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극단적 대립 속에서 '대화의 공간' 만들어 낸 리더"

강원용 목사 서거 20주기 추모식 열려...에큐메니칼 원로 안재웅 목사 메시지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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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안재웅 목사 제공)
▲경동교회(임영섭 목사)와 재단법인 여해와함께(이사장 박재윤)는 지난 22일 서울 중구 경동교회 본당에서 강 목사 서거 20주기 추모 모임 ‘내일을 위한 노래’를 개최했다.

경동교회(임영섭 목사)와 재단법인 여해와함께(이사장 박재윤)는 지난 22일 서울 중구 경동교회 본당에서 강 목사 서거 20주기 추모 모임 '내일을 위한 노래'를 개최했다. 강 목사를 기억하는 목사와 평신도들이 다수 참석한 가운데 이날 모임에서는 개신교를 대표해 에큐메니칼 원로 안재웅 박사가 '세상을 향한 에클레시아'라는 제목의 메시지를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아래는 메시지 전문.

여해 강원용 목사(1917~2006) 서거 20주기 추모 모임

'여해와 함께하는 내일을 위한 노래' 메시지

세상을 향한 에클레시아

안재웅 목사

한국YMCA전국연맹유지재단 이사장

여해 강원용 목사님은 종교계의 원로요 '한국교계의 목회자'이자 '시대를 이끈 대화론자'로 높이 평가받는 인물입니다. 격동의 일제강점기, 해방정국, 군부 독재시절, 그리고 민주화시대를 걸치며 한국사회의 갈등을 중재하고 대안을 제시했던 민족의 지도자였습니다.

목사님의 리더십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1) 대화와 소통의 리더십, 2) 인간화 중심의 사회 참여 리더십, 3) 예언자적 비판 리더십, 4) 시대를 읽는 뛰어난 통찰력과 미래지향적 리더십, 그리고 5) 끊임없는 자기 성찰과 열린 리더십이라 하겠습니다. 극단적 대립 속에서 "대화의 공간"을 만들어 낸 리더요, 사회적 공의와 인간의 존엄을 승화시킨 탁월한 성직자였습니다.

고은 시인의 <만인보>에 수록된 "강원용"은 단순히 "종교인"으로만 보지 않았습니다. 격동의 한국 현대사 속에서 대립을 중재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했던 "역사의 조율사"로 묘사했습니다. 또한, "양극단이 서로를 향해 칼을 거눌 때, 그 사이에 서서 피 흘릴 각오로 다리를 놓았던 사람"으로 평가하였습니다.

저에게 주어진 "세상을 향한 에클레시아"에 관해서 몇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에클레시아(Ekklesia)는 고대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단어로 시대의 맥락에 따라 크게 두 가지 의미를 가집니다. 정치적 맥락에서 에클레시아는 고대 아테네 등 그리스 도시국가(polis)의 최고 의결기구인 "민회(民會)"를 뜻합니다. 그 어원은 "~로부터 밖으로(ek)"에다가 "부르다(kaleo)"가 합쳐진 "집 밖으로 불러냄을 받은 시민들의 모임"이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종교적 맥락에서 에클레시아는 신약성경에서 "교회(敎會)"를 번역할 때 사용된 핵심 단어입니다. 고대 그리스의 "불러냄을 받은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개념이 기독교로 넘어 오면서 "세상으로부터 하나님의 부름을 받아 구원을 받은 사람들의 공동체"라는 영적인 의미로 확장되었습니다. 성경에서 말하는 에클레시아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들의 모임 곧 신앙공동체 그 자체를 말합니다. 에클레시아는 본래 "~특정 목적을 위해 따로 불러 모은 사람들의 모임"을 뜻하며 종교적으로는 오늘날의 교회 공동체를 의미합니다.

교회는 "모이는 교회(Gathering Church)"와 "흩어지는 교회(Scattering Church)", 그리고 "선교적 교회(Missional Church)"로 구분 짓고 있습니다. 목사님은 이 셋을 정확하게 묶어낸 목회자였습니다. 목사님은 역사의 주인이신 하나님의 구원의 역사는 교회 안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인간역사 전체 속에서 펼쳐진다는 메시지를 꾸준히 전파하였습니다. 교회가 세상을 향해 문을 닫을 때, 그것은 더 이상 교회가 아니라고 잘라 말씀하였습니다. 교회는 역사와 사회의 아픔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는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 신학을 몸소 실천한 '세상을 향한 에클레시아'의 상징적인 목회자였습니다.

