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드디어 오스카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여섯 번째 도전 만에 이룬 성과다. 사실 올해 아카데미상 시상식은 유독 아카데미와 인연이 없었던 디카프리오의 수상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인터넷에서는 그의 오스카 수상을 예측하는 패러디들이 넘쳐났다. 그 중 하나를 소개한다.
'인셉션'에 함께 출연했던 킬리언 머피와 디카프리오의 대화다.
디카프리오 : 오스카를 얻을 좋은 생각 없어?
킬리언 : 아들을 낳아. 그리고 이름을 오스카라고 해.
그의 연기이력을 되짚어 보자. 그는 데뷔 당시만 해도 앳된 외모를 가진 배우로만 평가됐다. 사실 '토털 이클립스', '로미오와 줄리엣', '타이타닉', '아이언 마스크' 등등 초기작들은 미소년 이미지를 내세운 것들이어서 이 같은 평가는 꽤 설득력이 있었다. 물론 조니 뎁과 공연한 1994년작 '길버트 그레이프'에서 녹록치 않은 연기를 선보여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르기는 했지만 말이다.
환골탈퇴라고 해야하나? 그는 미남스타에 머무르지 않았다. 명감독 마틴 스코세지와 함께 하면서 연기변신을 꾀했다. 지금까지 스코세지 감독과는 '갱스 오브 뉴욕', '에비에이터', '디파티드', '셔터 아일랜드',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등 모두 다섯 편을 찍었다. 이 가운데 '에비에이터'로 제77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래서인지 디카프리오는 아카데미 수상 소감에서 스코세지의 이름을 언급하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꽃미남' 이미지와 완전 결별한 작품은 에드워드 즈윅의 2007년 작 '블러드 다이아몬드'였다. 그는 이 작품에서 전직 용병이자 목적을 위해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다이아몬드 밀매 업자 대니 아처로 등장했다. 그는 이 역으로 또 다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이후 '인셉션', 'J. 에드가', '위대한 개츠비' 등에 출연하며 착실히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그러다 2014년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로 다시금 오스카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호사가들은 조심스럽게 디카프리오의 수상을 점쳤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달랐다.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의 매튜 맥커너히가 오스카를 차지한 것이다. 이쯤되면 좌절할 법 하지만 디카프리오는 꾸준히 작품활동을 이어나가는 한편, 환경보호에도 앞장섰다. 그러다 마침내 '레버넌트'로 오스카 트로피를 손에 넣은 것이다.
그가 무대에서 수상소감을 밝힐 때, '타이타닉'에서 함께 했던 케이트 윈슬렛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레버넌트'에서 불꽃 튀는 연기대결을 벌였던 톰 하디도 축하인사를 건넸다.
아카데미 징크스? 디카프리오는 예외일 듯
아카데미 징크스라는 게 있다. 오스카 수상 배우들은 수상 활동이 신통치 않다는 속설이다. '라스베가스를 떠나며'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뒤 '더 록', '페이스 오프'로 한창 주가를 올리다 급전직하한 니콜라스 케이지가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디카프리오는 예외일 것 같다. 그는 수상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짧은 소감을 남겼다. 그가 남긴 수상소감은 엄청난 잠재력을 지녔음을 보여준다.
"믿을 수 없는 영광을 주신 모든 아카데미에 감사를 드린다. '레버넌트'는 놀랄만한 출연진과 스텝들이 지치지 않고 희생한 결과물이다. 이들의 끝없는 지원과 참여는 내가 이 상을 받을 수 있는 단 한 가지 이유다. 그리고 이번 아카데미 수상은 지금 당장 시급한 기후변화에 대한 더 많은 관심과 행동을 이끌어 낼 중요한 기회다."
여섯 번째 도전 끝에 오스카를 거머쥔 디카프리오에게 다시 한 번 축하인사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