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획연재- 이장식의 교회 역사 이야기(3)

예수의 사역


본지는 한신대 이장식 명예교수의 교회 역사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이 교수는 얼마 전 본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예수는 평신도였고, 초대교회 예수 운동을 이끈 무리들 역시 평신도들이었다"며 교회사에 큰 기여를 한 무명의 평신도 그리스도인들을 조명했습니다. 앞으로 연재되는 글이 평신도들의 신앙 생활 함에 있어 좋은 길잡이가 되어 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편집자주 



3. 예수의 사역

예수는 갈릴리 지방의 나사렛에서 자라나서 그 지방에서 사역을 시작하였다. 갈릴리 지방은 BC 100년경에 유대 땅에 편입되었기 때문에 그 지방의 이교도들과 유대인들이 섞여 살게 되었는데 유대의 본토민들이 갈릴리 사람들을 혼혈족이라고 멸시하였다. 그리고 AD 6년에 갈릴리 지방이 로마제국의 영토가 된 후에 유대독립운동 단체인 열심당이 여기에서 생겨나 반 로마 독립운동이 자주 일어났고 열심당원들은 평소에 단도를 지니고 다니면서 로마 군인들을 살해하기도 하여 로마 정부로부터 늘 경계를 받는 지방이었다. 그리하여 66년에 일어난 유대전쟁 때 베스파시안 총독의 군대가 갈릴리 지방을 먼저 공격하여 파괴와 살생을 감행했던 것이다.

예수가 갈릴리 지방에서 하나님나라의 도래를 외치면서 사역을 시작한 것은 그의 나이 30세가 조금 넘어서였다. 이때 제사장 사가랴의 아들 요한이 하나님나라가 가까웠다고 먼저 외치면서 사람들이 그 나라에 들어가려면 회개해야 한다고 요단강에서 설교하면서 사람들에게 회개의 표징으로 세례를 주고 있었다. 그런데 요한의 어머니 엘리사벳은 예수의 어머니 성모 마리아와 친족이었으므로 요한은 예수와 이종사촌 간이었을 것이다. 예수보다 먼저 세례요한에게 가서 세례를 받은 것으로 보이는 세베대의 두 아들 야고보와 요한의 어머니도 성모 마리아와 사촌 간이었을 것이므로 야고보와 특히 어린 요한이 후에 예수의 사랑을 받은 제자가 된 것이다.

아무튼 한 제사장의 가문에서 30대의 두 젊은이 세례요한과 예수가 다 같이 하나님나라의 임박한 도래를 외치고 나온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었다. 이 두 사람이 어떻게 동시에 다 같이 하나님나라를 외치고 회개를 촉구하게 된 것인지는 복음서나 그 밖의 어떤 초대의 문서도 말하여주지 않아 알 수 없으나, 세례요한은 자기에게 나아와 세례를 받으려 하던 예수의 머리 위에 성령이 내리는 것을 보고 그가 하나님의 아들로서 하나님나라의 왕이신 것을 확인하고 그의 머리 위에 물을 부었을 때 그것을 죄인들의 죄를 씻는 세례의식이 아니고 하나님나라의 메시아의 머리에 기름을 붓는 대관식으로 생각하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 왕은 새로 전개될 세상의 모든 죄를 대속하기 위하여 하나님이 준비하신 어린 양, 제물이 될 것을 예언한 세례요한은 실로 여자가 낳은 사람 중에 가장 위대한 사람으로서 가장 위대한 역할을 한 사람으로 예수에게서 칭찬을 받을 만하였다. 그리고 그가 이렇게 예수의 사역에 대하여 예언한 것은 이스라엘 역사에서 마지막 메시아 예언이었다. 그는 실로 이스라엘의 마지막 예언자의 사명을 띠고 태어나서 가장 짧은 예언운동을 하다가 예언자의 말로의 공통적인 운명으로 죽었다.

예수는 세례요한을 통하여 자기의 신분과 사명을 확인하여주신 하나님의 나라의 왕으로서 그 나라의 백성 될 사람들을 불러 모아야만 했다. 이제 하나님의 나라의 새 시대를 열어갈 그는 먼저 장차 그 나라의 지도적인 역군이 될 제자 될 사람들을 불러 모아야 했는데 갈릴리 출신인 예수는 유대인의 선민사상을 버리고 신분이나 직업이나 지방의 차이를 구별하지 않고 열두 제자를 뽑았다. 그 중에는 어부도 있었고 목공, 세리, 열심당도 있었고 그리고 성격도 다르고 재주도 다른 사람들이었다.

