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현지시간) 오후 뉴욕 유니온신학교 버크 라이브러리(The Burke Library) 메인 리딩룸에서는 『Modeling Religious Pluralism: Cultivating Religious Equity in Today's World』 출간을 기념하는 북 론칭 행사가 열렸다.
인종과 정치, 문화와 이념을 둘러싼 갈등이 세계 곳곳에서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종교적 차이를 어떻게 이해하고 함께 살아갈 것인가를 묻고 고민하는 책이 뉴욕에서 독자들을 만났다.
지난 1일(현지시간) 오후 뉴욕 유니온신학교 버크 라이브러리(The Burke Library) 메인 리딩룸에서는 『Modeling Religious Pluralism: Cultivating Religious Equity in Today's World』 출간을 기념하는 북 론칭 행사가 열렸다.
이날 행사는 책의 편집자인 심란 지트 싱(Simran Jeet Singh) 교수와 공동 저자인 다이앤 L. 무어(Diane L. Moore), 후세인 라시드(Hussein Rashid) 등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다.
『Modeling Religious Pluralism』은 현대 사회에서 종교적 다양성을 어떻게 이해하고, 서로 다른 신앙과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보다 건강하게 관계를 맺을 수 있을지를 탐구하는 책이다.
"종교는 너무 중요하지만, 동시에 너무 쉽게 피하는 주제"
이 책의 문제의식은 비교적 단순하면서도 근본적인 질문인 "우리는 차이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서 출발한다. 책은 오늘날 사회가 인종적 차이와 정치적 차이, 문화적·이념적 차이에 대해서는 활발하게 논의하고 있지만, 정작 종교와 종교적 다양성에 대해서는 중요성에 비해 충분한 관심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종교는 개인의 정체성과 삶의 방식, 공동체와 정치, 윤리와 사회적 가치관에 깊숙이 연결돼 있다. 그러나 복잡하고 민감하다는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종교에 관한 대화를 피하거나, 지나치게 단순한 방식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Modeling Religious Pluralism』은 바로 이러한 현실에 문제를 제기한다. 종교적 차이를 무시하거나 없애려 하기보다, 그 차이를 이해하고 실제 사회 안에서 어떻게 관계 맺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책은 종교적 다양성을 단순한 이론이나 추상적인 이상으로 다루지 않는다. 오히려 오늘날 사람들이 살아가는 학교와 직장, 언론과 시민사회, 공공 영역 속에서 종교적 차이가 어떤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는지를 살핀다.
종교의 자유·미디어·직장·인종 문제까지
책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종교적 다양성의 문제를 교회나 종교기관 내부의 문제로 한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스펜연구소의 종교·사회 프로그램은 지난 수년간 종교적 다원성과 관련된 다양한 영역을 연구해 왔다.
책은 이러한 연구를 토대로 △종교 문해력(Religious Literacy) △종교와 미디어(Religion and Media) △직장 내 종교(Religion in the Workplace) △종교와 자선 및 사회공헌(Religion and Philanthropy) △종교와 인종 정의(Religion and Racial Justice) 등 여러 영역을 연결해 다룬다.
특히 종교적 차이의 문제는 단순히 "어떤 종교를 믿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이 사회 속에서 어떻게 표현되고 재현되는지, 자신의 신앙을 이유로 어떤 권리를 보장받는지, 다른 신앙을 가진 사람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는지와 연결돼 있다는 것이 책의 중요한 관점이다.
▲뉴욕 유니온신학교 전경.
"종교가 언제나 긍정적이라는 뜻은 아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책이 종교를 무조건 긍정적인 것으로만 바라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책은 역사적으로 종교가 갈등과 분열, 증오와 폭력의 원인이 된 수많은 사례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그러면서도 종교적 다양성을 건강하게 다루는 사회에서는 시민 참여와 사회적 결속, 신뢰와 회복력, 소속감 등이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즉, 종교가 존재하기 때문에 자동적으로 좋은 사회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종교적 차이를 사회가 어떤 방식으로 다루느냐가 중요하다는 문제의식이다. 이는 최근 세계 곳곳에서 종교와 민족주의, 정치적 갈등이 복잡하게 얽히고 있는 현실과도 맞닿아 있다.
관찰하는 것을 넘어 '실제적 참여'로
『Modeling Religious Pluralism』이 특별히 강조하는 것은 종교적 다양성을 단순히 관찰하고 분석하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책은 서로 다른 종교적 전통을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것과 함께, 실제 삶 속에서 사람들이 만나고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책이 던지는 핵심 질문 역시 여기에 있다. "우리가 마주하는 종교적 다양성과 더 잘 관계 맺기 위해, 종교적 다원성이 가능해지는 조건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저자들은 이에 대한 하나의 접근으로 종교적 다원성을 여러 요소가 서로 연결된 '생태계' 혹은 '선순환 구조'로 바라본다. 한 영역에서의 변화가 다른 영역에도 영향을 미치고, 이러한 변화들이 축적될 때 사회 전체가 종교적 차이를 다루는 능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기독교인에게도 중요한 질문
한국 교계의 관점에서 볼 때 이 책의 제목에 등장하는 'Religious Pluralism'이라는 표현은 주의 깊게 읽을 필요가 있다. 한국 신학계에서 '종교다원주의'라는 말은 흔히 모든 종교를 구원의 길로 인정하는 신학적 종교다원주의 논쟁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Modeling Religious Pluralism』이 제기하는 핵심 질문은 신학적 진리 주장을 동일하게 만드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서로 다른 종교적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존재하는 현실 속에서, 자신의 신앙적 확신을 유지하면서도 다른 사람의 자유와 존엄을 어떻게 존중할 것인가라는 사회적 질문에 더 가깝다.
이 지점은 기독교인들에게도 결코 낯선 질문이 아니다. 기독교는 복음에 대한 분명한 신앙고백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그리스도인은 자신과 다른 믿음을 가진 이웃과 같은 사회를 살아간다.
따라서 "진리를 포기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이웃을 사랑할 것인가", "신앙적 정체성을 지키면서 어떻게 타인과 평화롭게 공존할 것인가"라는 질문은 오늘날 한국교회에도 중요한 과제가 될 수 있다.
갈등의 시대에 던지는 하나의 질문
이번 뉴욕 유니온신학교 북 론칭 행사는 단순한 신간 소개의 자리를 넘어, 오늘날 사회가 종교적 차이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하는 자리였다. 책은 하나의 모델이 모든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저자들 역시 자신들이 제시하는 모델을 유일한 해답으로 제시하지 않는다.
그러나 적어도 종교적 차이를 외면하거나, 차이를 곧바로 갈등과 적대의 이유로 받아들이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분명하다.
종교적 갈등과 분열이 일상이 된 시대 앞에서 『Modeling Religious Pluralism』은 독자들에게 다시 한번 묻는다. "우리는 서로 다른 믿음과 세계관을 가진 사람들과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
그리고 그 답은 차이를 없애고 하나의 모델로 통폐합 하는 것이 아니라, 차이를 이해하고 서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사회적 조건을 만들어 가는 데 있을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