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대 박영식 교수가 성경을 문자적으로 읽을 때 나타나는 성서의 내적 모순에 대해 언급하며 신학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설명해 눈길을 끌고 있다.
박 교수는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성경을 문자적으로 보면, 지구의 연대, 아니 천지창조의 연대는 6천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제임스 어셔 주교는 주전 4004년이라고 그랬고, 요하네스 케플러는 주전 3977년, 루터는 주전 3961년이라고 그랬다 한다. 중국에 선교하러 온 미켈레 루제리(1543-1607) 역시 천지 창조의 연대를 주전 3966년이라고 생각했다. 불가타 역을 따르면 노아홍수 연대가 중국의 요임금의 즉위 연대인 주전 2357년보다 불과 8년 후의 일이 된다고 한다.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전했다.
이어 "천지창조의 연대는 불가타를 사용하느냐, 70인역을 사용하느냐, 히브리 성경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날 수 있다고 하니, 성경을 통해 천지창조의 연대를 추정하고자 하는 이는 주의해야 한다"고 박 교수는 말했다.
성경을 문자적으로 읽을 때 지동설은 수용 불가능한 학설이라고도 했다. 박 교수는 "성경을 문자적으로 보면 천동설이 옳다. 성경에서는 태양이 움직인다. 지구는 움직이지 않는다. 따라서 루터는 지동설을 주장한 코페르니쿠스를 멍청하다고 비웃었다. 성경을 문자적으로 이해하면 지동설을 부정해야 한다"고 전했다.
성경을 문자적으로 볼 때 발생할 수 있는 신의 형상의 모순에 대해서도 짚었다. 그는 "성경을 문자적으로 보면 하나님은 눈과 귀와 코와 입을 가진 분이며 오른팔을 주로 사용하신다. 하나님은 사람처럼 몸을 가지고 계신다. 문자적으로 읽으면 그렇다. 하지만 성경은 하나님은 영이라고 말하지 않던가? 극한 문자적 모순은 삼하 24:1과 대상 21:1에 등장한다"고 전했다.
또 "성경을 문자적으로 이해하면, 우주의 연대를 약 140억년이라고 해서는 안 되며, 지동설이 아니라 천동설이 옳다고 주장해야 한다"고 했으며 "'이것은 내 몸이니 먹으라.' '이는 내 피니 마셔라'는 말씀을 글자 그대로 수용하여, 우리는 예수님의 살을 뜯어 먹어야 하고 그 피를 마셔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문제는 성경에 있는 것이 아니다. 해석이 문제다. 성경의 역사성과 문학적 구조를 무시하고, 마치 성경을 신문 읽듯이 글자 그대로만 해석하니 문제다. 여기서는 신학이 필요하지 않다"며 "하지만 성경은 진리와 구원의 책이며 심오한 책이다. 그 권위와 깊이에 맞게 해석해야 한다"고 전했다.
박 교수는 "올바른 성경 해석을 위해 성서 본문의 역사성과 문학적 구조를 조심스럽게 이해할 뿐 아니라, 성서 본문과 본문들 사이의 내용적 모순과 연관성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며 "특정 본문에 집착해서 성급하게 '기독교의 가르침은 이것이다' 주장해서도 안 되며, 옛 전통에 무조건 굴복해서도 안 된다. 개신교 신학은 더욱 그렇다. 이것이 신학이 필요한 이유다"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