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를 크게 성장시키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더 쉽지 않은 일이 있다. 상황의 변화를 통해 소명과 기쁨을 찾으려 하지 않고 주어진 만남, 주어진 목회의 자리에 자족하며 한 영혼에 목숨을 걸 수 있는 목회다. 큰소리로 외치지 않아도 그 자리에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존재의 향기를 뿜어낼 수 있는 사람, 목사가 아닌 참사람이 되기 위해 애쓰며 성도들과 함께 길을 찾아가려는 목회자가 있다. 전북 완주 들녘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이세우 목사다.
이세우 목사는 신학교 시절 노동 목회를 꿈꿨다. 졸업이 가까워지면서 노동 목회보다 농촌 목회에 가려는 사람이 적은 현실을 보게 되었다. 농촌에 관심을 갖다 보니 농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됐다. 대학원 시절 이 목사는 동아리를 구성해 본격적인 농촌 목회를 준비했고 27년 전 들녘교회로 부임해 현재까지 목회를 이어가고 있다. 이 목사가 부임했을 당시, 그는 목회자에 대한 교인들의 불신을 느꼈다. 목회자들의 잦은 인사 이동 때문이었다. 이 목사는 성도들에게 약속했다고 한다.
"설교도 못하고, 찬양도 못합니다. 그러나 한 가지 약속은 꼭 지키겠습니다. 지금까지 있었던 어느 목회자보다 이 자리를 오랜 시간 지키도록 하겠습니다."
소박하지만 깊은 울림이 있는 사명자의 고백이다. 이 목사에게 목회가 무엇인지 물었다. 그는 자신이 생각하는 목회 철학을 들려주었다.
"정의, 생명, 공동체를 살리는 일입니다. 사람을 살리고, 생명을 살리고 자연을 살리는 일이 목회입니다. 농민이 웃을 때 함께 웃고, 농민이 울 때 함께 울어 주는 일이 목사의 일이자, 교회의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는 목회를 선택하면서 출세주의자나 성장주의의 길을 걸으면 안 된다고 했다. 무엇이 되려고 하기보다 먼저 무슨 일을 할 것인지 물을 때 건강한 목회를 이어갈 수 있다고 했다. 이 목사는 현재 벼농사를 짓고 있다. 그에게 농사를 짓게 된 동기를 물었다.
"다양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이유는 한 가지입니다. 지역민들과 하나가 되기 위함입니다. 제대로 된 농촌 목회를 위해서는 지역사회와 교회가 함께 가야 합니다. 먼발치에서 바라본다면 지역을 알 수 없습니다. 마을과 교회, 목회자와 교인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 말이 아닌 행동이 필요합니다. 농사를 짓겠다는 마음과 함께 배우는 자세로 주민들을 찾아다녔습니다. 목사와 농민이 아닌, 농민과 농민으로 만나고 싶었습니다."
농촌에 들어와 보니 농민들의 현실이 생각보다 더 어려웠다. 이 목사는 왜 이렇게 농촌과 농민이 힘든지 묻기 시작했다. 구조의 문제였다. 농민들의 땀과 눈물이 담긴 농산물이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고 있었다. 유통 과정 등의 구조 안에서 빼앗기는 것들이 많았다. 농사를 짓더라도 가격을 농민 스스로 책정할 수 없는 현실, 싸게 팔려 가지만 소비자는 비싸게 먹고 있는 현실, 이 모든 현실은 구조의 모순이 만들어 낸 문제들이었다.
이세우 목사는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지금, 지역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했고 직거래 운동과 협동조합 운동을 펼치기 시작했다. 그에게 하나님나라를 물었다. "농민이 웃을 수 있는 나라가 하나님나라인 것 같습니다." 그는 분명 뼛속 깊은 농촌 교회 목사였다.
<글/ 김문선 목사 _ 생명의 망 잇기 사무국장>
* 농촌교회를 세우고 자연과 생명을 살리는 생명의 망 잇기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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