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생전 인터뷰3] “복음적 실존은 하나님의 예술이며 사랑이다”

[기획 대담] 문화신학자 유동식 교수- 3부

[편집자 주] 문화신학자 유동식 교수의 자택은 숲속에 고즈넉하게 자리잡은 듯 나무들 사이로 비치는 햇볕이 따사로운 정원을 끼고 있었다. 목줄 달린 강아지 한 마리가 오랜 지인인 듯 기자를 반갑게 맞이했지만, 그 정원에서는 정원을 가득 메웠을 목향의 기억과 30년간 드나들던 인적의 기억도 약간의 낯설음을 실은 반가운 얼굴을 하고 문가에 서있었다. 나무와 토양의 향취, 그리고 사람살이의 흔적은 그 정원뿐만 아니라 집의 건물에도 스며있어서 실제로 그곳에서 살았음, 그리고 그곳에서 살고 있음의 의미를 넌지시 알려주었다. 유 교수의 토착화 신학은 이처럼 이곳에 우리가 살고 있음을 토대로 하나님의 사랑을 이해하려는 시도이다. 토착화 신학은 하나님의 위상을 지역적으로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주적인 실체로 이해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유 교수로부터 그의 신학적 토대와 가능성에 대해 들어보기로 했다. 설 연휴를 맞이해 기획된 이 대담을 총 3부에 걸쳐 싣는다.  

▲유동식 교수는 "우리는[그리스도인은] 복음의 핵심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존재"라며 "[그]승화의 한 과정으로서 우리의 영성에 의한 복음 이해를 주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주장하는 신학의 방법론으로서의 풍류신학은 우리 민족이 이성 보다는 감성에 의한 존재 이해가 있다는 데에 근거한다. ⓒ사진=지유석 기자  

문: 복음적 실존이 결국 예술적 성격을 띤다는 말씀이시군요. 고난의 승화가 예술의 원리라면 복음적 실존도 승화를 통해 가능한 영역이지 않겠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교수님께서는 현대 한국의 기독교가 타율과 자율의 차원을 넘어서 성령의 역사에 힘입어 승화의 경지를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하시는 것이지요?  
 
유: 그렇습니다. 우리는 복음의 핵심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존재입니다. ‘종교’의 차원에서 그러한 노력을 하다보면 득도는 하겠지만 성령의 은혜를 통한 승화는 불가능합니다. 승화의 한 과정으로서 나는 우리의 영성에 의한 복음 이해를 주장하는 것입니다. 그게 풍류신학입니다. 서양철학사는 플라톤의 주석에 불과하다잖아요? 우리 민족은 이성보다는 감성에 의한 존재 이해가 있거든요? 그래서 우리의 실상에 대한 전이해를 토대로 복음의 핵심에 접근해야 합니다. 일종의 방법론인 셈이지요. 
문: 그러면 풍류신학이 추구하는 복음적 실존이 무엇이냐의 문제가 남습니다. 
유: 나는 복음적 실존이 삼태극의 경지라고 봅니다. 요한복음 14장20절에 나온 대로 아버지와 그리스도와 우리가 하나가 되는 경지입니다. 놀랍게도 그 말씀 뒤에 사랑의 이야기가 나와요. 저 삼태극적인 복음의 핵심이 사랑이라는 말입니다. 사랑이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특권을 얻는 통로라는 것입니다. 즉, 복음적 실존은 사랑일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문: 복음적 실존의 내용이 사랑이라면, 그 사랑이 구현되는 공간이 바로 예술의 세계, 아름다움의 세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니 풍류신학은 우리의 삶의 속성이 예술이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겠군요? 
유: 복음의 관점에서 보면 삶과 우주가 모두 예술입니다. 역사와 개인의 삶을 예술로 봐야지 합리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지요. 열심히 정직하게 사는데 가난해요... 이것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설명해요? 계명으로 따지면 십계명 잘 지키고 헌금 잘하면 잘 살아야 하잖아요? 예수님을 보세요. 하나님의 아들이 어떻게 고난을 당하지요? 예술이라는 것은 합리의 단계를 넘어선 승화의 경지인 것입니다. 
그림을 그릴 때 아름답게 묘사하지만 저 그림 속의 현실에는 고난이 있거든요. 예술은 고난을 승화시키는 것이에요. 그래서 예술의 속성이 복음적인 것입니다. 
대담 첫머리에 나에게 던진 첫 질문이 “<국제시장>을 봤느냐?” 였지요? 그 영화 속의 실상은 비극이잖습니까? 전쟁이 벌어진 것이니까. 그런데 사람들이 그 영화를 보고 감동을 받는단 말입니다. 예술화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지요. 그 차원이 아니고는 복음의 세계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유동식 교수의 저서 『제3시대와 요한복음』 (동연, 2014) 28쪽에 나오는 '요한의 삼태극 복음' 도해 자료.

