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교회 전경. ⓒ삼일교회 홈페이지 |
때 늦은 감이 없지 않은 이번 입장 발표는 9일 저녁 8시 비공개로 열린 제직회의에서 있었으며, 재정 담당 장로이자 최고 결제권자로 알려진 이광영 장로는 그간 의혹에 대해 일부분 해명을 했으나, 다소 석연치 않은 점이 있어 공동요청문을 낸 이들은 차후 대응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장로는 이날 공동요청문에서 평신도 리더들이 제기한 주요 질문들인 △전 목사가 어떤 죄목으로 사임을 했는지, 그리고 △퇴직금(전별금) 절차는 어떻게 이뤄졌는지에 대한 해명에 나섰다.
익명을 요구하는 한 관계자에 따르면, 우선 전자에서 이 장로는 "장기간에 걸쳐서 다수의 자매가 성피해를 당했다는 제보가 접수되었지만, 이것을 다 확인할 수는 없었다"며 "돌이켜 보면 본 교회가 성도 2만명 교회로 성장하는 부흥의 주역이자 우리가 존경하던 전임목사 성추행 의혹에 관한 사건이었으므로, 사건을 처리함에 있어서 정황을 조속하게 파악하지 못해 약간의 혼동과 다소 부족한 점이 있었으나 전임목사 사임은 마땅히 이뤄져야 할 당면귀결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항간의 전병욱 목사의 개척설을 의식한 듯 "당회는 본인(전병욱 목사)이 철저하고도 공개적인 회개 없이 개척을 하거나 목회직을 새로이 수행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하고 있음을 성도 여러분들에게 알려 드린다"고도 했다.
다음으로 본지가 최초 의혹을 제기한 전병욱 목사의 전별금 수령 및 절차상의 정의 문제에 대한 해명을 이어갔다. 앞서 공동요청문에서 이들 평신도 리더들은 "전병욱 목사에게 전달된 13억이 어떤 근거로 지급되었는지 밝혀 주시길 바란다"며 "교회의 헌금은 하나님의 일을 하라고 성도들이 피 땀 흘려 번 돈을 봉헌한 것이다. 그 헌금이 해당 사건의 피해자도 아니고 가해자로 알려진 전임 목사의 손에 아무런 교회법상의 근거도 없이 전달되었다는 것은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문제제기를 한 바 있다.
이에 이 장로는 "당회는 전임목사 사임 의사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했고, 남은 절차는 퇴직금 등의 상여 처리 문제를 처리하는 것이었다"며 대뜸 당회의 권한이 무엇인지에 관해 열거를 해나가기 시작했다.
그는 "삼일교회 당회 회칙에 의하면 교회의 예산, 결산, 사입 및 자산 취득 처분에 관한 사항은 당회가 심의 및 의결하도록 되어있다"라고 전제한 뒤 전병욱 목사의 전별금의 세부내역으로 "거주한 주택 구입 명목으로 10억원, 만 17년 봉직했다는 퇴직금 명목으로 1억 1천만원, 향후 몇 년간 목회 활동 중단에 따른 생활비 명목으로 1억 3천만원, 그리고 치료비 명목으로 1억원 등 합계 13억 4천 5백만원을 지급하기로 했으며, 전임목사가 당시 전세금으로 살고 있던 반환 전세보증금을 상계하고 10억 6천 5백만원을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전병욱 목사의 상여처리가 교회 규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이뤄졌다는 주장이었다.
이 장로는 이어 "교회 재산은 성도 여러분이 땀 흘려 모아주신 헌금으로 이루어진 것이기에 전임목사 상여 수준을 결정함에 앞서 되도록이면 성도 여러분의 의견을 여쭙고 동의를 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당시 상황을 고려해보면 교회 외부에서 많은 공격이 있었고, 성도들 간에 출처와 진위 확인이 어려운 소문이 퍼져나가는 등 교회 내부적으로 혼란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당회에서는 여러분의 의견을 듣는 과정에서 교회의 분열이 발생할까 우려스러웠고 가급적이면 사태를 좋게 매듭짓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성추행 사건으로 불명예 퇴진한 전병욱 목사에게 전별금을 지급하는 것이 옳은 일이었는지 그리고 향후 몇 년간 목회 활동 중단에 따른 생활비 지급 결정을 했다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1년이 채 되기도 전부터 전병욱 목사 개척설이 나돌기 시작한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명확한 해명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제보에 의하면, 이 장로는 다만 "전임 목사는 스스로도 향후 몇 년간 목회직 수행이 어려우므로 생활비를 지원해 달라고 하고 당회에 요구했으며, 당회는 이를 받아들여 금액을 지불한 만큼 퇴임 후 1년 정도 밖에 경과하지 않았고 청빙 절차도 완결되지 않은 현 상황에서 개척과 관한 소문이 나오고 있는 것은 상당히 유감스러운 일"이라고만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