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법원, 이영훈 목사 관련 온라인 게시물 일부 게시금지

수원지법 성남지원, 게시물 삭제·게시금지 가처분 일부 인용...나머지 신청은 기각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목사와 관련한 각종 의혹을 다룬 온라인 게시물을 둘러싼 법적 공방에서 법원이 일부 게시물에 대해 게시금지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 다만 신청인이 제기한 모든 게시물과 의혹에 대해 게시금지를 인정한 것은 아니어서, 이번 결정은 각 의혹의 사실 여부를 최종적으로 확정한 판결과는 구별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제5민사부는 지난 3일 이영훈 목사가 박O현 씨를 상대로 제기한 '게시물 삭제 및 게시금지 가처분 신청' 사건(2026카합50164)에 대해 일부 인용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서울남부지방법원 2023가단267670 손해배상 사건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결정문 별지 2 목록 가운데 제6항과 제7항에 해당하는 내용의 게시물을 유튜브와 SNS 등 인터넷 매체에 게시해서는 안 된다고 결정했다. 이를 위반할 경우 위반행위 1회당 500만 원을 지급하도록 하는 간접강제도 함께 명령했다.

반면 신청인이 요구한 나머지 게시물 삭제 및 게시금지 신청은 기각했다. 소송비용 역시 각자 부담하도록 했다.

법원이 일부 게시금지를 인정한 이유

이번 사건에서 법원이 주목한 부분은 게시물에 포함된 구체적인 주장들의 진실성 여부였다.

재판부는 별지 2 목록 제6항과 제7항에 해당하는 내용에 대해서는 이를 허위라고 판단한 확정판결이 존재하고, 채무자인 박O현 씨가 해당 내용이 진실이라는 점을 뒷받침할 만한 객관적인 근거를 충분히 제시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또한 해당 내용으로 인해 이영훈 목사에게 중대하고 회복하기 어려운 명예훼손의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봤다. 이에 따라 게시금지에 필요한 피보전권리와 보전의 필요성이 소명됐다고 판단했다.

법원이 게시금지를 명한 대상에는 이영훈 목사가 이○진 씨와의 관계를 통해 혼외 자녀를 출산했다는 내용과, 교회 권사의 딸을 성폭행해 자녀를 출산하게 했다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다만 이번 결정은 해당 의혹과 관련한 모든 법적 쟁점을 최종적으로 판단한 본안판결은 아니다. 법원은 가처분 절차의 특성상 현재 제출된 자료를 토대로 게시금지의 필요성과 권리관계를 판단했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의 범위를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나머지 의혹에 대해서는 "허위성 소명 부족"

이번 결정에서 더욱 주목되는 부분은 법원이 별지 2 목록 제1항부터 제5항까지의 내용에 대해서는 게시금지를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재판부는 해당 내용에 대해 채무자가 일정한 소명자료를 제시했으며, 현재까지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채권자가 이를 허위라고 충분히 소명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특히 법원은 이영훈 목사가 대형 교회 담임목사로서 갖는 공적 지위와 국내외 종교계에서의 영향력, 사회적 관심 등을 고려할 때 해당 내용을 게시하거나 이를 언급한 행위가 위법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이에 따라 이영훈 목사가 삭제를 요구한 일부 영상과 관련 게시물에 대해서는 피보전권리와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번 결정은 교계 지도자와 공적 인물에 대한 의혹 제기가 무조건적으로 허용되거나, 반대로 모든 의혹 제기가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녹취파일도 주요 쟁점으로 다뤄져

재판 과정에서는 온라인 게시물의 근거로 제시된 녹취파일과 녹취록의 증거능력과 증명력도 주요 쟁점이 됐다.

