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년 WCC 차기 총회 유치국 선정과 관련, WCC 총회 유치 집행위원장 박종화 목사가 한국측 대표들을 진두 지휘하고 있다 ⓒ김태양 기자 |
지난 26일 스위스 제네바 에큐메니컬 센터에서 개회된 WCC 중앙위원회에선 두 가지 중요한 의제를 다뤘다. 4년 동안 WCC 살림을 도맡을 총무 선거와 전 세계 에큐메니컬 지도자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2013년 WCC 차기 총회 유치국의 선정. 이 두 가지 중요한 의제에 모두 이름을 올린 한국은 아쉽게도 전자에선 고배를 마셨다.
총무 선거 직전까지 유력한 후보로 알려졌던 박성원 교수는 예상 밖의 큰 표 차이로 노르웨이 울라프 목사에게 WCC 총무직을 내줬다. 개표 결과는 58대 81. 규모면에서 단 시간에 급성정한 한국교회가 물질적, 인도적, 신학적 자원을 바탕으로 국제무대에 도전했지만 결국 실패한 것.
특히 이번 총무 낙선은 한국교회가 국제적인 무대의 정상에 서려면 유럽교회 대표들로부터 지지를 얻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깨닫게 한 뼈아픈 경험이었다. 박성원 교수는 투표 직전까지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출신의 중앙위원들과 두루 교류하며 표밭을 단단히 다졌다. 그러나 유럽 교회는 여전히 건재했다.
세계 교회 리더십이 21세기 들어 북반구에서 남반구의 아프리카와 아시아로 옮겨지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결집한 유럽교회 대표들은 WCC 리더십이 아프리카(사무엘 코비아 총무·케냐)에서 아시아로 이양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리더십을 유럽(울라프 F. 트비트 총무·노르웨이)으로 되찾아왔다.
당초 ‘총무와 유치국 선정’이란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으려 했던 한국교회는 이로써 한 마리를 놓치게 됐다. 남은 한 마리도 놓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유럽의 높은 장벽 때문.
다행히 29일 치뤄진 차기 총회 유치국 선정 관련, 비밀 투표에선 한국이 ‘15표’를 획득,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다. 그러나 경합지인 시리아(10표)와 표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선정에 대한 섣부른 판단은 아직 이르다.
기권 2표가 시리아에 붙고, 한국측에 던진 표들 중 2표만 돌아서도 2013년 WCC 차기 총회 유치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빠진다. 현재 WCC 한국측 대표들은 WCC 중앙위원 박종화 목사의 진두진휘 아래 31일 오후 결선 투표 직전까지 표심 모으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들은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출신 중앙위원들과 계속적으로 접촉을 하며 표심을 다지고 있다.
그러나 만에 하나 2013년 차기 총회 유치국 선정 마저 물거품이 된다면, 그동안 이를 성사시키기 위해 공을 들였던 총회 유치 관계자들의 명성 뿐만 아니라 차기 총회 유치에 전폭적인 지지를 아끼지 않은 한국교회의 위신 마저 땅에 떨어질 공산이 크다.
앞서 27일 총회 개최지 동영상 프리젠테이션에서는 NCCK 회장 김삼환 목사,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 조용기 목사 등이 출연해 “차기 총회 개최를 희망한다”고 했으며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허남식 부산시장도 출연해 차기 총회 유치의 기대감을 나타냈다. WCC 차기 총회 유치는 한국교회 뿐만 아니라 정계를 비롯해 지역사회까지 주목하고 있는 중요 행사가 된 것.
결선 투표는 31일 오후 2시. WCC 한국측 대표들은 현재 한국교회 그리고 지역사회가 희망하는 ‘2013년 WCC 차기 총회 유치국 선정’을 위해 회의장 곳곳을 누비며 WCC 중앙위원들과 접촉하는 등 동분서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