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한국기독교장로회신학연구소(소장 이재천)가 최근 출간한 계간지 ‘말씀과 교회- 특집: 교회합병 사례’를 연재합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원리에 따라 교회 숫자에 의존하는 경향이 두드러진 한국교회 그리고 생존 경쟁에 따라 개교회 이기주의에 빠져버린 한국교회에 교회 합병 이야기는 ‘양보와 비움’이란 교회의 본래의 가치를 찾는데 작지만,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 편집자 주
▲ 평강교회의 합병은 교회 합병이 직면한 현실적인 어려움을 타개하는 하나의 좋은 대안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
교회합병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들이 있다. 하나님의 거룩한 교회를 자기들 맘대로 합치느냐, 하나의 교회라도 더 개척해야 하는데 교회를 합하여 하나로 만드느냐 등등. 그러나 교회 합병은 노회의 합법적인 절차를 통하여 이루어지는 만큼 무조건 부정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아래 소개하는 평강교회 사례는 매우 실제적인 이유로 교회합병을 추진하고 성공적으로 교회를 합병한 모범적인 사례이다. 이는 교회합병이 교회가 직면한 현실적인 어려움을 타개하는 하나의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성은교회 부임과 교회합병 이야기가 나오기까지
정옥균 목사는 동련교회, 전주 금암교회 등에서 20여년 목회를 하다가 서울 북노회 소속 성은교회에 2003년 2월에 부임을 했다. 그때 성은교회는 교회당 구입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었다. 전임 목회자는 자양동 쪽으로 가자고 했고, 교인들 일부는 이 동네에 그대로 있자고 하고, 그러다 우여곡절 끝에 현재의 건물을 5억 원의 빚을 지고 구입하게 되었는데, 결국 교회가 분열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전입 목회자는 대부분의 교인들을 데리고 다른 곳에 교회를 개척해 나가고, 성은교회에는 교인 30명만이 남게 되었던 것이다.
당시 성은교회 사정은 매우 열악했다. 교회는 갈라지고 목회자는 없고 5억 원의 빚더미 위에 있었다. 교회는 건물 윗 층은 세를 주어 겨우 대출 이자만을 갚아가고 있었지만, 목회자를 청빙할 형편은 못되었다. 몇몇 목회자를 접촉하였지만, 어려운 상태에 처해 있는 교회의 목회자로 선뜻 지원하는 목회자는 없었다고 한다. 어떻게 정목사에게 연락이 닿았고 2003년 2월에 정 목사가 성은교회에 부임하게 되었다.
성은교회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숭신교회가 있었다. 숭신교회 교인은 100명 정도가 있지만, 교회 건물이 없는 상태였다. 그래서 상가건물 3∼4층을 임대해 예배를 드리고 있었는데, 상가 임대료만 한 달에 600만원을 지불해야 했다. 당시 숭신교회 한 달 헌금이 900만원 정도 들어왔는데, 600만원 월세주고, 목사 사례비 주면 남는 게 없었다. 그래도 숭신교회는 지난 13년 동안 꾸준하게 건축헌금을 해서 7억 원의 건축헌금을 갖고 있었다. 그때 숭신교회 추 목사가 생각한 것이 이웃의 성신교회와의 합병이었다는 것이다. 정 목사는 추 목사의 생각을 다음과 같이 풀어 놓는다. 그 당시 추 목사는 은퇴를 얼마 남겨놓지 않은 상태였다. 추 목사는 자신이 튼회하고 후임 목사가 오면 교회가 자칫 갈라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는 것이다. 그동안 추 목사 자신은 본인이 개척했기 때문에 교회를 별 무리 없이 이끌어올 수 있었다. 그러나 새 목사가 오면 교회당 월세는 높지 사택도 마련해야지, 사례비도 줘야 하지, 비용부담은 지금보다 훨씬 높아지는데, 새 목사가 교인들과 잘 적응이 되면 좋겠지만, 안 되면 교인들 한 두 사람 나가고 그러다 보면 교회 건물도 없는데 공중분해 되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던 것이고, 해결책으로 이웃의 성은교회와의 합병을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해 5월 어느 날 추 목사가 정 목사를 찾아와 교회합병을 제안했다는 것이다. 추 목사는 성은교회에 목회자가 없을 때 임시당회장을 지내서 성은교회의 형편을 잘 알고 있었다. 성은교회의 형편을 보니까 성은교회가 건물을 구입하기는 했는데 많은 빚이 있고 교인들은 별로 없고, 숭신교회의 형편은 그 반대였다. 교인들은 100명이나 되는데, 자체 건물이 없다. 지금 숭신교회는 7억원의 건축헌금을 갖고 있지만, 더 이상의 건축헌금은 부담스러웠다. 지금까지 세 차례나 건축헌금을 했기 때문이다. 땅을 사려고 시도는 해보았지만, 사기를 당하고 돈만 떼이고 말았다. 자, 성은교회는 건물은 있는데 빚이 있고, 숭신교회는 건물은 없는데 돈은 조금 있고, 성은은 교인이 없고 숭인은 그래도 100명은 되고, 자립할 정도는 되지 않는가. 그러니까 합병하자는 것이었다.
