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한국교회 일치 위한 기독교서회 소명 이어갈 것

대한 기독교서회 창립 120돌 맞아 기념예배 드려

1880년대에 한국에 입국한 선교사들은 그 수가 적었고, 의사소통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이들에게 어눌한 자신들의 말보다는 글을 통한 문서선교의 필요성이 자연스럽게 대두 됐고, 이를 효과적으로 감당하기 위해 1890년 6월 25일, 언더우드, 아펜젤러, 헐버트 벙커, 배위량, 죤스, 마포삼열, 게일 선교사 등은 교파를 초월해 성서를 통해 복음을 전파할 공동 출판사인 '조션셩교셔회'를 출범시켰다. 이것이 올해로 창립 120돌을 맞이한 대한기독교서회(이하 기독교서회)의 전신이다.

 ▲대한기독교서회가 창립 120돌을 맞아 지난 25일 경동교회에서 창립기념예배를 드렸다.ⓒ김정현 기자 

이후 기독교서회는 조선예수교서회, 조선기독교서회의 이름을 거치며 격동하는 한국의 근현대사와 함께 했다.

기독교서회는 한국교회의 분열 속에서도 찬송가를 하나로 만들어 한국교회의 일치를 위해 기여했다. 서회는 1892년 우리나라 최초의 찬송가인 ‘찬미가’를 펴냈고 이후 감리교와 북 장로교회에 의해 선정된 266곡을 담아 ‘찬숑가’를 발간했다.

특히 ‘찬숑가’의 발행은 선교사업에서 에큐메니컬운동의 가능성을 보여준 대표적인 전례가 됐다. 비록 모든 교파의 연합은 아니었지만 당시 기독교계의 두 축을 이루는 교파의 연합이었기에 상징적 의미는 충분했다. 이후 서회는 1931년에 ‘신뎡찬숑가’, ‘1941년에 합동찬송’, 1967년에 ‘개편찬송가’, 1983년에 한국교회 전체가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통일찬송가’를 발간했고 최근 2006년에는 23년 만에 개편된 ‘21세기찬송가’를 제작 보급에 앞장서고 있다.

기독교서회는 개신교 선교라는 틀에 국한되지 않고 한국사회에 공헌했다. 대한기독교서회는 설립 초기 쪽 복음, 전도문서, 한글성경, 찬송가 등을 보급하며 민중의 각성과 계몽운동에 앞장섰다. 기독교서회는 설립초기 종교출판이라는 제한된 벽을 뛰어넘어 민족의 개화와 문화발전에 큰 몫을 담당했으며, 한국 문화를 해외에 알리는 창구역할과 함께 서양문화를 바르게 소개하는 통로의 구실도 했다. 민주화 시기에는 진보적 시각의 인문학 도서들을 출간하면서 기독교 지성인들의 생각을 담아냈다.

기독교서회의 모든 간행물은 한글로 발간됐다. 이는 우리 역사상 처음으로 한글 출판물을 대량으로 공급하는 데 이바지 하게 됐고, 글자를 모르던 부녀자와 서민들은 성경과 찬송가를 읽기 위해 한글을 배우게 됐다. 이들은 새로 배운 문자를 통해 사회와 역사에 참여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됐고, 기독교서회는 종교차원을 넘어 한국인들에게 열린 세상으로 인도해 줬다.

일제 식민치하에서 기독교서회는 모든 재산을 일제에게 몰수당하고, 6.26 전쟁 당시 부산으로 출판 사업소를 옮기는 등 어려운 세월을 겪기도 했지만, 이 시기에 한국 기독교계의 양심 있는 지성인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온 월간 기독교 사상을 창간하게 된다. 기독교 사상은 발간 초기 세계 신학의 흐름을 소개했으며, 군사정권아래에서 정권을 향해 정론을 펼치는 등 한국 민주화운동의 발전을 위해 기여했다.