예수가 이렇게 불러 모은 자기의 대리자나 후계자가 될 제자단의 성격은 잔칫집 비유로서 그가 가르쳐준 하나님나라의 새 공동체의 성격과 일치한다. 잔칫집 주인이 처음에는 초청 대상자들을 골라서 초청했으나 응하지 않거나 오지 못한 사람들을 무시해버리고 거리에서 오고 가는 사람들 누구든지 초청하여 오는 대로 영접하여 잔치를 치른 잔칫집과 같은 것으로 하나님나라의 교회 공동체의 성격을 가르쳤다. 이 잔칫집과 같은 하나님나라의 시민은 “예수의 무리”(people)라고 불렸고 이방인과 유대인들이 섞여 살던 멸시 받던 “갈릴리 사람들”이라고도 불렸다.

예수와 그의 제자들과 신도들은 하나님나라의 전령자가 되어 새 시대의 기쁜 소식을 전하기 시작하였고 간 곳 마다에서 구시대의 낡은 세력들의 저항을 받았는데 그것들은 통틀어 사탄의 세력들이었다. 예수도 사탄들이 서로 싸우다가 망할 것이라고 말하였고 그리고 그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 사탄의 세력이 하늘에서 땅에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고 하였다.

예수가 제자들을 대동하고 고을마다 찾아다니면서 병자를 고쳐주고 귀신을 내쫓고 하나님나라의 임박한 도래와 회개를 촉구하였을 때 예수의 고향 나사렛 사람들이 먼저 그에게 저항하였다. 안식일 날 나사렛 회당에서 예수가 이사야의 예언대로 하나님이 가난한 자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시려고 자기에게 기름을 부으시고 포로 된 자들을 자유케 하시고 눈 먼 자가 다시 보게 하고 눌린 자를 자유롭게 하시고 은혜의 해를 전파하게 하셨다고 설교했을 때 예수를 잘 알던 동네 사람들이 그를 예언자로 인정하려 하지 않고 그를 동네 밖으로 추방하여 돌로 쳐 죽이려고 하였다. 예수는 자기가 옛 예언자들의 예언을 성취하기 위하여 왔다는 것을 선포했으나 그들은 예수의 갑작스러운 변신(變身) 행위를 믿을 수 없었다. 언제나 예언자의 출현은 갑작스러운 것이었고 그리고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었다. 마을의 이웃 사람들의 그 행동은 이해할 수도 있다. 30년 동안 예수는 자기를 숨기고 살았는데 그 30년 간의 생활에 대해서 말해주는 문서가 없다. 예수가 12세 때 처음으로 예루살렘 성전에 부모와 함께 올라가서 유월절 절기를 지켰다는 이야기밖에는 더 알 길이 없다.

예수와 이종관계인 사도 요한이 요한복음서를 쓰면서 예수가 하나님의 아들임을 말하고 그의 공생활의 사역과 수난의 이야기는 자세하게 기록했지만 예수의 청소년 시절의 이야기는 쓰지 않았다. 우리가 추측할 수 있는 것은 예수는 유대 나라의 일반 청소년처럼 회당 예배에 충실하면서 랍비들에게서 구약성경 공부를 했고, 동시에 유대교의 제사종교와 바리새인들과 서기관들의 율법종교와 더불어 그들이 범하는 죄와 악과 과오와 그들의 종교생활의 폐단을 철저하게 파악하였고 동시에 유대민족사회의 임박한 패망의 비운을 통찰하면서 자기의 앞으로의 사역을 조용히 준비하며 때를 기다린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즉 예수는 적시를 기다리면서 자기 정체를 숨기고 앞으로 할 사역을 준비하였다. 그러므로 그가 사역 초기에 제자들에게 자기가 유대인의 메시아임을 숨기라고 엄명한 것도 자기는 유대인들이 기대하는 메시아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예수가 자기의 사역의 성격을 확고하게 정하여가는 과정에서 그가 극복해야만 했던 세 가지 중요한 유혹과 시험 즉 그가 공생활에 들어가기 전에 겪었던 광야 40일 금식기도 동안의 시험이 있었는데, 그는 그것을 사탄의 시험이라 하였다.

첫째 시험은 배고픈 자기의 빵 문제 해결의 문제였는데 이것은 결국 가난하여 굶주리고 있는 백성들의 빵 문제 해결의 문제였다. 사탄은 예수가 기적으로 돌이 떡이 되게 해서라도 빵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하는 말이었다. 사탄은 예수가 하나님의 아들이므로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종용한 것이다. 그러나 예수는 그러한 기적은 하나님이 세우신 자연법칙에 어긋나며 또 그 문제가 급선무가 아니어서 거절하였다. 그러한 마술의 방법은 자기가 앞으로 행할 기적과는 성격이 달랐다.