이영훈 목사 측은 해당 녹취파일이 원본이 아닌 복사본이며 파일 형식과 파일명 등이 일반적인 녹음파일과 다르고, 일부 내용이 원본과 다르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로서의 가치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민사소송에서는 형사소송과 같은 증거법칙이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며, 법원이 자유심증에 따라 증거의 채부와 증명력을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통화 자체가 실제로 이뤄졌다는 점에 대한 관련자의 진술 등을 비롯해 여러 사정을 종합해 해당 녹취파일 등의 증거능력과 증명력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녹음파일의 확장자나 파일명이 변경됐거나 일부 편집됐을 가능성만으로 그 내용 전체의 신빙성이 당연히 부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또한 제출된 분석 결과에서도 AI를 이용해 조작한 흔적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확정판결과 이번 가처분 결정은 구별해야

이번 사건에서 법원은 과거 관련 민·형사 사건의 확정판결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검토했다.

일반적으로 다른 민·형사 사건의 확정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은 유력한 증거자료가 될 수 있지만, 새로운 재판에서 제출된 증거에 따라 기존 판결의 사실인정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이를 달리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 재판부의 설명이다.

재판부는 앞선 사건과 이번 사건에서 제출된 녹음파일과 녹취록의 출처와 내용 등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앞선 사건에서는 녹취록의 출처와 작성 경위, 녹음 일시와 편집 경위, 대화 당사자 등이 명확하지 않았던 반면, 이번 사건에서는 녹취록과 녹음파일이 함께 제출됐고 대화의 일시와 당사자, 실제 통화가 있었다는 사실 등에 대해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었다는 점을 고려했다.

따라서 이번 가처분 결정은 기존 확정판결의 존재를 무시한 것이 아니라, 이번 사건에서 새롭게 제출된 자료와 소명 정도를 토대로 가처분의 필요성을 판단한 결정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교회 지도자의 공적 책임과 표현의 자유

이번 사건은 한국교회가 사회적 영향력이 큰 교회 지도자를 둘러싼 의혹과 논란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여러 질문을 던진다.

법원은 명예훼손 사건에서 표현의 자유와 개인의 명예 보호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사실을 적시한 경우라도 그것이 진실한 사실이고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면 위법성이 인정되지 않을 수 있으며, 공공성 여부를 판단할 때는 표현의 내용과 방법, 상대방의 범위, 피해자의 공적 지위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는 교계 안에서 제기되는 의혹을 다룰 때도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

교회 지도자는 일반적인 사인과 달리 교회 공동체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따라서 지도자의 공적 활동과 관련한 합리적인 비판과 검증은 필요하다.

그러나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사실처럼 단정하거나, 이미 법적으로 허위성이 인정된 내용을 반복적으로 유포하는 행위 역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특히 유튜브와 SNS를 통한 정보 확산 속도가 매우 빨라진 오늘날에는 한 번 유포된 내용이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광범위하게 재생산될 가능성이 크다. 법원이 일부 게시물에 대해 '회복하기 어려운 명예훼손의 피해' 가능성을 언급한 것도 이러한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교계, '의혹 제기'보다 사실 확인과 책임 있는 검증 필요

이번 사건은 한국교회 안에서 갈등과 의혹이 발생했을 때 이를 어떻게 공론화할 것인지에 대한 과제도 남긴다.

교회는 진실을 추구해야 하는 공동체다. 지도자에 대한 비판이나 문제 제기를 무조건적으로 막아서도 안 되지만, 반대로 충분한 검증 없이 의혹을 확대·재생산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목회자와 교회 지도자를 둘러싼 사안일수록 개인의 명예 문제를 넘어 교회 공동체 전체의 신뢰와 직결될 수 있다.

이번 법원 결정 역시 모든 의혹을 일괄적으로 사실 또는 허위라고 판단한 것이 아니다. 일부 내용에 대해서는 게시금지를 명했고, 다른 일부 내용에 대해서는 현 단계에서 허위성이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향후 본안소송 등에서 어떤 사실관계가 최종적으로 확정될지는 별도의 법적 절차를 통해 지켜볼 필요가 있다.

한국교회 역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진실에 대한 검증, 표현의 자유, 개인의 명예 보호, 교회 지도자의 공적 책임이라는 네 가지 가치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온라인 공간에서 교계의 갈등을 다룰 때 자극적인 제목과 단정적인 표현보다 객관적인 자료와 법원의 판단을 중심으로 사실관계를 전달하는 책임 있는 태도가 요구되고 있다.

이지수 기자 libertas@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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