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13총선 결과 ‘기독' 간판을 내건 정당이 국회에서 의석을 얻는데 실패했다. 참으로 참담하다. 의석을 얻지 못해서가 아니다. 먼저 ‘기독'이란 간판을 걸고 정치판에 뛰어들겠다는 발상을 쉽사리 수긍할 수 없어서다,
기독자유당의 경우,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 입당한 이윤석 후보 덕분에 기호 5번을 배정 받으며 원내 진출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는 정당 득표율 2.63%로 비례대표 의석 확보에 필요한 3%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다른 정당인 기독당의 경우는 우습다. 이들이 얻은 득표율은 고작 0.52%. 이쯤되면 도대체 무슨 배짱으로 정치판에 뛰어들었는지 의심이 이는 수준이다.
문제는 득표율만이 아니다. 이들이 내건 정강정책인 과연 이들이 ‘기독'이란 간판을 내걸 자격이라도 있는지 의문이다.
기독자유당이 내건 핵심공약은 크게 1) 동성애 법제화 반대 2) 이슬람 특혜 반대 3) 반기독악법 저지 등이다.
이들이 제작한 선거 공보물엔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
"동성애는 특정 질환들(에이즈, 성병)을 유발하는 위험한 행동"
"할랄단지 조성 계획중인 익산시에 무슬림 30만명이 거주하게 되면 대한민국은 테러 안전국에서 테러 위험국으로 전락!"
"차별금지법으로 전도 금지!"
적어도 공당이라면 국가가 거시적으로 나가야 할 방향을 담은 정책을 제시해야 하는 법이다. 더구나 ‘기독'이라는 간판을 내건 정당이라면 기독교인은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예수 그리스도의 정신이 느껴지는 정책을 내세워야 한다.
그러나 기독자유당이 내세운 정강정책은 이와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성소수자나 이슬람 등 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고, 보다 근본적으로 검증조차 되지 않은 억측으로 가득하다.
이런 세력들이 ‘기독'이란 간판을 내걸고 정치판에 뛰어 들었다니, 결과적으로 이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욕되게 한 셈이다.
총선에서 드러난 보수 교단의 이중성
이들의 의회진출은 수포로 돌아갔다. 총선 직후 지상파 3사가 실시한 출구조사에서 기독자유당이 2석 정도 확보가 가능하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반색하기도 했지만 말이다.
어느 면에서 기독자유당의 행태는 개신교계, 특히 보수 대형교회의 이중성을 드러내는 한 단면이다.
기독자유당에 이름을 올린 인사들의 면면을 살펴보자. 대표고문이 조용기 목사였고, 전광훈 목사가 후원회장으로 활동했다. 길자연, 김홍도, 양병희, 유만석 목사 등이 상임고문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민감한 쟁점현안이 불거질 때 마다 어김없이 정부편향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던 반면, 세월호 참사는 ‘정치적'이라며 철저히 외면했던 인물들이었다. 이런 자들이 정당을 꾸려 현실정치에 뛰어들었으니 자기모순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다행스럽게도 ‘기독' 간판을 내건 정당들은 유권자들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했다. 선거결과는 두 가지로 해석이 가능하다.
첫째, 이들 정당들의 정강정책은 일반 유권자들의 의식에 한참 못 미치는 저급한 수준에 그쳤다는 점이다. 둘째, 이들의 정당 결성은 공당으로서 건전한 정강정책을 내세우려 하기보다 교회 연고에 기대려 했는데 이런 시도마저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정책과 투표율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그러나 이들은 아직 정신을 못 차린 듯하다. 기독자유당의 후원회장이었던 전광훈 목사는 "기독자유당과 함께했던 한기총·한교연·한기지협 등 교계 연합기관을 비롯한 한국교회 지도자들과 더불어, 미래 대한민국을 바꿀 ‘1천만 회원'을 즉시 조직해 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총선에서 드러난 유권자들의 의식수준은 녹록치 않았다. 무엇보다 정부·여당의 실정에 준엄한 심판을 가했고, 저급한 수준에 머문 ‘기독' 정당들의 의회 진입을 막았다.
부디 교회 연고에 의지해 의석 하나 얻으려는 얄팍한 시도는 자제하기를 당부한다. 1천 2백만 성도들도 목사들이 만든 정당에 흔쾌히 표를 던지지 않는 시절이다. 부디 두 번 다시 정치판에 기웃거릴 생각은 접고 억울하게 어려움 당하는 이들을 찾아 아픔을 보듬어 주기 바란다. 그것이 참 기독교 정신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