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장주교 취임예배에서 관구 십자가를 전달받은 김근상 주교. 좌우는 성직자원 및 평신도원 회장. 김 의장주교는 취임사에서 "여러 가지 생각을 서로 상처 나지 않게 모아 아름답고 좋게 만들어가는 일"이 의장주교의 역할이라고 밝혔다 ⓒ김태양 기자 |
대한성공회가 1일 주교좌성당에서 제23차 전국의회를 갖고 윤종모 주교에 이어 제7대 의장주교(관구장)로 현 서울교구장인 김근상 바우로 주교를 선임했다.
의장주교 선출 이후 전국의회는 주요 의안으로 세계성공회계약문서 채택의 건과 대한성공회 헌장 및 법규 개정안을 상정해 각각 결의했다.
또 공식 의안 외에도 홍영선 베드로 신부의 의장직 연임을 수락한 전국 성직자원은 평신도원과 별도로 '현 시국에 대한 입장' 성명서를 채택해 발표했다.
개회감사성찬례 후 오후 1시부터 지하예배당에서 열린 전국의회에서 김근상 주교는 61명의 대의원으로 구성된 성직자원에서 31표, 50명의 대의원으로 이루어진 평신도원에서 27표를 얻어 각각 양원의 과반수를 획득, 의장주교로 선출되었다.
의장주교 선출 직후 거행된 취임예배에서 김근상 신임 의장주교는 의장의 역할이란 "여러 가지 생각을 서로 상처 나지 않게 모아 아름답고 좋게 만들어가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신도)숫자가 느는 것도 중요하지만 교회에는 예수님이 꿈꾸신 아름다움이 있어야 하고 진실과 사랑이 있어야 한다"는 '아름다운' 교회관을 밝혔다. 김 의장주교는 "나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하나님만 바라보며 여러분과 함께 한 걸음씩 앞으로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이후 속개된 전국의회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다루어진 것은 헌장 및 법규 개정안에 관한 의안이었다. 김근상 의장주교는 대의원들에게 배포된 개정안에 대해 4년 전부터 준비한 개정안이었음을 상기시키며 충분히 토의할 것을 당부했다.
개정안 논의에서는 총 3가지의 개의가 나왔다. 주교에 대한 탄핵 심판과 아울러 '위법'조치가 가능해야 한다는 개의안이 나오자 김 의장주교는 개의안에 대해 다시 반론을 제기하는 대의원들의 의견도 추가적으로 종합해 개정안에 포함된 '조치'라는 표현이 그 밖의 모든 것을 포괄하는 것이며 자세한 것은 운영세칙에 포함되어 있다는 이유를 들어 기각했다.
성공회대와 교회의 관계가 단절될 것을 우려하는 한 대의원이 "성공회대를 제외한 전국기관은 의장주교의 지시를 받는다"는 개정안에 반대, 원안으로 돌리자는 의견을 제시하자 양권석 총장이 나와 "교회와 분리되지는 않지만 성공회대에는 정관이 있다"며 양해를 구하자 개의안을 낸 의원이 자진 철회했다.
"교구장은 교구의 형편에 따라 총사제와 협의하여 성직자를 대기 발령 할 수 있다"는 개정안에서 총사제와 협의를 거친다는 부분에 대한 삭제를 요구한 개의안도 거수 표결에 의해 과반수에 미달, 기각되었다.
앞선 개의안들이 제기되기 전, 사전에 의안으로 제출되지 못해 정식으로 다루어지지는 못했지만 다문화가정 사역을 하고 있음을 밝힌 한 대의원이 헌장에 있는 '교리와 전례에 관한 기본적 선언'에 포함되어 있는 문구 중 "...모든 교회와 협동해 나가고..."에 해당하는 부분을 "이 땅에 함께 살고 있는 교회"로 바꿀 것을 제안해 이목을 끌었다. 김 의장주교는 그러나 대단히 중요한 부분임을 거듭 강조하며 다음 회기에 의안으로 제출해 줄 것을 제안했다.
이외에도 개정안 논의에서는 '대한성공회 대표 명칭을 의장주교'로 하는 안과 '성신을 성령으로 개정'하는 안, '북한지역을 서울교구로 편입'하는 안, '선교교구를 설치, 일반교구와 동등하게 취급‘하는 안 등이 제기, 결의되었다.
총 6개의 의안에 대한 논의를 마친 후, 양권석 성공회대 총장이 참석한 대의원들에게 현재 신학대 건립이 재정적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호소하며 최소한 성직자 전용생활관만은 대한성공회가 해내야 한다는 뜻을 강력히 피력했다. 양 총장은 "성직자 전용생활관 건립은 대한성공회의 미래다. 양질의 교육을 위해서라도 힘을 보태 달라"고 당부했다.
본래 상정의안 논의보다 앞서 진행될 예정이던 전국기관 및 교구, 연합단체 보고는 보고서를 참조하기로 해 제23차 전국의회는 폐회했다.
한편, 이날 다루어진 상정의안 중 ‘세계성공회계약문서 채택의 건’은 최소한의 규약을 제외하고 공동고백을 갖고 있지 않은 세계성공회가 이례적으로 내놓은 계약문서를 대한성공회가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관한 건이었다.
김근상 의장주교는 신학자와 성직자 및 평신도 대표들이 모여 계약문서에 대한 설명과 토론을 갖고 공청회를 거쳐 전국 상임위원회에 회부할 계획을 밝혔고, 이 역시 이번 전국의회에서 통과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