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C(세계교회협의회) 총회준비기획위원회(이하 기획위)'의 공문사건 이후 11일 기획위 위원들의 첫 간담회가 열렸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간담회에는 그러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김영주 총무를 비롯해 김삼환 목사(명성교회), 박종화 목사(경동교회), 손인웅 목사(덕수교회), 김명혁 목사(강변교회 원로) 등이 참석한 반면, 정작 참석해야 할 WCC 회원 교단들인 기장, 성공회, 기감측 대표들은 전원 불참했다.
이날 간담회에 기장 배태진 총무는 해외 출장을 이유로, 기감 신복현 목사는 12일 예정된 감리교 에큐메니컬 포럼에 앞서 열린 간담회 등의 일정 때문에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교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기장, 성공회, 기감 등 각 교단 대표들이 '기획위원회' 간담회에 참석하지 않기로 합의를 본게 아니냐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세 개 교단의 지도자들은 '기획위원회'의 공문사건 이후로 '예장통합'측의 사과가 선행되지 않을시 어떤 합의도 불가하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이들은 교단 내부적인 합의를 거쳐 자신의 이름으로 '기획위원회'의 월권 행사에 우려를 표하는 성명을 낸 바 있다.
한편, WCC 총회 준비에 있어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할 기장, 성공회, 기감측 지도자들이 전원 불참하자 맥 빠진채 진행된 이날 간담회에서는 사무실 개소 및 조직 구성에 대한 논의가 있긴 했으나 대체적으로 평가할 때 실효성 없는 모임에 그치고 말았다.
NCCK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서 기획위 위원장 김삼환 목사는 기장, 성공회, 기감 등의 지도자들이 '기획위원회'를 상대로 반발 성명을 낸 것에 강한 불쾌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세 개 교단의 지도자들이 교단의 입장이 아닌 개인의 입장을 적시해 성명을 발표한 것으로 짐작하고, 책임 추궁의 필요성도 제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NCCK 김영주 총무. ⓒ베리타스 DB |
다만 WCC측이 요구하는 행정 절차에 따라 조직이 가동되어야 한다고 큰 틀에서 합의한 기획위 위원들은 사무실 개소에 관한 사항을 비롯해 WCC 준비위원회의 조직 구성에 관한 논의를 이어갔으며, 그 책임을 NCCK 김영주 총무에게 맡기기로 해 주목을 모았다.
특히 기획위 위원들은 김영주 총무에게 기장, 성공회, 기감 등 세 교단 지도자들과 '예장통합' 지도자의 만남을 중재해 WCC 준비위 조직 구성에 대한 합의안을 만들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져 향후 WCC 총회 준비의 순조로운 출발 여부가 김 총무의 리더십에 좌우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획위원회'가 앞서 울라프 트베이트 WCC 총무에 발송한 공문에서는 김영주 총무의 역할을 축소, 제한해 보고했던 점을 미뤄볼 때 이날 간담회에서 기획위 위원들이 김 총무에게 보여준 기대가 김 총무로서는 WCC 총회 코디네이터로서 NCCK의 위상을 정립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반대로 만약 김 총무가 교단 지도자들 간의 갈등을 해소하지 못하고,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NCCK의 리더십 결핍을 드러내는 자리가 될 수도 있기에 이번 기획위의 제안은 김 총무에게 '양날의 검'과 같은 것이 됐다.
기획위는 WCC 총회 준비위 조직 구성 회의 날짜도 잡았다. 이에 따라 권한만큼 책임이 뒤따르는 '양날의 검'을 손에 쥐게 된 김 총무는 정해진 날짜(25일)까지 어떤 식으로든 WCC 회원 교단들 간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특유의 폭 넓은 인맥을 자랑해온 김영주 총무가 눈 앞의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