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서울은혜교회 원로 홍정길 목사
홍정길 목사(밀알복지재단 이사장)가 죽음 이후의 삶에 대한 기독교의 소망이 오늘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의 삶과 윤리를 변화시키는 중요한 신앙적 토대라고 강조했다.
홍 목사는 지난 10일 경기도 부천 서울신학대학교 존토마스홀에서 열린 '기독교 웰다잉(Well Dying) 심포지엄' 기조강연에서 자신의 북한 사역 경험과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와의 만남을 소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강연에서 홍 목사는 특별히 황장엽 전 비서와의 두 차례 만남을 회고했다. 황 전 비서는 북한 주체사상의 이론적 체계를 정립한 인물로 알려졌으며, 1997년 한국으로 망명했다.
홍 목사에 따르면 그는 북한 식량 지원을 위해 중국 선양을 방문하던 중 황 전 비서를 만났다. 당시 황 전 비서는 홍 목사에게 공산주의와 주체사상의 차이를 설명하며 자신의 사상을 소개했다.
홍 목사는 황 전 비서가 공산주의를 '유물론', 주체사상을 '인본주의'라고 설명하면서 혁명과 파괴, 사랑과 협력 등을 이야기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홍 목사는 6·25전쟁을 직접 경험한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공산주의에 대한 다른 인식을 갖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황 전 비서에게 '내세를 믿는 진실한 종교인이 있는가'라는 취지의 질문을 받았고, 자신은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으로서 죽음 이후 천국에 대한 확신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홍 목사는 당시 황 전 비서에게 자신이 죽더라도 다음 순간 천국에서 눈을 뜰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고 회고했다.
"내세 신앙은 현실을 외면하게 하는 것이 아니다"
홍 목사가 이날 강조한 핵심은 '내세 신앙과 현실의 삶이 서로 분리돼 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그는 내세를 강조하면 현실의 삶이 약화된다는 주장에 대해 오히려 반대되는 논리를 제시했다.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삶이 최종적으로 평가받는다는 믿음을 가진 사람이라면 현실에서 손해를 보거나 억울한 일을 당하더라도 진실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홍 목사는 이러한 의미에서 기독교의 천국 신앙이 단순히 죽은 이후를 위한 위안이 아니라 현재의 삶에서 정직과 거룩을 선택하게 하는 신앙적 기반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의 도덕철학을 언급하면서 하나님과 도덕의 관계를 설명하기도 했다.
결국 인간이 자신의 삶을 하나님 앞에서 바라보고 죽음 이후의 책임까지 의식할 때, 현실의 삶 역시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홍 목사의 주장이다.
이는 웰다잉을 단순히 죽음을 준비하는 기술이나 의료적 문제로만 접근하기보다 삶과 죽음 전체를 신앙의 관점에서 성찰해야 한다는 기독교적 관점과도 연결된다.
북한 사역 23년 돌아보며 "이유식 주는 것이 본업이었다"
홍 목사는 이날 자신의 북한 사역 경험도 소개했다. 그는 약 23년 동안 북한을 오가며 두 살 이하 어린이들에게 이유식을 지원하는 일을 주요 사역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에 대한 정치적 평가나 이념적 논쟁에 직접 뛰어들기보다 자신에게 맡겨진 지원 사업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홍 목사는 이러한 활동 과정에서도 자신을 둘러싼 여러 비판과 오해가 있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북한 주민을 돕는 인도적 지원을 둘러싸고 한국교회 내부에서도 다양한 시각이 존재했음을 언급하며, 자신의 사역은 특정 이념을 지지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굶주린 어린이들을 돕는 데 목적이 있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 같은 회고는 홍 목사가 북한 문제를 바라보는 과정에서 이념적 논쟁보다 인간의 생명과 돌봄이라는 선교적 가치를 중요하게 여겨왔음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황장엽 망명 전날 만남도 회고
홍 목사는 황 전 비서의 한국 망명과 관련한 일화도 공개했다.
그는 황 전 비서가 한국으로 망명하기 전날 밤에도 자신과 함께 있었다고 밝혔다.
당시에는 황 전 비서가 망명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지만, 이후 그가 한국으로 망명하면서 자신이 황 전 비서를 데려왔다는 소문까지 북한에서 나왔다고 회고했다.
홍 목사는 당시 상황을 돌아보며 자신 역시 위험에 처할 수 있었던 자리였다고 말했다.
그의 회고는 한국교회가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진행하던 시절, 대북 사역자들이 겪었던 긴장과 위험의 일면을 보여준다.
세월호 언급하며 "죽음 이후의 소망 가르치는 교회 돼야"
강연 말미에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홍 목사의 견해도 나왔다.
홍 목사는 세월호 참사로 자녀를 잃은 기독교인들을 언급하며, 교회가 죽음 이후의 천국에 대한 소망을 보다 분명하게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가족들이 겪은 상실과 고통을 언급하면서,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죽음 이후 다시 만날 것이라는 신앙의 소망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또 일부 유가족들의 오랜 슬픔과 사회적 갈등을 바라보며, 교회가 증오와 미움이 지속되는 상황을 치유하고 신앙 안에서 삶을 회복하도록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세월호 참사와 유가족 문제는 단순히 개인의 신앙적 위로만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사회적·역사적 상처를 포함하고 있는 만큼, 교회가 애도와 공감, 진상 규명과 사회적 책임의 문제를 어떻게 함께 다룰 것인지에 대한 보다 폭넓은 논의도 필요하다.
홍 목사의 이날 발언 역시 이러한 복합적인 논의를 포함한 사회적 논쟁의 한 견해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천국 소망이 분명해지면 부흥 일어날 것"
홍 목사는 마지막으로 한국교회가 죽음과 영생에 관한 복음의 메시지를 다시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교회가 현실의 문제에만 매몰되지 않고 인간의 죽음과 영원한 생명이라는 기독교 신앙의 근본적인 질문을 다시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과거 부흥운동의 전통 속에서 천국에 대한 소망이 중요한 신앙의 동력이었다고 평가하며, 이 같은 신앙을 회복하는 것이 한국교회의 영적 회복과도 연결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웰다잉이라는 주제는 결국 '어떻게 죽을 것인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죽음 이후를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오늘의 삶을 바라보는 방식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홍 목사가 황장엽 전 비서와의 만남을 통해 회고한 '천국 소망'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기독교 신앙에서 죽음은 삶의 마지막이지만 동시에 영원한 생명에 대한 소망을 바라보게 하는 사건이다. 따라서 천국에 대한 소망이 현실 도피가 아니라 오늘의 삶에서 진실과 사랑, 책임과 거룩을 선택하게 하는 힘으로 작용해야 한다는 점이 이날 강연의 중요한 메시지로 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