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교부장의 두 국가론 발언이 논란이다. 왕이 부장이 최근 조현 외교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한국과 조선(북한) 두 국가가 공존의 기회를 따라가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밝힌 것.
"중국은 한민족의 한반도 조기·평화 통일을 지지한다"는 내용이 담긴 1992년 한·중 수교 공동성명 발표 이래 중국 외교 수장이 남북 관계를 별개의 국가로 언급한 것은 유례를 찾기 어렵다.
이는 북한이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해 온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라는 점에서, 결과적으로 북한의 새로운 남북관계 인식과 맞물릴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동시에 남북 평화통일 운동을 벌여온 남한 주민의 통일 의지를 꺾는 문제의 발언이 아닐 수 없다.
남북 간 통일 담론을 약화시키고 양국의 평화 공존만 강조하는 왕이 부장의 '두 국가론'에 진보 교계는 물론이고 보수 교계도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헌법에는 종교의 자유가 명시돼 있지만 성경을 소지하거나 예배, 선교사와 접촉을 하다가 발각되는 날에는 고문, 강제노동, 투옥 심지어는 사형까지 처해지는 세계 1위 기독교 박해국에서 고통 받는 북한 주민들의 자유를 위해서라도 또 우리 민족의 자유로운 평화통일 운동의 맥을 이어 나가기 위해서라도 왕이 부장의 발언은 교계 차원에서 마땅히 비판을 받아야만 한다.
왕이 부장의 두 국가론은 북한 주민들의 인권 문제와 통일 문제와 관련해 남한의 당사자성을 필연적으로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남한과 북한이 남남인데 서로 무슨 상관이냐는 국가 간 논리를 더욱 굳힐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우리 민족의 평화로운 통일 운동을 주요 아젠다로 제시하고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오랜시간 공을 들여온 진보 교계는 왕이 부장의 '두 국가론'에 결코 침묵하면 안 된다. 반중 세력으로 지목되는 것이 두려운가? 아니면 민주화 운동에 이어 한때 뜨거웠던 한반도 평화통일 운동의 열정이 차갑게 식어 버린 것인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의 화해와 통일위원회가 남북 간 대화와 협력을 통일운동의 중요한 축으로 삼아온 것은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다. 실제로 NCCK와 조선그리스도교연맹(조그련)은 오랫동안 공동기도문을 작성하고 남북 교회의 교류를 이어왔다. 1980년대 도잔소 회의 이후 형성된 국제 에큐메니컬 네트워크는 남북 교회가 직접 만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북한과의 대화 통로를 열어놓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제는 냉정하게 현실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남북 교회의 공식적인 교류와 공동기도문 협의는 2019년 이후 사실상 중단된 상태이며, 2026년에도 NCCK가 발표한 한반도 평화통일 공동기도문은 남측에서 단독으로 작성됐다.
그렇다면 진보 교계는 이제 질문해야 한다. 대화의 상대가 응답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우리는 과거의 대화 방식만 반복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더 나아가 북한 당국의 공식 종교단체인 조선그리스도교연맹이 다시 남북 평화통일 운동의 주도적인 이니셔티브를 제공할 것이라는 기대 자체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닌가.
이것은 조그련과의 대화를 포기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대화의 문을 닫자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상대방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에서 새로운 대화가 시작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한국교회는 '통일'이라는 목표와 '두 국가로 존재하는 현실'을 외면하지 말고 직시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변화를 외면한 채 과거의 통일 담론만 반복, 재생산한다면, 그것은 통일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통일이라는 말을 반복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평화를 말하면서 현실을 보지 않는다면 그 평화는 공허해지고, 통일을 말하면서 정작 북한 주민의 현실과 북한 정권의 변화를 외면한다면 그 통일은 사이비적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