목사님의 목회 특성은 단순히 복음을 전파하는데 그치지 않고, 현실역사 속에서 기독교의 책임을 치열하게 고민하고 실천한 '에큐메니컬 신학'과 '대화 철학'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세상을 위해 오셨다는 신념아래, 사회적 불의를 고치고 소외된 이웃들을 돌보는 것이 목회의 본질적 사명이라고 확신하였습니다.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인간이 억압받는 구조를 깨뜨리고 복음으로 인간 존엄성을 회복시키는 "인간화"를 목회의 핵심 가치로 삼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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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안재웅 목사 제공)
▲에큐메니칼 원로 안재웅 목사가 강원용 목사 서거 20주기 추모식에서 메시지를 발표하고 있다.

목사님의 설교는 철저히 성경에 기반을 두면서도, 한국사회의 한 복판에서 하나님의 뜻을 묻고 실천하게 하는 "예언자적 외침"이었습니다. 카리스마 넘치는 목소리와 설득력 있는 어조는 청중들로 하여금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청중을 몰입하게 만드는 독보적인 설교자였습니다. 청중들로 하여금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광야로 나아가게 하는 파수의 나팔과도 같았습니다. 목사님은 예언자적 차가운 지성과 제사장적 따뜻한 가슴으로 가급적 정직하게 고발하고, 증언하고, 충고하며 위로하는 한 시대의 목회자였습니다. 한국교회의 연합운동과 종교간 대화와 평화와 통일을 향한 헌신적인 신앙과 그리고 에큐메니컬 운동에 앞장섰던 여정은 우리가 본받아야 할 삶의 기준이기도 합니다.

목사님의 저서 <내가 믿는 그리스도>는 목사님이 평생 동안 치열하게 고뇌하고 실천해 온 신앙의 궤적을 담은 고백록이자 한국교회를 향한 따끔한 제언입니다. 예수는 단순히 내 개인의 영혼만을 구원하러 온 분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빛은 나에게는 내 구원이며, 교회에서는 교회의 머리이며, 우주에서는 우주의 주님"이라고 선언합니다. 따라서 기독교인은 개인 구원에 머물지 않고 고통 받는 세상과 피조물 전체, 즉 생태계와 사회를 돌보는 우주적 책임감을 지녀야 한다고 역설하였습니다. 기독교의 핵심 가치를 하나님의 "사랑과 해방" 그리고 "화해와 평화"라는 사실을 강조하였습니다.

목사님은 철저하게 자기 성찰과 열린 태도로 사시면서 "삶이란 끊임없이 옛 허물을 벗고 새롭게 성숙해 나가는 과정"이라 고백하며, 외부 사회의 변화만큼이나 자신의 내면적 세계에서도 늘 갈등하고 변화하며 사상의 폭을 넓혔음을 진솔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목사님은 복음의 영성과 사회적 실천이 어떻게 하나가 될 수 있는지를 삶 전체로 증명해 낸 목회자였습니다.

여해(如海)는 강원용 목사님의 호입니다. 목사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여해라는 내 호처럼, 바다와 같이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또 끊임없이 파도치는 삶을 살고 싶었다". 목사님의 카리스마는 바다 같은 포용력과 불의 앞에서 타협하지 않았던 파도 같은 역동성이 한 인간 안에서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었다는 점이 놀랍습니다. 오늘 날 같은 갈등과 분열이 심화한 사회에서 여해의 삶을 살고자 하는 우리에게 큰 교훈이 되는 대목입니다.

목사님은 경동교회를 진보성향의 대표적인 교회로 우뚝 세워 놓으셨습니다. 크리스찬아카데미를 대화의 공론장으로 번듯하게 키워 놓으셨습니다. 한국의 에큐메니컬 운동의 선구자로 세계교회협의회(WCC)의 중앙위원과 실행위원으로, 아시아기독교협의회(CCA)의 공동 의장으로, 그리고 세계학생기독교연맹(WSCF)의 실행위원으로 맹활약 하셨습니다. 목사님은 에큐메니컬 운동이 말하는 "우주적(oikoumene)"이며 "지역적(oikoudome)"인 삶의 현장을 종횡무진 누비면서 모범을 보여 주었습니다. 우리는 교회 공동체, 대화 공동체, 그리고 에큐메니컬 공동체를 활성화 하는 것이 목사님의 참 뜻을 이어가는 삶이라 하겠습니다. 한 시대를 목회자로 멋지게 사셨던 여해 강원용 목사님의 서거 20주기에 우리는 감사의 마음을 이렇게 표합니다. 목사님! 존경합니다. 사랑합니다. 그리고 영원토록 잊지 않겠습니다. 끝.

김진한 편집인 jhkim@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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