문: 승화가 복음의 세계에 토대를 구성하는 원리라는 말씀이시군요. 
유: 나는 그것을 복음의 원리라고 말해요. 신앙은 나를 하나님께 맡기는 동시에 성령의 역사가 없으면 불가능한 경지입니다. 신율(神律, theonomy)이라는 말은 폴 틸리히가 쓴 말인데 내가 주관적으로 활용하기는 했지만, 자율과 타율이 결합된 경지라는 차원에서는 그 의미가 통합니다. 
문: 교수님께서는 풍류신학, 예술신학을 신학적 방법론의 차원에서 주로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면 독자들을 위해서 풍류신학이란 이것이다라고 간명하게 정의를 내려줄 수 있으시겠습니까? 
유: 다른 게 아니에요. 첫 번째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복음적 실존이 되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풍류신학의 핵심입니다. 십자가에 나를 죽이고 부활에 동참하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기독교입니다. 자기의 의로 득도의 경지에 이르려는 행위적 신앙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나는 풍류신학이 복음의 핵심을 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 복음 정신이 생활 속에서 구현되는 현장을 놓치면 복음의 핵심을 놓치게 된다고 보시는 것이지요?   
유: 그렇습니다. 나는 요한이 매우 놀라운 통찰력을 가졌다고 봅니다. 예술적 통찰력을 가졌어요. 표현할 수 없는 야훼를 “빛이다, 영이다, 사랑이다”라고 전제하고서는 빛의 형상화, 영의 형상화, 사랑의 형상화를 논리적으로 전개하잖아요? 우리의 삶의 양상이 복음적 실존을 구현하는 쪽으로 가야한다는 사실을 제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문: 예술이 현실을 초월하여 그것을 승화시키지만 그 본 바탕인 현실을 소실하지 않는 자세를 유지하듯이, 풍류신학도 바로 그러한 자세를 갖고 있어야 하겠지요? 
▲유동식 교수가 풍류신학을 통해 추구하는 복음적 실존이란 무엇일까? 그의 복음적 실존은 현실을 초월하면서도 현실을 포용하는, 승화의 경지를 넘어 서 있다. ⓒ사진=지유석 기자
유: 나는 차원이라는 용어를 썼는데 초월된 본 바탕으로서의 차원을 없애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갖고서 승화하는 것입니다. 일차원 없이 이차원이 없고 이차원 없이 삼차원이 없는 것 아니겠어요? 영의 세계인 5차원과 시간의 세계인 4차원이 하나가 된 것이 6차원의 세계, 즉, ‘종교’의 차원입니다. 성육신은 6차원적인 세계의 일입니다. 그리스도를 매개로 하나님과 우리가 하나가 되는 것은 7차원적인 일입니다. 그러니까 그러한 차원을 통과하지 않으면 4차원의 틀 안에서만 맴도는 것입니다. 4차원에서 7차원의 일을 도모하려면 장삿속으로 흐를 수밖에 없어요. 구원파 유병언이 대표적입니다. 4차원적인 생각들에 머물다보니 성적이거나 금전적인 문제들이 자꾸 생기는 것입니다. 
문: 현실을 초월하면서도 현실을 포용하는 것이 승화의 경지라면 티끌 속에 우주가 있고 한 순간이 영원을 담보하는 경지가 복음적 실존의 세계인 것이지요? 
유: 복음적 실존은 그 경지를 넘어섭니다. 예를 들어, 복음적 실존은 하루가 천 날 같고 천 날이 하루 같은 경지를 포함하지만 복음적 실존의 완성태를 고려한다면 천 날도 너무 짧아요. 그것은 영원의 세계이니까. 절대시간이자 절대공간을 지칭합니다. 나 정도의 나이가 되면 그 경지에 대한 이해가 절실해져요. 언제 부르실지 모르니까.  
지금 내가 당신과 대화하는 순간이 영원에 기록되는 일이거든요? 이런 사실을 알아야 현재를 의미 있게 살 수 있어요. 복음적 실존을 구현하면서 살게 된다는 말입니다. 사랑하게 된다는 말입니다. 
문: 그런 복음적 실존이 교회 안에서 구현된다면 현재의 교계의 분열도 해결될 것 같습니다. 
유: 그럼요. 교회일치는 복음 이해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사실은 개개인이 개성을 갖고 사는 것이니까 뜻 맞는 사람들끼리 모이다보면 분파가 생기기 마련이에요. 그것은 본질적으로 문제가 안 됩니다. 다만 복음의 핵심을 훼손하면 안 되는 것이지요. 그렇지만 않다면 환경 따라서 문화 따라서 얼마든지 모임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것은 큰 문제는 아니에요. 
문: 지금은 너무 분열해서 탈입니다. 
▲유동식 교수가 직접 그린 삼태극. 하나님과 그리스도와 나가 하나로 되는 경지를 나타낸다. ⓒ사진=지유석 기자

