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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광섭의 미술산책] 동·서방교회의 마리아 교리와 공경(3)

심광섭·감신대 교수(조직신학)

▲러시아(15c)
▲러시아(17c 초)
▲야로스라브 화파(18c.)
▲hodigetria

작년 연말 한국종교학회에서 “종교와 감정”(2013년 11월 23일)이란 주제로, 한국종교문화연구소에서는 “감각의 종교학”(2013년 11월 30일)이란 주제로 그리고 현대종교문화연구소에서는 “종교의 본질과 종교건축물의 의미”(2013년 11월 23일)란 주제로 학술발표회가 열렸다. 종교를 감정 및 감각과 연관시켜 그리고 경전과 교리나 전례가 아닌 종교건축물로부터 종교의 본질을 이해하려는 시도들이 예년과 매우 다른 풍경이다. 말하자면, 종교를 미학 및 예술과 관련하여 연구발표가 이루어진 것이다. 나는 미학과 신학, 예술과 신앙 등 ‘예술신학’에 관심 갖고 공부해오던 터라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문영빈 박사(서울여자대학교)는 “아우라 공간과 초월적 울림: 종교, 예술, 과학의 컨버전스”란 논문에서 제목이 시사하는 대로 오늘날 종교와 예술과 과학이 융복합되어 만들어내는 새로운 종교적 아우라 공간을 제시하였다. 서양근대의 역사가 종교(기독교)로부터 과학이 독립하고 다음 예술이 떨어져 나가 제각각 딴 살림을 차린 역사이며 오늘도 그 소통과 만남이 미미한지라 이 논문은 종교, 과학 그리고 예술 간의 장벽을 허물고 생명의 울림을 새롭게 공명하는 큰 장/공간을 인식하게 하는 글이었다. 
 
최화선 박사(한국종교문화연구소 연구원)는 “이미지와 응시: 고대 그리스도교의 시각적 신심(visual piety)”에서 성지순례, 성유물과 성상의 공경으로부터 촉각적이고 시각적 경건을 강조했다. 안연희 박사(서울대 강사)는 “중세 후기에 ‘열리는 성모상’과 그리스도교 신앙의 물질적 상상력”에서 중세 그리스도교 문화는 탈색된 무색의 암흑기가 아니라 형형색색의 오색찬란한 시기이며, 탈물질적 영성이 아니라 물질적 영성과 ‘물성’이 재발견 된 시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세의 활력 넘치는 물질적이고 감각적인 신심들이 종교개혁자들이 주장한 우상숭배나 유럽 토착종교와의 타협, 이교주의로의 타락으로만 이해되어서는 안 된다고 보았다. 중세의 그리스도교는 영성과 내적 경건만을 강조한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교의 物性”(christian materiality)이 강조되었으며, 이는 신을 물질화함으로써 살아 있는 생명과 움직임을 가능하게 하는 활동과 생명을 부여하는 신을 찾는 길이었다는 것이다.
 
중세에는 성상과 더불어 성모신심이 발달하면서 성모상은 중세 그리스도교적 삶에서 생생한 종교적 체험의 초점이 된 것이다. 하나님의 어머니 마리아 교리(에베소공의회, 431년)이어 라테란 공의회(649년)는 마리아의 평생 동정(童貞, aei parthenos) 교리를 확정했다. 그리고 1854년에는 마리아는 그리스도의 공로를 통한 은총에 의하여 원죄에서 면제되어 있다는 “무염시태(無染始胎)” 교리를 확정했다.
 
가톨릭에서는 마리아의 평생 동정(童貞)을 교부들의 증언과 성경의 여러 구절들을 증거로 내세워 이 교리의 사실적이며 역사적 정당성을 주장한다. 한편 예수 세미나의 대표적 가톨릭 신학자 크로싼과 같은 이는 평생 동정은 마리아의 육체에 관한 생물학적인 상태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의 의미에 관한 하나의 신앙고백이라고 해석한다. 원죄에서 자유로운 마리아 교리는 아우구스티누스 이래 성 행위를 죄로 보아 성 행위를 통해 원죄가 전달된다는 주장과 잇다 있다. 마리아는 남자와 성행위를 통해 잉태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무죄한 잉태라는 것이다. 
 
성인들이 공경지례(dulia, veneratio)의 대상이라면, 마리아는 하나님에 대한 흠숭지례(adoratio)와는 구별되지만 성인 공경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공경인 상경지례(hyperdulia)의 대상인 것이다. 마리아에 대한 교리는 마리아의 육신과 도덕성으로부터 기인한 교리가 아니라 그리스도의 어머니이기 때문에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이 마리아에 대한 신심을 통해 표현되고 역사적으로 이 표현들이 증가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평생 동정’, ‘무염시태’ 그리고 ‘성모승천’의 교리를 생물학적이고 역사적 차원에서 입증하려는 시도 자체는 처음부터 종교의 본질에 접근할 수 있는 방향이 아니며 결국 종교의 상징을 웃음거리로 만들게 된다. 
 
다음 이콘은 호데게트리아(Hodegetria. 인도자의 성모) 유형이다. 이 유형은 성모와 아기예수가 곧은 자세로 정면을 향하고 있고 성모의 한 손이 아기 예수를 가리키며 우리의 갈 길을 알려주는 듯 한 형태이다. 아기 예수는 생명의 말씀이 적힌 두루마리를 들고 한손은 축복을 주는 자세로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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