울한 시대, 곧 1964년 출간된 몰트만 교수님의 '희망의 신학'은 세계 신학계에 폭탄과 같은 반응을 일으켰다"며 "그 책은 구약성서의 희망의 역사와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에 근거해, 하나님의 정의로운 세계를 이 땅 위에 세우고자 하는 새로운 희망과 힘을 불러 일으켰다"고 평가했다.

그는 "제게 몰트만 교수님은 한 사람의 신학자이기 전에 존경스러운 인격자요 깊은 신앙심을 가진 분이셨다"며 "저는 지금도 인종을 차별하지 않고 실수도 용서하는 교수님의 너그러운 인품과 사랑을 기억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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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한국신학아카데미)
▲한국신학아카데미 이민애 연구실장이 프리드리케 박사의 영어 강연의 핵심 내용을 축약해 발표하고 있는 모습.

한편 앞서 1부 기념예배에서는 정일웅 교수(전 총신대 총장) 사회로 연규홍 박사(전 한신대 총장)가 설교하며, 유석성 박사(전 서울신대 총장)가 축도했다.

'사랑의 빚(로마서 13:8)'이라는 주제로 설교를 전한 연규홍 박사는 "몰트만 교수님은 독일 사람이었지만, 제2의 고향으로 한국을 선택하시고 한국교회를 사랑하셔서 사랑의 빚을 우리에게 주신 분"이라며 "십자가에 달리신 하나님, 그 예수로부터 받은 사랑의 빚은 결코 공짜가 아니라, 하나님의 값비싼 사랑의 은혜이다. 그래서 몰트만 교수는 그 빚을 우리에게 갚으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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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한국신학아카데미)
▲연규홍 전 한신대 총장이 '위르겐 몰트만 탄생 100주년 기념 학술세미나' 1부 순서에서 설교를 전하고 있다.

연규홍 박사는 "자식이 부모를 닮듯이 제자는 스승을 닮아야 한다"며 "몵만 교수는 나를 '추모하지 말고 기억하라'고 하신다. 그것은 부담스러운 채무가 아닌 사랑의 빚임을 기억하고 이 땅에 존재하는 가난한 이들과 소외된 이들, 상처받는 이들에게 갚는 것이다. 그것이 율법의 완성인 사랑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몰트만 박사에게 진 빚을 갚자면서 △몰트만 교수의 사랑의 빚을 오늘 위기의 한국교회 상황에서 신학의 창조적 계승으로 갚는 것 △몰트만 교수께 진 사랑의 빚은 그분이 하셨던 것처럼 우리가 진실로 우리에게 하나님이 보내신 제자들을 사랑하고 아끼며 우리보다 큰 인물로 키워 갚자는 것 △몰트만 교수처럼 이 시대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과 나누며 제자 양성과 세계의 평화를 가져오는 데 모든 것을 아낌없이 드릴 것 등을 제안했다.

김진한 편집인 jhkim@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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