예수가 가나의 잔칫집에서 물로 포도주가 되게 한 일은 이 시험에서 돌이 떡 되게 하는 것과는 다른 것이었다. 광야에서 보리떡 다섯 덩어리와 물고기 두 마리를 가지고 오천 명을 먹이고도 남았다는 것도 마술이 아니고 이적이었다. 이적은 자연법칙을 초월하는 것이 되지만 자연법칙을 파괴하거나 역행하는 것이 아니다. 아무튼 예수는 자기의 배고픔이나 자기 백성의 배고픈 문제를 마법은 물론이고 이적으로서도 해결하는 것이 시급한 문제가 아니고 하나님의 영원한 말씀에 굶주리고 있는 자기 백성에게 그 말씀을 전하는 일을 급선무로 생각하였다. 그리하여 그는 하나님 아버지의 말씀의 대언자 또는 그 말씀의 화신이 되신 것이다. 즉 그는 하나님나라는 경제 문제가 아무리 시급하더라도 그것이 최우선 문제가 아니고 하나님의 말씀의 기근을 해결하는 일을 최우선으로 본 것이다.

다음으로 광야에서 사탄은 예수에게 전세계를 보여주면서 자기에게 절하면 이 세계의 통치권을 주겠다고 시험하였다. 예수는 헤롯이 로마 황제에게 절하고 유대 나라의 왕이 된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또 유대인들이 다윗의 후손 집안에서 왕 될 사람이 나타나기를 고대하고 있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예수는 사탄이 던진 정치권력의 유혹을 거절하였다. 예수는 세상의 일정한 국토와 일정한 민족을 가진 세상나라가 아니고 하나님이 통치하시는 하나님나라를 세우고 하나님의 통치를 세상에 실현시키고자 하였다.

공관복음서에 ‘하나님 나라’라는 말이 70번이나 나오는데 다 예수가 하신 말이었다. 그는 하나님나라를 잔칫집과 포도원과 곡식밭과 같은 개방되고 자연스러운 나라로 설명하였다. 그리하여 그 나라는 폐쇄되고 고정된 나라가 아니고 자라나고 늘 새로워지고 변화하는 나라여서 가라지와 같은 사람이 있어도 마지막 날까지 변하도록 기다려주고 서로 섬기고 겸손하여서 늘 기쁘고 즐겁고 화평한 공동체로 설명하였다. 그리하여 이 공동체는 하나님을 경배하고 그를 섬기는 것을 최상의 목적으로 할 것이어서 사탄의 유혹을 물리치고 이기셨다. 하나님의 나라에서는 세상나라의 정치권력 문제를 가져와서 이 나라를 어지럽게 하는 것은 사탄의 시험에 걸려드는 일이어서 하나님나라와 가이사의 나라를 혼돈하지 말 것을 가르치셨다.

마지막으로 사탄은 예수를 성전 꼭대기 높은 데 세우고 네가 만일 하나님의 아들이면 거기서 뛰어내려도 하나님이 너를 상하지 않게 보호하실 것이라고 유혹하였다. 이것은 하나님의 신실성을 시험해보라는 유혹이었다. 이스라엘 백성은 하나님의 선민이므로 언제나 하나님이 자기 백성을 도우시고 구원하여주시는 신실한 분으로만 믿고 때때로 사욕에 빠져서 죄를 범하고 계명을 어기고 심지어 이방신을 섬기는 일을 하였다. 이것은 그들이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시험하는 일과 같았다.

예수는 이스라엘 백성이 하나님의 신실성만을 믿고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었으며 아브라함의 자손답지 않고 거짓의 아비의 자식들로 변하여 멸망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하였다. 하나님나라는 신실하신 하나님 아버지를 섬기고 사랑하여 세상 끝날까지 영존하는 나라임을 알고 사탄의 유혹을 물리치신 것이다.

예수는 유대 나라의 지도자들이 서로 싸우는 것을 보시고 사탄들이 서로 싸우면 사탄의 나라가 망하듯이 유대나라도 망할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그때 율법의 해석 문제를 가지고 제사장들과 서기관들이 싸웠고, 부활 문제로 바리새파와 사두개파가 싸웠고, 정치 문제로 헤롯당과 열심당이 서로 싸웠다. 그리고 가난하고 버림받은 가련한 사람들이 온갖 병마와 마귀들로 괴로움을 받고 있어서 그들을 위하여 병마와 귀신들을 내쫓아주는 예수의 이적행위를 보고 바리새인들과 서기관들이 예수에게 싸움을 걸어왔을 때 예수는 그들의 잘못된 율법주의에 대항하였다.

