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대학교 전경
우즈베키스탄 유학생 22명을 강제로 출국시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신대학교 관계자 3명의 재판에서 출국 당일 유학생들을 상대로 협박성 발언을 하고 휴대전화를 수거하는 정황이 담긴 영상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특히 해당 영상에는 한신대 관계자가 유학생들에게 출국을 거부할 경우 감옥에 갈 수 있다고 말하며 귀국을 종용하는 장면과 함께, 학교 측 관계자가 유학생들의 휴대전화를 수거하겠다고 밝히는 모습이 담겨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수원지법 형사15부(정윤섭 부장판사)는 지난 8일 국외이송약취, 특수감금, 특수강요 등의 혐의로 기소된 한신대 관계자 3명에 대한 재판을 진행했다.
이날 검찰은 사건 당시인 2023년 11월 27일 유학생들이 출국하기 위해 탑승한 버스 내부 상황이 담긴 영상을 법정에서 공개했다. 해당 영상은 당시 출국 과정에서 한신대 측 통역 지원 직원이 직접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사건과 관련해 유학생들이 몰래 촬영한 영상이 언론을 통해 공개된 적은 있었지만, 한신대 측에서 직접 촬영한 현장 영상이 법정에서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상에는 버스 좌석에 앉아 있는 20여 명의 우즈베키스탄 유학생들과 버스 통로 곳곳에 배치된 사설 경호원들의 모습이 담겼다. 한신대 관계자는 버스 앞쪽에서 마이크를 들고 유학생들을 상대로 출국과 관련한 설명을 이어갔다.
영상 속 관계자는 유학생들에게 당초 평택출입국사무소로 이동할 예정이었으나 사정이 변경돼 인천공항으로 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자 서류가 미비해 승인이 거절될 수 있으며, 이 경우 출입국 관련 법규 위반으로 감옥에 갈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또 "이걸 어기면 출입국사무소에 가서 감옥에 있다가 강제 출국을 당하고 다시는 대한민국에 못 들어온다"며 출국을 따르도록 종용하는 내용도 영상에 담겼다.
당시 관계자는 유학생들에게 일정 기간 뒤 필요한 조건을 갖추면 다시 학교에 올 수 있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휴대전화 수거와 관련한 발언도 확인됐다. 또 다른 관계자는 유학생들에게 "모든 건 너희들을 위해서 하는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지금부터 휴대전화를 다 수거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과정이 촬영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유학생들을 보호할 수도 있고 불이익을 줄 수도 있다는 취지의 발언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유학생들이 비자 관련 지침 변경, 특히 잔고 증명 요건 강화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고 항변하자 한 관계자가 강한 어조로 질책하는 장면도 공개됐다.
검찰은 이 같은 영상이 출국 당일 학교 관계자들이 유학생들에게 심리적인 압박을 가하고, 사설 경호원 등을 동원해 휴대전화를 수거하는 등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는지를 판단하는 데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피고인 측은 이날 재생된 영상 증거에 대해 별다른 의견을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약취·감금 고의 없었다" 혐의 부인
이번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한신대 국제교류원 전 원장 A씨 등 관계자 3명은 2023년 11월 27일 국내 체류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자교 어학당에 다니던 우즈베키스탄 유학생 23명을 대형버스에 태워 인천공항으로 이동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이 가운데 출국을 거부한 1명을 제외한 22명이 실제로 출국하게 됐다.
피고인들은 앞서 열린 첫 재판에서 약취나 감금에 대한 고의가 없었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따라서 향후 재판에서는 당시 학교 측의 조치가 단순한 출입국 관련 행정지도였는지, 아니면 유학생들의 자유로운 의사에 반해 출국을 강요하거나 이를 위해 물리적·심리적 압박을 가한 행위였는지가 주요 쟁점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재판부는 오는 11월 17일 출국 당시 인천공항 내부 CCTV 영상을 추가로 확인한 뒤 피해 유학생 등에 대한 증인신문을 본격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민주 한신'의 정체성에도 던져진 질문
이번 사건은 단순히 대학의 유학생 관리 과정에서 발생한 행정적 문제를 넘어, 대학이 사회적 약자와 외국인 유학생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특히 한신대학교는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와 함께 민주화와 인권, 사회적 약자에 대한 연대의 역사 속에서 '민주 한신'이라는 정체성을 강조해 온 대학이다.
기독교 신앙 역시 힘 있는 사람의 권리를 보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적 약자와 이방인을 돌보고 억압받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을 중요한 가치로 삼아왔다.
그런 점에서 이번 재판에서 공개된 영상 속 발언과 휴대전화 수거 정황은 사실관계와 법적 판단을 떠나 한신대의 교육적·기독교적 정체성에 되묻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장 교단 안에서도 이번 사건을 바라보며 안타까움과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기장 관계자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한신이 그동안 무엇을 위해 민주화와 인권을 이야기해 왔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대학이 유학생을 대하는 과정에서 인권과 존엄의 가치를 충분히 지켰는지 성찰해야 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물론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만큼 영상에 담긴 발언과 행위가 실제 형사법상 어떤 의미를 갖는지는 향후 재판부의 판단을 지켜봐야 한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대학의 행정권과 유학생의 기본권이 충돌할 때 어떤 원칙을 적용해야 하는지, 특히 기독교 정신을 표방하는 대학이 외국인 유학생과 같은 상대적 약자를 어떤 방식으로 보호해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교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신대 유학생 강제출국 사건의 진실은 향후 법정에서 가려질 예정이다. 다만 법적 판단과 별개로 이번 사건은 '민주 한신'이 오늘날 어떤 방식으로 인권과 약자 보호라는 가치를 실천하고 있는지를 되묻게 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