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자들과 신학자들이 "한국교회는 창조과학회에 대한 지지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일 연세대에서 열린 '제 49회 연세신학 공개강좌'에서다. 발제자로 나선 이영욱 교수(연세대 천문우주학과), 문영빈 교수(서울여대 기독교학과), 신재식 교수(호남신대 조직신학)는 기독교와 현대우주론, 기독교와 진화론의 만남을 시도하며 우주와 인간의 기원은 자연과학으로 풀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중 이영욱교수는 자연과학자로서, 역시 자연과학자들로 구성된 '한국창조과학회'에 거센 비판을 가해 관심을 모았다. 연세대 천문우주학과와 예일대학교대학원 천체물리학과를 거쳐 현재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교수로 있는 이 교수는 '현대우주론과 기독교 신앙'이란 발표에서 "한국 교회에는 사이비 과학이 창궐한다"고 비판하고, 이 '사이비 과학'이란 다름 아닌 한국창조과학회가 주장하는 것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창조과학회는 창조와 진화의 관계를 대립적으로 설정하고 진화론과 빅뱅우주론을 비판한다"며 "문제는, 그들이 아직 검증 안 된 이론은 물론이고 수많은 관측과 실험을 통해 반복 검증된 정설까지도 무차별 공격한다는 데 있다"고 말했다. 또 정설을 배격하면서 내놓는 근거의 대부분이 "과학계의 정상 루트를 통과하지 않은 비전문가의 사이비 과학이론"이라고 비판했다.
한 예로 그는 자신의 전공분야인 '천문학'을 들며, "한국창조과학회의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여러 글 중에는 필자의 전공분야인 천문학 영역의 내용도 많이 있는데, 놀랍게도 그들은 현대우주론의 핵심이며 여러 관측적 증거들로 인하여 의심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수준에 있는 빅뱅 이론, 140억년의 우주 나이, 항성과 은하의 형성에 관련된 현대 천문학의 발견을 모두 부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빛의 속도가 과거에는 지금보다 훨씬 빨랐다'는 주장이 그나마 그럴듯한데, 이 또한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들이 인용한 천문학 논문에서 원저자들이 보고하는 것은 과거의 우주에서 빛의 속도가 변했다 해도 현재 속도의 백만 분의 일 정도의 무시할 정도의 양이며, 이 또한 관측오차 이내이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다는 것"이라며 "따라서 이 주장은 창조과학회가 주장하는 '젊은 우주론'에 심각하게 반대된다"고 논리적 결함을 지적했다.
또 창조과학회에 '비전공자'들이 난무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창조과학회가 주로 채택하는 미국창조연구소(ICR)에서 천문학 관련 글을 쓰는 사람들의 전공은 놀랍게도 대부분 천문학이 아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대부분이 마치 우주론을 전공한 듯이 소개되고 있다"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이 교수는 한국 교회가 '신앙'과 '과학'을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우리는 말씀(성경)을 믿음으로써 하나님이 모든 우주만물을 창조하셨다고 믿으나, 성경이 과학적 과정을 과학적 언어로 기술할 목적으로 쓰여진 책이 아닌 만큼 하나님께서 주신 또 한 권의 책인 '자연과 우주'를 통해 창조의 구체적이고 과학적인 과정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창조과학회'에 대한 지지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강조하며, "창조과학회가 예수의 이름으로 사이비과학을 전파하는 것을 더 이상 방관한다면 세상 사람들이 한국교회가 전파하는 복음도 '사이비'라고 생각하지 않겠는가? 이제는 진실한 크리스천 과학자들이 발언할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의 발표에 대해 자연과학자이자 신학자인 문영빈 교수는 "너무 속 시원한 발표였다. 나도 한때 창조과학에 빠졌었는데, 학창시절에 이런 강의를 들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공개강좌에서는 문영빈 교수가 <우주-생명-인간의 파노라마와 인간원리>, 신재식 교수가 <기독교와 진화론, 그 만남의 역사와 내용>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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