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환 원로목사가 19일 오후 이례적으로 청년들의 예배에 직접 설교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명성교회와 새노래명성교회 합병안 등을 통과시키는 공동의회를 앞두고 단에 오른 김삼환 목사는 세습에 대한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교회 청년들 앞에서 부자세습에 대한 변명에 나선 것이다.
김삼환 목사는 설교 내내 이번 청빙 과정 중 일련의 일들로 동요가 많은 청년들에게 김하나 목사 청빙을 긍정적으로 설명했으며, 동시에 감정적으로 지지를 호소해 이목을 끌었다. 아들 김하나 목사에 관대한 아버지 김삼환 목사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자리였다.
김삼환 목사는 목회자 아들 위임(담임)목사 청빙에 대해 "모셔오면 할 수 있다"고 언급하고, "우리나라 교회 가운데 큰 교회 목회자가 이렇게 자녀들이 잘 갖춰져서 물려받는 교회도 많다"고 운을 뗐다. 명성교회만 세습하는 게 아니라 큰 교회들 가운데 세습한 교회들이 상당하다는 변명이다.
김삼환 목사는 이어 "아버지가 목회 잘 하는데 아들이 모든 도덕성이나 신학성 등을 갖추는 예가 어렵다"고 말한 뒤 "다른 분야는 가능한데 목회는 아버지가 그렇다 해서 아들에게 좋은 객관성을 갖춘 목회자로 후계자로 될 가능성이 세계에서도 많지 않다. 때문에 미국이고 스코틀랜드고 수대를 내려오면서 교회 담임이 가정에서 나면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김삼환 목사는 또 "이렇게 만든 것(교단 내 세습방지법을 제정한 것을 의미: 편집자 주)은 우리 교단만이 지난번에 그렇게 해서 결정한 것"이라 밝히고, "낮시간(예배)에서는 다른 이야기를 안 했는데, 여러분들 청년들에게는 진실한 이야기를 해야겠다 싶었다"면서 "내가 한 이야기에 조금이라도 진실한 것이 없다면, 내 말을 들을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신 "주의 종을 믿어달라"고 당부했다.
큰 교회 중 부자세습을 강행한 아버지 목회자 변명의 대표적인 사례는 금란교회 김홍도 원로목사가 있다. 김홍도 목사는 지난 2012년 큰 돈을 들여 조선일보에 낸 전면광고에서 부자세습을 정당화하는 내용을 실었었다.
당시 김홍도 목사는 "아버지 목사가 은퇴하고 아들이 담임자가 되면 '세습'이라 공격하고 비난한다"며 "그러나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이 세습하듯 자격이 있건 없건 물려주고 물려받는 교회는 없다"고 했다. 이어 "자격도 없는 아들을 억지로 담임목사 시키는 아버지가 어디 있으며, 그것을 받아주는 교인들이 어디 있겠느냐"고 했다. 자격 요건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안한 채 자신의 아들 만큼은 자격이 된다는 식이었다.
김홍도 목사는 또 "기업의 주인이 재산을 자식에게 물려주듯, 교회 건물이나 헌금을 물려주는 것이 아니다"라며 "교회 건물이나 재산은 목사의 소유가 아니라 교회의 소유이고, 생활비도 교회가 책정해 주는대로 받는 것이지 담임목사가 봉급을 제 맘대로 정할 수 없다"고도 했다. 수십년 간 목회 경력으로 쌓인 담임 목회자의 제왕적 권위가 당회의 결정에 어떠한 영향을 줄 수 있는가에 대한 언급은 일절 없었다.
또 父子 세습이 한국교회의 고질적 병폐로 자리잡은 원로와 후임 간의 갈등을 해결하는 데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는 식의 궤변을 늘어놓았다. 반공 이데올로기로 중무장한 김 목사는 북한 세습에 대해 거품 물고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자신의 세습에 있어서 만큼은 관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