후유증 없는 교회합병이야기
추 목사는 주도면밀하게 합병을 추진하고 있었다. 정 목사가 부임하기 전부터 성은교회 교인들에게 숭신교회와 합병하자는 말을 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 때는 성은교회 교인ㄷ르이 목사도 숭신교회 목사고, 교인 숫자도 숭신교회가 많은데, 돈 일부 가져와서 빚 갚아주고 나면, 우리는 흡수통합되는 것이 아니냐 하고 반대했다고 한다. 마침 정 목사가 부임하자 추 목사는 다시 말을 꺼냈던 것이다. 정 목사가 성은교회에 온지 석 달밖에 안 됐으니까 숭신교회 교인들은 추 목사 은퇴하고 새 목사 모셨다고 생가할 것이고, 성은교회 교인들은 우리 교회 목사님 중심으로, 건물도 우리 교회로 통합되니까 찬성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합병문제를 교회에서 공론화하자, 성은교회는 찬성했고, 이제는 숭신교회에서 찬반양론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우리가 백기 들고 가는 것이 아니냐, 교회도 성은교회이고, 목사님도 성은교회 목사이고 이렇게 반대의견이 분분했다고 한다. 그러나 추 목사가 나는 더 이상 목회하지 않는다. 당신들이 후임 목사 구하고, 교회 건물 구하고, 목사 사택도 마련하고 알아서 해라. 나는 더 이상 목회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그러나 현실적으로 좋게 생각할. 목사님도 성은교회 목사가 아니다. 혼자 겨우 3개월 밖에 안됐으니까. 숭신교회가 새 목사를 모셨다고 생각하면 되지 않겠는가 하고 설득했더니 교인들이 추긍하여 두 달이 채 되지 않은 시기에 절차를 밟아 7월 첫 주에 합병을 하였다고 했다. 추 목사는 3개월 뒤에 사임을 하였다.
▲ 합병한 평강교회 예배당 전경 |
감사하게도 처음 합병을 반대했던 숭신교회 교인들 가운데도 떨어진 사람은 한 명도 없고, 다 합병에 참여하였다고 한다. 지금까지 5년이 지났는데 처음에 130명, 150명까지 모이다가 지금은 평균 185명 정도 출석한다고 한다. 모두가 다 자연스럽게 융화되고, 기쁘게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정 목사는 평강교회가 성공적인 합병을 할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를 두 가지 내세운다. 하나는 서로가 상대방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절대적인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한 교회의 목회자가 자연스럽게 뒤로 물러났다는 것이다. 그는 만약 이 두 가지 조건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충족이 되지 않았다면, 교회합병은 결코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본다.
