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대담

"신앙을 이념화하고 정치화하는 이들이 교회 무너뜨려"

[이웃과 더불어 사는 교회] 논현교회 권영규 목사 편 ②

논현감리교회는 성장제일주의, 개교회이기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중소형교회로서는 드물게 교회를 분립 개척하는 등 교회의 건강성을 유지하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다. 또 교회가 지역사회 선한 이웃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논현지역목회자모임' 활성화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교단과 교파를 가리지 않은 '논현지역목회자모임'은 건강한 교회를 꿈꾸는 지역의 교회들이 연합해 간간히 지역사회를 섬기는 일을 도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현교회 권영규 목사는 인터뷰 말미에 "이단 사이비 세력보다 무서운 게 신앙을 이념화하고 정치화하는 목회자들"이라며 기성교회 탈을 쓰고 교회를 무너뜨리는 이들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시켜 눈길을 끌기도 했다. 아래는 서면으로 진행된 인터뷰 전문.

Q. 논현교회는 성장제일주의, 개교회이기주의를 넘어 분립 개척을 통한 작지만 건강한 교회를 꿈꾸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교회 분립 개척 현황과 소식을 간략하게 전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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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논현감리교회 제공)
▲중소형교회로서는 드물게 교회를 분립 개척한 논현감리교회

논현교회는 2017년 교회 창립 70주년을 기념하며 1) 해외선교사 파송, 2) 해외선교센터 건립, 3) 70주년 기념교회 분립개척을 계획했습니다. 이를 위해 캄보디아에 해외선교사를 파송하고, 한빛선교센터를 건립하여 코로나 기간은 물론 지금까지 최선을 다해 동역하고 있습니다.

한편 70주년 기념교회는 2022년부터 적극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했습니다. 2022년도 6월 분립개척 최종 확정, 7월 분립개척 지역 및 장소 확정, 9월 분립개척 가정 모집, 9월 분립개척위원회 결성, 11월 추수감사 작정헌금, 12월 교회 분립, 그리고 2023년 1월 15일 창립예배의 로드맵을 거쳐 별빛사랑교회가 세워졌습니다.

특별히 논현교회는 분립개척을 통해 한 교회가 온전히 세워지기를 소망했습니다. 그래서 분립개척에 동참하는 가정을 사전 모집해 처음부터 자립하는 교회로 세우려 했습니다. 그러나 분립개척 당시 자립하기에는 아직 여건이 충분하지 않아 본 교회 장로들을 순번을 정해 파송하며 지원했습니다. 선교회들도 돌아가면서 분립개척교회에서 주일예배를 드렸습니다.

분립개척한 교회에서도 좋은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별빛사랑교회는 첫 예배 때 20명이 모여 예배를 드렸는데, 2024년 초 기준 24-29명이 예배드리는 교회로 안정적으로 성장해가고 있습니다.

Q. 코로나라는 전대미문의 사건은 '모이기에 힘쓰는' 교회 정체성을 뿌리에서부터 뒤흔들었습니다. 코로나 이전과 이후 목양 패턴에 큰 변화가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데 포스트 코로나 시대 목회자가 코로나 이전으로 되돌릴 수 없는 것은 무엇이며 또 회복해야 할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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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논현감리교회 제공)
▲코로나 시기 논현감리교회는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에 협조하면서도 성도들의 신앙을 위해 SNS 속회, 온라인 가정예배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코로나를 통해 한국교회가 겪은 변화로 크게 세 가지를 꼽을 수 있겠습니다. 첫째는 가족 중심적인 사고가 강화되었다는 것입니다. 이전에는 성도들이 교회에 특별한 행사나 모임이 있으면 참여하는 비율이 상당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가족들과 함께 주말을 보내고자 하는 성도들이 많아졌습니다. 그로 인해 교회의 전체적인 행사나 모임을 가지기 어려워졌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가족간의 관계를 지원하고 가족 단위로 행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이 목회적인 과제라 할 수 있겠습니다.

둘째는 영상예배, 온라인 예배입니다. 코로나 이전에는 온라인 스트리밍 예배를 대형교회의 전유물로 생각했는데, 이제는 중소형교회도 가능하게 됐습니다. 논현교회의 경우 코로나 전과 비교해 현장예배에 참석하는 비율이 80%까지 회복됐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영상예배를 드리는 성도들도 있습니다. 교회 외부 사람들, 그리고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간 교인들이 여전히 영상예배를 드리고 있어 끊을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셋째는 플로팅 크리스천들의 증가입니다. 아예 교회에 등록하지 않고 예배만 드리거나, 등록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교회 공동체 안으로 깊게 들어오는 대신 느슨한 멤버십을 가지고 신앙생활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이들을 대상으로 어떻게 목회할 것인지도 중요한 과제이겠습니다.

Q. 논현교회는 코로나 이전과 이후 등록 성도의 예배 출석률이 어떻게 달라졌습니까? 코로나 이후 온라인 예배가 활성화되면서 '모이기에 힘쓰는' 성도들이 줄고 있습니다. 논현교회는 '모이기에 힘쓰는' 예배의 회복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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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논현감리교회 제공)
▲논현감리교회가 추석을 맞아 선물 전달식을 갖는 모습.

가장 큰 틀은 코로나 이전에 중단된 모든 것을 회복하고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올해 교회 표어를 "기본으로 돌아가자"로 세운 것도 그 일환입니다.