유: 왜 남의 일에 간섭들을 하는지 몰라요. 원효의 글에 위관규천(葦管窺天)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갈대의 구멍으로 하늘을 본다는 말입니다. 각자는 갈대 구멍으로 하늘을 보면서 자기만 하늘을 봤다고 우기는 거에요, 다른 사람은 못 봤다고 말하면서. 자기가 세상을 알차게 봤다고 주장하는데 고작 갈대 구멍 속의 하늘이잖아요? 문제는 최종지향이 복음적 실존이냐 아니냐입니다. 사랑이냐 돈벌이냐의 문제인 것입니다. 그것을 판단해야 해요. 복음적 실존, 즉, 삼태극적 존재... 하나님이 계시고 우리 속에 부활하신 그리스도가 계신다는 것만 확실하면 그 이외는 문화운동일 따름이에요. 각자가 개성에 따라서 활동하는 것을 인정해야지요. 
문: 결국은 복음적 실존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되지 않은 채 신앙을 제도로서, 계율로서 이해하다보니 한국교회 자체가 형식주의, 기복신앙에 매달린다는 비판을 받게 된 것 같습니다. 이러한 비판을 극복하는 길은 복음적 실존에 대한 이해가 명백해야 한다! 이것이 기독교의 위기상황을 극복하는 길이다!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유: 그래요. 복음으로 돌아가야 해요. 종교개혁에서 ‘믿음만으로, 성서만으로’라는 정신을 지금 말로 하면, ‘복음만으로’라고 해석할 수 있어요. 물론 해석의 틀이 여기서도 달라지겠지만, 나는 예술신학적인 차원에서 해석합니다. 바울도 믿음, 소망, 사랑 가운데 제일은 사랑이라 했듯이, 나는 복음적 실존이 창조적 사랑이라고 봅니다. 모든 행복과 기쁨은 거기서 나오거든요. 이것을 줄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면 밤낮 장삿속으로 교회가 운영되는 것입니다. 
문: 귀한 말씀을 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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