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채널 엠넷(Mnet)의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 K 5’에서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탑 10에 든 송희진 양(19)의 사연이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방송에서 그녀는 자신이 우승하면 상금을 집 사는 데 쓰고 싶다며, 지금 자신은 집이 없고 대신 ‘그룹홈’이라는 곳에 살고 있다고 밝혔다. 아버지는 회사에서의 일 때문에 임시 도피 중에 있고, 어머니는 오래 전부터 연락이 되지 않았다.
▲김현수 목사 내외와 송희진 양. 방송화면 캡쳐. ⓒMnet |
하지만 방송에는 그의 보호자로 보이는 중년의 부부가 나오는데, 이들은 앞서 희진 양이 말한 ‘그룹홈’을 이끌고 있는 김현수 목사(59)와 그의 아내다. 송희진 양은 이들 부부의 보호 아래 5~6명 정도의 청소년들과 가족처럼 함께 살고 있다. ‘그룹홈’은 김현수 목사가 대표로 있는 (사)들꽃청소년세상이 운영하는 공동생활가정으로서, 희진 양이 속해 있는 그룹홈 외에도 10여 개의 그룹홈이 안산과 서울에서 운영되고 있다.
방송에서 김현수 목사 부부는 부모를 대신해 희진 양을 따뜻하게 돌보는 모습을 보여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오디션 후 합격 티셔츠를 받아 들고 나오는 희진 양을 보고 환호하며 펄쩍 뛰기도 하고, 노래 후 심사위원인 이승철이 “노래를 제일 잘한다”고 호평하자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폈다가, 바로 뒤 윤종신이 “발음이 세련되지 못하다”고 지적하자 금새 걱정하는 기색을 보이며 열띠게 응원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룹홈의 시작은 199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해 여름, 가정의 해체로 거리생활을 하던 11살~13살 어린 아이들을 만났고, 아이들의 형편을 알게 된 후 김현수 목사는 교회 목회를 사임하고 대안가정을 꾸리는 일을 시작했다.
처음에 만난 아이들은 남자아이 6명, 여자아이 2명 등 8명이었다. 남자아이들은 김 목사가 교회에서 데리고 자고, 여자아이들은 사택에서 김 목사 가족들과 생활을 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교회는 50여명에 이르는 거리 아이들의 집단 아지트로 변하고 말았다. 김 목사는 “먼저 함께 지냈던 11~13살의 아이들이 거리 아이들 집단에 속해 있다는 사실을 그제야 알게 된 것이다. 아무런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야생마 같은 거리 아이들 속에 빠져 있자, 어느새 아이들의 세계를 그대로 볼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현재 ‘들꽃청소년세상’에는 김 목사 부부 외에도 많은 헌신적인 교사들이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며 그들의 부모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부모가 있어도 가정이 해체되어 부모와 살 수 없는 아이들, 부모의 재혼으로 상처 입은 아이들, 학대 받은 아이들 등 어른들도 감당하기 힘든 상처 속에 살아가는 청소년들을 보살피고 위로하며 교육하고 있다.
김현수 목사는 이러한 사역에 대해 “저는 주님께서 지금도 아이들의 세계 속에서 아이들과 함께 오늘도 거리를 방황하고 계시고, 굶주리고 외롭고 절망하고 계시다고 믿고 있다. 그런 가운데 아이들의 친구가 되시고 아이들과 함께 새로운 희망을 찾아가고 계시다고 믿는다”고 철학을 밝혔다.
그룹홈의 또 다른 교사는 “마음으로 짐 싼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지금은 아이들이 오히려 저의 선생이다. 아이들은 제 인생의 채찍이고, 선물이다”고 말한다. 그는 신혼 초기부터 남편과 함께 아이들을 맡아 길렀다.
올해로 시작한 지 20주년을 맞는 그룹홈은, 현재 들꽃청소년세상의 여러가지 돌봄 사역, 교육 사업, 생산 사업과 함께, 수많은 청소년들의 안식처가 되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