특별히 올해는 기도에 집중하기 위해 기도를 주제로 심령부흥성회로 모였고, 새벽예배의 포맷 역시 보다 기도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바꾸었습니다. 그 결과 새벽예배 출석 성도가 130%로 증가해 새벽을 기도로 깨우고 있습니다.

물론 달라진 시대상에도 적응하고 있습니다. 가족중심적인 필요에 응답하며 신혼부부학교와 결혼예비학교, 아버지학교, 마더와이즈, 출산장려금 지원, 다둥이 가정 시상, 청장년 가족수련회, 월 1회 학부모기도회, 교회학교 부서별 부모참여예배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대그룹 예배를 중-소그룹 단위로 분리하기도 했습니다. 주일 오후예배를 사역팀별, 선교회별, 동호회별로 드리며 소그룹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보다 많은 성도들이 주중 예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존 수요 저녁예배에 더해 수요 오전예배를 신설했습니다.

Q. 코로나라는 사건은 교회로 하여금 지역사회로 눈을 돌리게 했습니다. 교회가 방역 문제에 얼마나 민첩하게 대응하는지에 따라 교회에 대한 평가는 천차만별로 달라졌습니다. 이 기간 대체로 방역 문제를 소홀히 여겼던 몇몇 비상식적인 교회들 때문에 교회를 이기적인 집단으로 보는 시선이 강해진 것이 일면 사실인데 논현교회는 코로나 시기를 어떻게 보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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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논현감리교회 제공)
▲논현교회는 코로나 시기 캄보디아 포첸통 지역 저소득층에 코로나-19 극복 사랑키트를 전달했다.

논현교회는 2021년 교회 표어를 선한 영향력으로 좋은 이웃이 되는 교회로 정하며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따르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에 협조하면서도 성도들의 신앙을 위해 SNS 속회, 온라인 가정예배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했습니다.

지역사회를 섬기기 위해 노약계층을 위한 코로나-19 극복 건강키트 나눔, 수제마스크 제작하여 외국인 근로자 및 취약계층 나눔,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은 농가의 농산물을 구매해 불우이웃에 나누기, 지방 내 미자립교회 월세 지원, 장애인 가구를 위한 사랑나눔키트 등을 전달했습니다.

코로나-19 방역의 최전선에 있는 인천의료원을 방문하여 의료진을 격려하기도 했고, 코로나-19에 더해 수해를 겪은 충북 음성지역에 수해복구 지원금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교회 내 83세 이상 어르신과 저소득 가정, 지역 사할린 어르신, 탈북 이주민 등 140개 가정에 추석선물세트 전달 등 다양한 나눔과 섬김을 실천했습니다.

섬김과 나눔은 국내에 머무르지 않았습니다. 캄보디아 포첸통 지역 저소득층에 코로나-19 극복 사랑키트를 전달했고, 아프리카 케냐 카쿠마 지역 난민촌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예방 프로젝트를 위한 기금을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논현교회는 코로나-19라는 강도를 만난 이웃을 돕는 '선한 사마리아인'의 역할을 충실히 감당했습니다.

Q. 다양한 사회사업으로 위장한 포교 활동을 통해 지역주민들의 믿음을 훔쳐 영혼을 파괴하는 이단 사이비 세력에 대한 대응도 지역사회의 선한 이웃으로서 교회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응 방책이 있다면 논현교회의 대응 방법을 나눠주실 수 있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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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논현감리교회 제공)
▲논현교회 전경

물론 이단 예방세미나와 교육 등을 진행하고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교회의 가장 기본적인 방침은 '우리교회가 건강하면 이단이 들어오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건강한 육체에는 면역력이 있어서 병균이 들어와도 병들지 않는 것처럼, 건강한 교회는 이단이 들어오더라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느 주일에는 이단에 대해 경계하는 설교를 했는데, 예배 끝나고 주보에 이런 쪽지를 적어두고 간 사람이 있었습니다. "목사님, 신천지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설교하십시오" 본 교회에 이단이 오지 않았던 것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교회가 흔들리지 않은 이유는 교회가 건강하기 때문입니다.

한편 신앙을 이념화하고 정치화하는 자들에 대한 경계도 필요합니다. 기성교회의 탈을 쓴 채 극단적이고 비정상적인 신앙관을 마치 옳은 신앙인 양 전파하며 교인들을 잘못된 길로 가게끔 하는 이들이야말로 이단보다도 더 크게 교회를 흔들고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건강한 교회를 세우는 일에 함께하는 <베리타스>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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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논현감리교회 제공)
▲논현감리교회 권영규 목사

건강한 교회를 세우는 일은 어느 한 교회만의 과제가 아닙니다. 지역사회의 교회들이 함께 연합하고, 큰 교회나 작은 교회나 함께 어깨동무하며 지역사회를 섬겨야 하겠습니다.

인천 논현동에는 교단과 교파를 가리지 않은 '논현지역목회자모임'이 있습니다. 이 모임을 통해서 건강한 교회를 꿈꾸는 지역의 교회들이 연합하여 간간히 지역사회를 섬기는 일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바라기는 한국의 여러 마을과 지역에까지 이런 모임들이 이어져서 함께 지역사회를 섬기는 한국교회를 세워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부디 베리타스의 독자 여러분들께서도 지금 있는 자리에서 연합하여 지역사회를 섬김으로써, 한국교회를 함께 건강하게 만들어가기를 기대하고 소망합니다.

김진한 편집인 jhkim@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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