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합동 평양노회(아래 노회)가 전병욱 전 삼일교회 담임목사의 성추행에 대해 적절한 징벌을 내릴 것인가? 2011년 4월 전 목사 사건이 노회로 넘어온 이후 줄곧 제기된 문제다.
노회는 미동도 하지 않다가 2014년 10월 정기노회를 통해 전 목사 면직을 다룰 재판국을 꾸렸다. 그러나 이 재판은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무산됐다. 우여곡절 끝에 예장합동 총회는 노회에 다시 재판국을 꾸릴 것을 지시했다.
노회는 이에 새해 첫 주인 1월5일(화)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재판국 첫 모임을 열었다. 이번에도 역시 관심은 공정한 재판과 적절한 치리 여부다. 그런데 재판국 참고인 조사 과정에서 오간 논의를 종합해 볼 때, 재판의 공정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익명을 요구한 노회 측 관계자의 증언에 따라 상황을 재구성해보자. 삼일교회 측에선 참고인으로 이광영 장로, 나원주 장로가 출석했다. 재판국원들은 두 장로에 대해 몇 가지 쟁점 사안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재판국원들은 특히 피해자들의 구체적인 신원에 대해 집요하게 캐물었다. 그러나 재판국원들이 쓰는 말에는 피해자에 대한 배려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분들", "이 사람들"이라는 표현이 주였고, 심지어 한 재판국원은 피해여성도들을 "이 양반들"이라고까지 지칭했다.
이 재판국원은 삼일교회 측 참고인들에게 피해성도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이 양반들이 억울해서 피해를 당했다면 물증을 듣고 판단하는 것이 좋겠다. 이분들을 재판국에 데려올 수 있냐?"고 물었다. 삼일교회 측은 "2차 피해가 우려된다"는 이유를 들어 난색을 표했다. 또 "앞서 진행된 재판에서 재판국은 피해여성도 한 명의 증언을 확보했으니 그걸 근거로 활용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재판국원들은 총회 공문을 참고인들에게 읽어주며 "노회가 재판국을 형성하고 다시 심리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우리는 원점에서 심리를 다시하고자 한다"며 재차 피해자 출석을 요구했다.
평양노회, "목사에게 가장 무거운 형벌 내렸다" 입장 밝혀
노회 재판국은 이어 "전 목사에 대해 노회가 이미 (성추행에 해당하는) 시벌을 취했다"는 논리를 펼쳤다. 노회 재판국은 2010년 11월8일자 노회 임원회 공문을 참고인 앞에 제시했다. 이 공문엔 노회가 삼일교회에 지시한 사항이 적혀 있었다. 그 구체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다.
1. 전(병욱) 목사 설교는 앞으로 9개월까지 중지하기로 한다
2. 파견목사외 세울 수 없다.
3. 설교자에 대해서 당회대표가 매월 노회에 보고 하고 지도를 받아야 한다.
재판국은 이 문서를 근거로 평양노회는 전 목사에 대해 적절한 시벌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즉, 설교 중지는 목회자에겐 면직 다음으로 무거운 형벌인데 노회는 전 목사에게 9개월 동안 설교를 중단하라는 처분을 내렸다는 것이다. 노회 기준대로라면 2010년 11월부터 2011년 7월까지 전 목사는 설교를 할 수 없었다. 그런데 재판국은 "전 목사는 2011년 7월까지 설교를 하지 않았기에 노회 지시를 지켰다"고 말했다.
삼일교회 "전 목사는 12월 중순 사임하고 교회를 떠났기에 설교를 할 수 없는 처지"라며 반발했다. 그러나 재판국은 "노회가 전 목사를 적절히 조치했으니 앞으로 (삼일교회가) 대외적으로 노회가 전 목사를 치리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삼가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고, 노회 재판국을 비방하는 문서나 영상을 교회 공식 예배에서 발표하면 재판은 자동 기각된다"고 경고했다.
재판국 참고인 조사 과정에서 오간 논의들을 종합해 보면 노회가 전 목사의 대리인처럼 행동하고 있다는 인상이 짙다. 게다가 그동안 전 목사 치리에 미온적이었던 노회 입장을 강변하는 모습도 보였다.
김진하 노회장은 재판국 1차 모임 당일인 5일(화) 취재진들에게 "정하게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과연 전 목사 면직 재판이 김 목사의 말대로 진행될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