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박태식]예수의 가족 관계

역사적 예수(3)

마가복음 6장 3절에 따르면 예수는 목수의 아들이었고 어머니 마리아와 형제인 야고보, 요셉, 유다, 시몬 외에 몇몇 누이들이 있었으며(=마태 13:55), 그 아버지는 요셉이었다고 한다(누가 4:22 이하). 또한 예수의 고향 사람들이 그의 가족을 ‘우리 동네 사람들’이라 부른 점(마태 13:56)을 미루어 볼 때, 이곳저곳 떠돌아다닌 예수와는 달리 모두 고향 나자렛에 눌러 살았던 것으로 보인다.

예수의 가족 관계와 관련해 그리스도교 역사에서 한 가지 문제가 되었던 것은 어머니 마리아가 평생 동정을 지켰는가? 인데, 만일 그랬다면 예수의 형제자매들은 모두 이복異腹(혹은, 사촌)이 될 터이고, 만일 예수 이후로 동정을 풀었다면 친자매, 친형제가 될 것이다. 비록 오늘날에는 그리 심각한 문제로 부각되지는 않지만, 한때는 개신교와 가톨릭 사이에서 치열한 논쟁을 벌이게 만들었던 주제였다.

가족에 대한 예수의 태도와 관련해 마가 3:20-21,31-35에 중요한 언급이 나온다. 예수가 (출가한 후) 미쳤다는 소문이 난 까닭에 그의 어머니와 형제들(21절에는 ‘친척’)이 예수를 (고향으로 데려오려고) 찾아왔다. 그러나 군중이 워낙 빈틈없이 들어차 있어 도저히 예수에게 다가갈 수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할 수 없이 군중 속으로 전갈을 보내 가족이 왔음을 예수에게 알렸다. 그러자 예수는 뜻밖에도 “누가 내 어머니며 형제들이냐?”는 놀라운 말씀을 한다. 우리네 정서에 따르면 보통 불효자가 아닌 셈이다. 천리를 멀다 않고 찾아온 어머니를 버선발로 나가서 맞지는 못할지언정, ‘도대체 누가 내 어머니냐’고 반문을 하다니...이해하기 힘든 예수의 태도이다.

그런가 하면, 예수가 자신이 세상에 온 이유를 밝히면서, “나는 아들은 아버지에 맞서고 딸은 어머니와, 며느리는 시어머니와 맞서게 하려고 왔다. 집안 식구가 바로 원수다”(마태 10:35-36)라고 했으며,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고 돌아오겠다는 어떤 제자를 만류하면서 “죽은 자들의 장례는 죽은 자들에게 맡겨 두라.”(누가 9:60)는 말씀도 한다. 모두 기존의 가족 관계를 강력하게 거부하는 말씀들이다. 그러나 가족이라는 인연을 그처럼 가볍게 여긴 예수의 말씀은 어디까지나 하느님 안에서 이루어지는 진정한 가족 관계, 곧 종말론적인 가족 관계를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오셨다는 전갈이 들어오자 예수는 “누가 내 어머니며 형제들이냐?”고 반문한 뒤에, 바로 주변에 둘러앉은 군중을 둘러보며 “바로 이 사람들이 내 어머니며 형제들이다. 하느님의 뜻을 행하는 사람이 곧 내 형제요, 자매요, 어머니다”(마가 3:34-35)고 말씀한다. 비록 피와 살을 나누지는 않았지만 하느님을 따르는 이들로 새로운 가족 관계가 형성된다는 의미이다. 하나님의 뜻이라는 절대 가치 앞에서 혈연이라는 세상 가치가 힘없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박태식 박사(서강대, 가톨릭대, 성공회대 신학 외래교수)

관련기사

좋아할 만한 기사
최신 기사
베리타스
신학아카이브
지성과 영성의 만남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AI의 가장 큰 위험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인간의 죄"

옥스퍼드대 수학자이자 기독교 사상가인 존 레녹스(John Lennox) 박사가 최근 기독교 변증가 션 맥도웰(Sean McDowell)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신간「God, AI, and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한국교회 여성들, 막달라 마리아 제자도 계승해야"

이병학 전 한신대 교수가 「한국여성신학」 2025 여름호(제101호)에 발표한 연구논문에서 막달라 마리아에 대해서 서방교회와는 다르게 동방교회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극단적 수구 진영에 대한 엄격한 심판 있어야"

창간 68년을 맞은 「기독교사상」(이하 기상)이 지난달 지령 800호를 맞은 가운데 다양한 특집글이 실렸습니다. 특히 이번 호에는 1945년 해방 후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김경재 교수는 '사이-너머'의 신학자였다"

장공기념사업회가 최근 고 숨밭 김경재 선생을 기리며 '장공과 숨밭'이란 제목으로 2025 콜로키움을 갖고 유튜브를 통해 녹화된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경직된 반공 담론, 이분법적 인식 통해 기득권 유지 기여"

2017년부터 2024년까지의 한국의 대표적인 보수 기독교 연합단체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의 반공 관련 담론을 여성신학적으로 비판한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인간 이성 중심 신학에서 영성신학으로

신학의 형성 과정에서 영성적 차원이 있음을 탐구한 연구논문이 발표됐습니다. 김인수 교수(감신대, 교부신학/조직신학)는 「신학과 실천」 최신호에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안병무 신학, 세계 신학의 미래 여는 잠재력 지녀"

안병무 탄생 100주년을 맞아 미하엘 벨커 박사(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교 명예교수, 조직신학)의 특집논문 '안병무 신학의 미래와 예수 그리스도의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위험이 있는 곳에 구원도 자라난다"

한국신학아카데미(원장 김균진)가 발행하는 「신학포럼」(2025년) 최신호에 생전 고 몰트만 박사가 영국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전한 강연문을 정리한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교회 위기는 전통의 사수와 반복에만 매진한 결과"

교회의 위기는 시대성의 변화가 아니라 옛 신조와 전통을 사수하고 반복하는 일에만 매진해 세상과 분리하려는, 이른바 '분리주의' 경향 때문이라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