 ▲창립예배 이후 참석자들이 단체사진촬영을 하고 있다.ⓒ김정현 기자 

한민족 격동의 세월과 함께 했던 대한기독교서회가 창립 120돌을 맞아 25일 경동교회에서 기독교서회의120돌을 기념하는 기념예배가 열렸다. 이날 기념예배가 열린 경동교회는 기독교서회의 창립을 축하하기 위한 참석객들의 발길로 붐볐다.

기독교서회 이사장인 박종화 목사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기념예배는 기독교서회의 120년 역사의 현재와 미래를 돌아보는 동영상을 시청하고, 기독교서회의 창립을 축하하는 각계인사들의 축사가 이어졌다.

이날 기념예배에서 말씀을 전한 손인웅 목사(덕수장로교회)는 “한국교회는 기독교서회가 내어 놓은 열매를 먹고 풍성하게 자랄 수 있었다”고 말하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는 이어 “기독교서회가 뿌리 깊은 나무가 돼 가뭄에도 마르지 않고 풍성한 열매를 맺는 역사가 일어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기독교서회가 창간한 기독교사상에서 주간으로 일하기도 했던 박형규 목사도 이날 축사를 더했다. 박형규 목사는 “기독교서회는 이 나라 역사 속에서 물론 평탄할 때도 있었지만, 위기가 왔을 때는 다른 어떤 신문이나 잡지가 할 수 없고 신앙과 용기를 가진 출판사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을 기독교 사상과 기독교서회의 책들이 감당했다”고 말했다.

서울대 교수에서 해직 돼 기독교서회에 편집고문으로 일하기도 했던 한완상 전 부총리도 이날 축사했다. 한 전 총리는 “한국 근현대사에 발전의 씨앗을 뿌려준 기독교서회의 12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기독교서회의 편집 고문으로 일할 당시 긴박한 당시 정세 가운데 희망을 뿌리는데 노력했다. 4년간 일하면서 저에게 말할 수 없는 용기와 희망으로 이끌어준 기독교서회에게 감사드린다”고 했다.

 ▲기독교서회의 창립기념을 축하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경동교회를 찾았다.ⓒ김정현 기자 

교계 대표회장들도 이날 축사를 이었다.  먼저 전병호 목사(NCCK 회장)는 “기독교서회가 회갑을 두 번째 맞이하고 있다. 그런데 첫 번째 회갑은 전쟁이 일어난 불행한 날이었다. 두 번째 회갑을 맞이하게 돼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그동안 기독교 서회 지켜온 모든 분들께 치하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광선 목사(한기총 대표회장)는 “기독교서회의 120년의 역사 동안 수많은 분들이 눈물과 땀으로 헌신해 왔다” 며 “기독교서회가 새로운 시대에 요청에 따라 비전을 가지고 시대의 요청에 응답하길 바란다”고 축사했다.

전광표 구세군 사령관도 축사를 전하면서 “기독교서회가 한국 출판문화를 선도하고, 선진 사상을 적극적으로 소개함으로써 한국 신학의 발전과 세계화에 앞장서 왔다”면서 “기독교서회가 한국교회를 건강하게 발전시키는데 큰 역할을 감당해 온 것에 감사와 축하를 전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기독교서회 정지강 사장은 참석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며 “지금의 대한기독교서회는 사실상 많은 이들의 헌신과 기도위에 서 있다고 확신한다. 120년 세월 하나님이 돌보심과 한국교회의 희생과 기도가 없었다면 결코 이어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정 사장은 이어 “그러나 120년의 세월은 서회의 영광인 동시에 힘겨운 짐이다. 지나간 세월의 의미는 앞으로 우리가 만들어 가야할 미래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120주년을 기념하는 일은 앞으로의 사명을 다짐하는 일이 될 수밖에 없다. 대한 기독교 서회기 지나온 세월을 의미 있게 만들고 처음의 소명을 다할 수 있도록 기도 지켜봐 격려해주시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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