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WCC 준비위 파행에 NCCK 실행위원들 성토

‘WCC 협력위’ 구성…“준비위 파행 막는데 힘쓸 것”

▲25일 오후 서울 연지동 기독교회관 강당에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제61회-2차 정기실행위원회가 열렸다. ⓒ베리타스

25일 오후 서울 연지동 기독교회관 강당에서 열린 제61회-2차 정기실행위원회에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이하 NCCK, 총무 김영주 목사) 실행위원들이 WCC 제10차 총회 한국준비위원회(이하 WCC 준비위)에 대해 일제히 성토에 나섰다.

WCC 준비위가 지난 23일 정동 달개비에서 열린 제16차 준비위 상임위원회에서 ‘총회 장소를 부산에서 서울로 변경하자’는 논의를 벌인 게 도화선이 됐다. 이날 실행위 안건으로 올라온 <‘WCC 제10차 총회 지원위원회(가칭)’ 구성의 건>을 놓고, 실행위원들 간 토론이 이어지던 중 이 문제가 언급되자 분위기가 뜨겁게 달궈졌다.

포문을 연 신복현 목사(기감)는 WCC 준비위가 총회 장소를 이전한다는 소식에 "전 세계에 공인화 된 장소의 문제를 어느 누구와 상의도 하지 않고 진행하고 있다"고 고발했으며, 또 WCC 준비위가 설명하는 이전 검토 이유에 대해서는 "부산에서는 새벽기도를 소개할 만한 대교회가 없다고 하고, 부산 교계의 반대가 커서 총회 개최가 어렵다는 해괴망측한 이유를 들고 있다. 벡스코 위약금 2억원 물면 되고 명성교회에서 진행하면 40억 세이브한다는 이런 정말 상식과 수준을 의심하게 하는 게 (김삼환)준비위원장의 발언"이라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신 목사는 또 상임위 조직 확대 개편에 대해서도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상임위 조직을 확대했는데, 그 면면을 보면 육군대장 2명을 비롯해 정·관계 인사들이 망라돼 있다. 그 동안 에큐메니칼 진영이 요청했던 청년, 여성, 장애인 대표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최근 교단장과 총무 모임이 있었음을 확인하며, "당시 김영주 총무의 집행위원장 복귀를 권고한 바 있는데 지금 상황에선 김 총무가 복귀 해도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차라리 김영주 집행위원장 복귀를 실행위에서 허락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신복현 목사(기감)가 발언하고 있다. ⓒ베리타스

그러면서 그는 안건의 수정을 요구했다. WCC 제10차 총회 ‘지원’위원회가 아닌 WCC 제10차 총회 ‘협력’위원회(이하 WCC 협력위)로 위원회 명칭을 바꾸자는 것. ‘지원’이란 표현을 써서 WCC 준비위에 종속된 기구라는 오해를 사지 말자는 이유에서다. 덧붙여, 그는 WCC 준비위를 견제하는 입장에서 "WCC 준비위의 파행에 대처할 수 있는 권한을 NCCK 차원의 WCC 준비 조직인 ‘WCC 협력위’에 두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총회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어디까지나 준비위의 파행, 즉  그 단체장인 김삼환 목사를 비롯한 조성기 사무총장의 잘못된 아이디어들 그리고 무수한 행사 집착에 빠져 있는 파행들에 문제를 삼자는 것"이라고 활동 범위를 명확히 했다.

배태진 목사(기장)와 김광준 신부(성공회)도 거들었다. 먼저 배 목사는 "(WCC 준비위의)이런 파행이 계속해서 김삼환 목사로부터 파생되는 걸 보고, 김영주 총무가 들어간다고 해도 희망이라든지 개혁이라든지 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면서 신 목사 말대로 ‘WCC 협력위’를 구성하자고 동의했다.

‘WCC 협력위’의 역할에 대해서는 "WCC 준비위가 하지 못한 일이 있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총회 주제의 정신을 심화시키는 그런 부분, 평화협정·평화열차 등 준비위에서 관심 없는 일들을 이 위원회를 통해 준비해 갔으면 한다"면서 ‘WCC 협력위’가 만들어질 시 기장은 적극 협력할 것임도 다짐했다. 김광준 신부는 WCC 회원교단인 성공회가 이번 WCC 준비위 파행을 계기로 WCC 총회 준비에 있어서 "완전히 빠지는 걸 놓고 검토 중"이란 폭탄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홍정 목사(통합)는 "왜 이 같은 논의들이 성숙하게 극복되지 못하는지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다"면서 "(에큐메니칼 진영이)NCCK를 중심으로 WCC 준비위에 참여해야 한다는 생각을 개진하고 싶다. 세계교회 앞에 이렇게 분열된 모습을 드러낼 이유가 없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덧붙여, 새로 만들어질 NCCK 내 ‘WCC 협력위’가 "또 하나의 WCC 준비위가 되어선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에 신복현 목사는 "진심을 이해한다. 나 역시 WCC 준비위가 다시 우리와 함께하길 바란다"고 공감을 표시했으며 "다른 준비위를 만들자는 게 아니라 협력체를 만들고, 그것을 통해 WCC 준비위의 파행을 막자는 것일 뿐"이라고 ‘WCC 협력위’의 활동 내용을 재차 확인했다.

이날 실행위원회에서 신 목사가 제안한 수정 요구는 실행위원들에게 그대로 받아들여졌다. 이에 따라 ‘WCC 협력위’는 NCCK 회원교단 파송위원 2명과 김영주 총무가 선임하는 전문위원 약간명으로 구성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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