평강교회로
정 목사는 교회를 합병하면서 교회 이름을 평강교회로 바꾸고 성은교회 명의로 되어있던 교회건물과 재산을 총회유지재단에 넣는 절차를 밟았다. 처음 교회 명을 바꾸자고 했을 때, 두 교회의 이름을 따라서 성신교회 내지는 신성교회라고 하자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정 목사는 이와 합병하는 거 제3의 이름으로 짓자고 당회원들에게 제안하였고, 평강이라는 명칭을 합병한 새 교회의 이름으로 정했다고 한다.
평강교회라는 이름 그대로 교회가 합병한 뒤에 교회에서는 합병으로 인한 아무런 갈등이 생기지 않았다. 한 때 우려했던 일이 있었는데 너무나 은혜롭게 끝나서 이젠 평강을 누린다고 했다. 원래 평강교회는 합병하고 네 명의 당회원들이 있었다. 두 명은 성은교회 장로였고, 다른 두 명은 숭신교회 장로였다. 그런데 성은교회 출신 장로 두명이 은퇴했고, 숭신교회 출신 장로 한명도 은퇴했다. 그래서 장로를 투표하여 뽑기로 했는데, 그때 정 목사는 혹 장로선임과정에서 어떤 부작용이 생기지 않을까 염려했다고 한다. 정 목사는 교인들에게 무조건 평강이다. 우리는 평강교회 장로를 뽑는 거라고 누누이 강조했고, 결국 투표에서는 숭신교회 쪽에서 두 명 다 선출되었지만, 우려했던 일은 생기지 않았다고 한다.
정 목사는 새로 등록하는 새신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교회합병의 시너지 효과로 내세운다. 사실 성은교회나 숭신교회 같은 교회가 전도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새로운 신자가 온다고 해도 교회당 분위기가 썰렁하거나 어둡고 습한 지하실에 있는 교회아 정착하기란 쉽지 않다. 합병한 첫 해 70명 정도가 등록하고, 그 이후에도 꾸준히 50여명 정도가 등록하고 있다는 것은 리모델링한 교회지만 자기 교회가 있고 어느 정도 교세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는 것이다.
평강교회의 꿈
정옥균 목사는 지금까지 자신의 목회관이 두 가지 기본 토대 위에 세워져있다고 말한다. 하나는 말씀과 기도에 힘쓰는 교회가 되게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 토대 위에서 지역을 우해 봉사하는 교회가 되게 하자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말씀과 기도에 힘쓰는 교회가 되게 하기 위해서 해마다 100일간의 특별새벽기도회 기간을 정하고 교이들이 다함께 성경을 통독하고 기도하는 시간을 갖는다고 한다. 찬송 한 장 부르고 기도하고 성경을 하루에 15장 정도씩 읽어가는 데, 교인들이 잘 따라주고 있다고 했다. 또한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교회가 되고자 해서 찾은 것은 동네의 독거노인들에게 반찬을 배달하는 일도 했다. 여신도들이 1주일 먹을 국이나 다른 밑반찬 3가지 정도를 만들어 동네 노인들에게 나눠 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병원 자원봉사팀을 만들어서 매주 수요일마다 지역에 있는 건국대 병원에 가서 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러한 기본에 충실한 목회가 합병한 교회를 건강하게 성장시키는 동력으로 보인다.
평강교회는 일차적으로 300명을 목표로 하고, 매주 금요일마다 전도대를 편성하여 지역 곳곳을 찾아다니며 전도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평강교회는 주차장이라든지 교회공간, 교육시설이 여전히 부족한 형편이다. 또한 평강교회는 본래 상가건물로 설계된 건물 1층을 예배당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천장이 낮아서 강단이나 성가대석을 그럴듯하게 꾸미질 못하고 있다. 정 목사는 옆의 상가부지를 구입하여 예배당을 확장하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래서 평강교회는 새롭게 건축헌금을 계획하고, 한 구좌에 만원씩 사람에 따라서 10구좌 5구좌 3구좌 1구좌 이렇게 매달 건축헌금을 해서 현재 4억 정도의 건축헌금을 모았다고 한다. 조만간 이웃 상가 부지를 구입할 예정이라는데, 평강교회가 꿈꾸는 바대로 넓은 부지를 확보하여 아름다운 예배당을 하나님께 봉헌하게 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