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평화선언」 발표 기자회견이 열렸다.
2026 세계 에큐메니칼 평화대회 국제회의를 마무리하는 11일 낮 12시 라마다 서울 동대문 호텔 메이플 연회장에서 참가자들이 회의를 통해 함께 채택한 「서울 평화선언」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WCC 제리 필레이 총무, CCA 문정은 총무, NCCK 박승렬 총무를 비롯해 스웨덴교회와 미국장로교회(PCUSA), 팔레스타인 교회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서울 평화선언」을 통해 한반도 평화 통일 운동에 있어 이정표를 제시한 88 선언의 정신을 계승하는 한편 평화를 단순히 구호로만 외치는데 그치지 않고 프락시스 차원으로 폭넓게 접근하려는 노력을 보여줬다. 특히 88 선언 5대 원칙 중 하나인 인도주의 차원에서 민간교류와 생태평화를 위해 남북 협력을 촉진하겠다는 각오도 밝혔다.
아울러 이산가족 상봉과 인도적 협력의 재개 그리고 청년과 여성, 종교공동체와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남북 간 민간교류를 활성화 하겠다고 했으며 기후변화 대응과 생태계 복원을 위한 남북 협력을 촉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이주민과 다문화가족, 북한이탈주민, 난민을 비롯해 한반도에서 주변화된 공동체의 인권을 보호하고 사회적 포용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날 발언한 박승렬 NCCK 총무는 "서울 평화선언이 단순히 과거를 기념하는 선언이 아니라, 현재 교착된 남북관계 속에서 교회가 다시 평화의 역할을 감당하기 위한 새로운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박 총무는 "지난 40년의 긴 세월이 선언문을 준비하는 과정에 담겨 있다"며 "1986년 글리온 회의는 남북한 그리스도인들만의 노력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 WCC와 여러 세계교회, 해외 교회들의 도움과 협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평가했다.
또 "지금도 남과 북은 평화롭지 못하고 남북관계는 단절돼 있다"며 "이러한 때 남한의 교회와 북한의 교회, 그리고 세계교회가 평화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고 마음을 모으기 위해 이번 평화대회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WCC 제리 필레이 총무가 발언하고 있다.
WCC 역시 남북 교회 간 대화와 교류를 다시 이어가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WCC 제리 필레이 총무는 한국과 NCCK와 함께 70여 년의 여정을 걸어왔으며, 그 과정에서 남북이 대화하고 연결되는 중요한 순간들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40년 전 글리온 회의를 언급하며 "정치적 상황과 관계없이 관계를 강화할 수 있었던 것은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성찰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 남북 정부 간 대화가 교착된 상황에서도 교회는 정치적 의제를 넘어 대화와 관계 회복을 위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WCC는 NCCK와 함께 향후 북한 교회와 연결하고 대화를 이어갈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번 대회에서는 한반도 평화를 세계 평화의 문제로 바라보는 시각도 강조됐다. WCC 측은 이번 대회가 한반도 상황에만 머물지 않고 팔레스타인과 가자지구를 비롯한 세계 곳곳의 전쟁과 평화 문제를 함께 논의했다는 점을 중요한 의미로 꼽았다.
미래세대를 위한 평화의 책임도 강조됐다. CCA 문정은 총무는 발언을 통해 해외에서 자녀가 북한 외교관 자녀들과 함께 공부하고 생활했던 경험을 소개하면서, 젊은 세대에게는 기성세대가 가진 분단과 남북관계에 대한 적대감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쟁의 위험과 적대적 긴장관계가 없어지고 정말 평화로운 시대를 살아갈 수 있는 미래를 우리 자녀들에게 만들어줘야 한다"며 "신앙의 책임과 윤리적 과제로 통일운동을 우리의 과제로 삼고, 교회가 하나 되어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연대와 협력, 기도를 계속 이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세계교회의 연대 발언도 이어졌다. 스웨덴교회 측 인사는 어린 시절 한국전쟁에 관한 소식을 접했던 경험을 회고하며, 한국의 평화를 위한 국제적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스웨덴교회가 평화와 화해, 정의를 중요한 사명으로 삼아 왔다며 한국을 비롯해 세계 곳곳의 평화를 위한 교회의 역할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미국장로교회(PCUSA) 측에서도 이번 대회를 계기로 한반도 평화를 위한 교회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밝혔다. 특히 미국 사회와 교회 안에서 한국전쟁과 한반도의 정전 및 평화체제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며, 교회가 한반도 평화에 대해 교육하고 평화의 여정에 동참하도록 촉구해 왔다고 설명했다.
팔레스타인 교회 측 인사는 한국과 팔레스타인이 분단과 강대국의 영향이라는 역사적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과 팔레스타인, 독일의 분단 경험을 언급하면서 분단의 아픔과 평화를 향한 열망을 서로 이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기자회견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된 메시지는 '평화선언 이후'였다. 40년 전 글리온에서 시작된 남북 교회와 세계교회의 평화 연대가 과거의 역사로 남아서는 안 되며, 현재의 남북관계 단절을 넘어 새로운 대화와 교류를 만들어내는 실천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 평화선언은 이러한 의미에서 한반도 평화를 한국교회만의 과제가 아닌 세계교회의 공동 과제로 다시 확인하고, 평화와 화해를 위한 교회의 지속적인 연대와 행동을 촉구하는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