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최종] 악마는 세세한 곳에 있다

NCCK 총무 인선을 둘러싼 홍역…향후 과제 명확

▲11월24일(월) 서울 강서구 화곡동 강남교회에서 열린 NCCK 제63회 총회 전경. ⓒ사진=지유석 기자

악마는 세세한 곳에 있다(Devil's in detail). 회의석상에서 아주 세부적인 그 ‘무엇’인가를 놓고 관련 이해당사자가 감정싸움을 벌이다가 끝내 판이 깨지는 상황을 일컫는 격언이다. 지난 11월24일(월) 오후 서울 강서구 화곡동 강남교회(담임목사 전병금)에서 있었던 제63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회에서 진행된 총무 인선에서도 이 격언은 그대로 들어맞았다. 

이번 NCCK 총회는 총무 인선을 둘러싸고 개막 직전부터 진통을 예고하고 있었다. 특히 예장통합(정영택 총회장) 측은 총회가 있기 훨씬 이전부터 김영주 총무의 자격을 둘러싸고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왔다. 통합 측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이 문제를 사회법정까지 가져갔다. 
이 같은 흐름에도 총회 직전 총회장 안팎의 분위기는 총무 선임을 낙관하는 분위기였다. 이런 분위기는 지난 21일(금) 법원이 통합이 제기한 ‘효력정지가처분’을 기각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통합 측은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통합은 회의장에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제63회 총회를 맞으며>라는 제하의 성명을 인쇄해 배포했다. 이 성명엔 “공정한 표결을 거쳐서 이번 제63회 총회의 결의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 문구는 통합 측의 입장을 드러내 주는 문구였다. 
▲11월24일(월) 서울 강서구 화곡동 강남교회에서 열린 NCCK 제63회 총회에서 예장통합 정영택 총회장이 회의장 철수를 선언하고 있다. ⓒ사진=지유석 기자

회의를 주제하던 박종덕 회장(구세군)은 박수를 통해 총무를 선임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통합 측은 총무 선임이 투표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구세군 측과 대한기독교감리회(기감) 측 대의원이 강력히 반발했다. 구세군 측은 “7개 교단이 찬성하고 협의했으면 함께 가야 하는 것 아닌가? 논란도 있었지만 내부에서 대화를 통해 해결했다. 그러나 대화 와중 법적조치를 취했다. 통합 측은 이 모든 결과를 초래한 데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 특히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통합측 목사 3인은 자격이 없다”고 통합 측에 직격탄을 날렸다. 기감 측도 “NCCK 90년 역사에서 총무를 투표로 뽑은 적이 있는가?”하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이 자리에 참석한 대의원들은 교단을 대표해 와 있는 것이다. 인선위원 역시 교단장을 대표해서 인선위원회에 참여했고, 이후 계속해서 교단 대표자 자격으로 인선과정을 수행했다. 통합 측의 문제제기를 보면서 모욕감마저 느낀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통합 측은 자신들의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우선 관례에 대해선 “1994년 오충일 목사를 NCCK 회장으로 선임할 때 기감의 김동완 목사가 총무로 세워졌다. 김 목사 총무 선임시 표결이 이뤄졌다”고 반박했다. 무엇보다 “총무 선임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자격은 후보자가 임기 4년에 해당하느냐의 여부”라고 못박았다. 
▲11월24일(월) 서울 강서구 화곡동 강남교회에서 열린 NCCK 제63회 총회에서 총무 인선 절차에 대해 출석 인원 과반으로 정하자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이에 총회는 무기명 비밀투표를 진행했다. ⓒ사진=지유석 기자

통합 측이 투표 입장을 굽히지 않아 결국 투표를 하기로 의견이 모아졌다. 그러나 의결 방식을 놓고 통합과 다른 회원 교단들이 견해차를 드러냈다. 일단 모든 회원 교단은 무기명 비밀투표라는 원칙에 동의했다. 문제는 의결방식이었다. 통합 측은 “재적의원 과반수 동의로 진행해달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통합을 제외한 나머지 교단은 출석의원 과반수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이어 통합 측에 결과를 수용해달라는 의향을 전달했다. 대한성공회 측은 “정히 투표행위를 한다면 결과에 승복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런 전제 하에 이뤄지는 투표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우리 쪽 의사를 어떻게든 관철해야겠다는 식으로 투표를 강행한다면 하나님 앞에 부끄럽다”고 했다. 
통합, 소통의 부재 호소…‘몽니’란 말에 발끈
이러자 통합 측은 ‘소통의 부재’를 화두로 꺼냈다. 통합 측 이홍정 사무총장은 “소통의 부재를 무엇으로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우리는 그저 헌장 정신, 법 정신에 따른 관례에 따라 달라, 적어도 총무경선 과정에서 적어도 한 번은 법의 정신에 따라 마무리해달라는 것이다”고 호소했다. 통합 측은 특히 ‘몽니’란 말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이었다. 총회 이전에도 통합 측의 문제제기를 교단 패권주의로 보는 시각이 존재했다. 총회 석상에서도 구세군 측은 통합 측을 향해 “몽니를 부리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11월24일(월) 서울 강서구 화곡동 강남교회에서 열린 NCCK 제63회 총회에서 예장통합 측이 총무 인선 절차에 반발해 퇴장하자 박종덕 회장이 교단장들을 모아 대책회를 하고 있다. 

회의장 분위기는 쉽사리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통합 측은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듯 퇴장이라는 강수를 뒀다. 정영택 총회장이 직접 나서 “저희 교단으로 인해 물의가 되고 상처가 된 것 같다. 많은 문제를 일으킨 원인을 말하지 않고 그저 몽니로 이해하고 몰아붙이는 것 같다. 몽니를 부릴 일 없이 조용히 물러가겠다”고 선언하고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통합 측 대의원 35명도 기다렸다는 듯 총회장과 행동을 함께 했다. 
박종덕 회장은 통합 측 이홍정 사무총장 및 회원교단 교단장을 불러 긴급 중재에 나섰다. 특히 통합 측의 회의장 복귀를 설득했다. 그러나 통합 측은 마음을 돌리지 않았다. 결국 총무 인선은 무기명 비밀투표 및 출석 인원 과반수로 진행하기로 결의됐다. 결과는 총 146표 가운데 찬성 116표, 반대 27표, 기권 3표로 김영주 총무의 연임 확정이었다. 
▲11월24일(월) 서울 강서구 화곡동 강남교회에서 열린 NCCK 제63회 총회에 참석한 김영주 총무의 얼굴은 연신 굳어 있었다. ⓒ사진=지유석 기자

김 총무는 바라던 대로 연임에 성공했다. 그러나 그의 얼굴은 시종 굳어 있었다. 총무 선임 이후 총대들의 얼굴 역시 마찬가지였다. 신임 NCCK 회장으로 선임된 황용대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총회장은 “총무 인선을 둘러싼 진통은 마치 십자가처럼 느껴진다”는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회의장에 있던 총대의원들은 교단을 막론해 통합 측 행태를 ‘교단 패권주의’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이런 분위기 탓에 “통합을 제외한 투표는 향후 교회일치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YMCA 측 의견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향후 NCCK의 과제는 명확해 보인다. 즉, 총무 인선을 둘러싼 내홍을 조기에 수습하고 이를 통해 교회 일치 정신을 되살리는 일이다. 무엇보다 예장통합을 끌어안을 특단의 대책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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