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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기장, 이대로 침몰하는가?

한신대 학내갈등, 성추행 등 바람 잘 날 없던 100회 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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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사진=지유석 기자)
▲한신대 학내갈등은 전혀 해결점을 찾지 못한 채 101회 총회를 맞이하게 됐다.

"장공과 한신은 바리세주의적 교권주의와 근본주의 신학으로부터 이단신앙으로 비판받았으나 한국에 진보주의 신학의 학맥을 심어 한국 개신교에 새역사를 창출했으며, 그의 신학은 한국기독교장로회를 통하며 학문의 자유로 민중과 연대한 역사의식으로 진취적 사회참여 신학으로 꽃피었다."

한신대학교 본관인 장공관에 위치한 장공 김재준 선생의 동상에 새겨진 글귀다. 장공의 정신을 받은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와 한신대학교(한신대)는 1972년 유신체제 선포, 1980년 5.18 광주 민주항쟁, 1980년대 민주화 운동 등 역사의 변곡점 마다 선봉에 섰다. 또 이명박-박근혜 보수정권 들어 민주주의의 후퇴를 우려하며 국정원 정치개입, 통진단 강제해산, 세월호 참사,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도입 등 주요 현안이 불거질 때 마다 앞장서 목소리를 냈다.

올해 100회 총회도 이런 기장의 전통을 이어나가는 듯 했다. 부활절 고난주간 첫날인 지난 3월21일 기장은 덕수궁 대한문 광장에서 ‘고난당하는 민주주의를 위한 긴급시국기도회'(아래 시국기도회)를 열었다. 이날 기도회에서는 "민주주의를 위한 싸움은 쉬지 말아야 한다"는 메시지가 선포됐다. 기도회를 마친 후 광화문 광장으로 행진하는 과정에서 경찰과 충돌이 벌어졌고, 이 일로 최부옥 총회장이 경찰로부터 소환 통보를 받는 초유의 일까지 벌어졌다.

그러나 그때 뿐이었다. 아무래도 스텝이 꼬인 결정적인 계기는 한신대 총장 선임을 둘러싼 학내 갈등일 것이다. 한신대 학내 갈등은 본지 지면을 통해 관련 소식을 수시로 타전했기에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하려 한다. 문제는 기장 총회가 학내 갈등 해결에 줄곧 미온적인 입장을 취해왔다는 점이다.

한신대 학내갈등·남원 평화의 집 수수방관한 기장 총회

총회는 특히 언론 보도에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이와 관련, 본지는 지난 4월21일, 총회 관계자의 언급을 인용해 "총회가 학내 사태를 예의주시한다"고 보도한 바 있었다. 이러자 총회 측은 공문을 보내 오보라며 법적 조치를 예고했고, 이에 보도 내용 상당부분에 수정을 가해야 했다.

6월엔 또 하나의 악재가 불거졌다. JTBC 탐사보도 프로그램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에서 장애인 복지시설인 남원 ‘평화의집'에서 벌어진 복지사들의 구타, 가혹행위를 고발한 것이다. 이 방송이 고발한 운영실태는 ‘충격적'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였다. 상습적인 구타는 물론 거구의 사회복지사가 중증장애인 원생을 장난삼아 깔아뭉개는 경우도 벌어졌다. 2011년부터 원생들에게 생활지도를 명분으로 가한 폭력·가혹행위가 127건이라고 하니, 그 정도는 상상만해도 끔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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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JTBC뉴스룸 화면갈무리 )
▲지난 5월 한기장 복지재단이 운영하는 남원 평화의집에서 원생 가혹행위가 불거져 큰 파장이 일었다. JTBC 탐사보도 프로그램 '스포트라이트'는 CCTV 화면을 확보해 가혹행위를 폭로했다. 재단은 고개를 숙였으나 총회는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았다.

문제가 된 평화의집은 한기장복지재단이 운영하는 시설로, 해당 재단은 기장 총회의 사회복지선교사업을 총괄하는 조직이다. 일단 사태가 불거지자 재단은 평화의집 사태에 대해 사과했다. 또 남원시는 7월 평화의집을 연말까지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이 같은 일련의 사태에 대해 총회는 함구로 일관했다. 본지가 서면으로 질문지를 작성해 총회에 보냈음에도 묵묵부답이었다. 물론 총회가 개별 복지시설에서 불거진 일까지 일일이 개입하는 건 썩 바람직하지는 않다. 그러나 한기장복지재단 정관은 총회 총무가 재단 이사회에 당연직 이사로 참여하도록 규정해 놓고 있다. 이런 구조라면, 재단 내 벌어진 일에 대해 총회도 일정 수준 책임을 짊어져야 한다. 그러나 총회의 입장은 한신대 학내갈등에서 취한 입장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즉, 복지재단 안에서 해결되야 할 문제이기에 총회가 입장을 표하는 게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기독교계 재단에서 운영하는 중증장애인 시설에서 가혹행위가 불거졌다면, 그에 대한 책임은 응당 비단 해당 교단은 물론 기독교계 전체가 짊어져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총회의 미온적인 태도는 사태를 축소하려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불러일으킨다.

성추행, 기장 교단이라고 예외 아냐

최근 기독교계가 몸살을 앓고 있는 쟁점 가운데 하나가 성추행이다. 성추행은 기장 교단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김해성 중국동포교회 목사가 그 주인공이었다. 김 목사는 2013년 한신대 민주화 전통과 그 뜻에 부합한 인물 중 한신대와 사회발전에 크게 공헌한 인물에게 수여하는 한신상, 그리고 2015년 제100회 총회에서는 7개 이상 교회를 개척한 공로로 공로패를 받는 등 사회선교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이었다.

그가 벌인 성추행 행각은 차마 공식적인 지면에 옮기기 민망할 정도다. 더구나 성추행 말고 자신이 운영하는 ‘지구촌사랑나눔'에서 근무하던 여직원과 성관계를 맺었다 2억 8,000여 만원을 갈취 당했다고 하니, 혹시 더 숨겨진 죄상은 없는지 궁금증마저 인다.

이밖에 총회 배태진 총무와 최부옥 총회장이 공금유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당하는가 하면, 한신학원 이극래 이사장이 학력 허위기재 의혹이 불거지는 등 기장 총회는 100회라는 상징성이 무색하게 내홍으로 몸살을 앓았다. 그 내홍이 다른 보수 장로교단에 견주어도 손색없을 지경이다.

현재 대한민국 사회는 총체적 붕괴의 징후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세상 사람들이 교회를 질타하는 것 같아도, 그 이면엔 교회가 어두운 세상에 빛을 밝혀주기를 갈급해 한다. 지금 이 시기가 특히 그렇다. 그런데 세상엔 질타의 목소리가 더 높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교회가 제 구실을 못하는 걸 세상 사람들이 알아버려서다.

그나마 기장 교단은 역사의 굴곡 때 마다 존재감을 과시해왔다. 이 나라의 민주화는 기장, 그리고 한신대에 일정 정도 빚지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런 기장이 유독 올해 제 길을 잃고 휘청거렸다.

‘하인리히 법칙'에 따르면 대형사고가 벌어지면 이전에 이와 관련된 수많은 경미한 사고와 징후들이 불거진다고 했다. 기장의 스텝이 꼬인 건 그동안 자신도 모르게 예언자적 역할을 잊고 한국사회와 교회에 팽배한 물신주의에 편승한 건 아닌지, 진지하게 성찰해야 할 것이다.

지유석 luke.wycliff@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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