세례요한을 불의하게 죽인 헤롯 안티파스 왕이 한때 예수를 만나보려고 한다는 소문이 있었으나 실은 그가 예수를 죽이려 한 것일지도 모를 일이지만 예수는 아름다운 옷을 입고 궁궐에서 사는 자가 머리 둘 곳도 없이 떠다니는 나를 만나볼 이유가 없다면서 그를 피해갔다.

이상의 여러가지 유혹과 싸움에서는 예수는 꼭 이겨야만 했다. 그리하여 그는 이적도 행하였고 또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거나 귀를 기울이고 있는 열띤 토론과 논쟁에서 바리새인들과 서기관들이 교묘하게 걸고 오는 주장과 이론을 꺾어, 보고 듣는 사람들이 예수가 그의 논적들보다 훨씬 권위가 있는 분으로 알았으며 전에 들어보지 못한 교훈과 진리의 말에 감탄하였다. 특히 ‘자기가 하나님의 아들이며 하나님의 보내심을 받아 왔다’든지, ‘아브라함 이전에 자기가 있었다’든지, ‘아브라함도 자기의 때를 보기를 원했다’는 말을 하였을 때 바리새인들과 서기관들만이 아니라 제사장이나 모든 유대인들이 이해할 수 없어서 그를 유대 종교의 이단자로 낙인 찍었으나 감히 아무도 돌을 들어 예수를 칠 수는 없었다. 예수는 자기의 이러한 주장으로 당연히 유대인의 반대를 살 것을 알고 말한 것인데 사람들은 그의 말과 의도를 이해할 수 없었다. 예수의 종교는 유대교가 아니며, 그가 왕이 될 나라는 유대 나라가 아닌 새 나라, 곧 하나님의 나라였으므로 이 새 종교와 새 나라의 진리를 선포하신 것이었다. 자기가 죽어야 한다든지 죽은 후 3일만에 살아날 것이라는 말을 제자들도 이해하지 못하였는데 이러한 말은 그의 새 종교, 새 나라의 시작을 의미한 것이었다.

예수가 자기의 뜻과 주장을 굽히지 않고 사탄들과 대적자들에게 대항하였을 때 그들은 예수를 어쩌지 못하였다. 그러나 예수는 반대로 자기의 이상인 하나님나라의 실현을 위하여 져줌으로써 이기는 싸움을 싸워야만 했는데 그것은 그가 십자가에 달려 죽는 마지막 한 주간에 있었던 싸움이었다.

첫째 싸움은 자기의 제자의 한 사람인 가룟 유다와의 싸움이었다. 그는 유다가 자기를 돈 받고 원수에게 팔아 넘기려는 음모를 아시고 그에게 뉘우치도록 엄중한 경고를 하였으나 유다는 그 경고를 무시하고 선생을 팔아 넘겼다. 세상에서 제자를 모함하거나 해치는 선생은 없지만 선생을 모함하고 해치려는 제자가 있을 때 선생이 제자에게 져주는 사례가 생긴다. 선생되는 예수가 제자와의 싸움에서 져주었으나 결국은 이기는 싸움이었다.

다음으로 예수는 대제사장 가야바에게 끌려가 결박되어 밤새도록 심문을 받았으나 예수는 평소에 유대인들에게 하던 주장을 그대로 되풀이하면서 굽히지 않았다. 그는 유대 종교 최고권력자와의 싸움에서 죄인으로 취급 받고 져주었다. 자기의 나라가 만일 세상나라였다면 자기의 군사들을 시켜 싸워서 이길 수 있었겠지만 그의 나라는 하나님나라이므로 대제사장에게 져주는 것이라고 빌라도에게 말하였다.

마지막으로 결박된 대로 빌라도에게 넘겨진 예수는 빌라도와의 대화에서 자기 나라는 세상나라가 아니고 진리의 나라이며 그 나라의 왕이라고 말하였다. 그가 말한 진리의 나라는 곧 하나님나라를 의미한 것이었다. 빌라도가 예수에게 죽이거나 살려줄 권세가 자신에게 있다고 말하였을 때 예수는 만일 하나님이 너에게 나를 죽일 권세를 주시지 않았더면 네가 나를 죽일 수 없을 것인데 (나는 너와의 싸움에서 져주기로 마음먹었으므로) 하나님이 허락하여 네가 나를 죽이게 되는 것이라고 말하였다. 이렇게 예수는 대제사장에게서 한쪽 뺨을 맞고 빌라도에게 다른 편 뺨을 돌려 대어준 것이다.

예수가 마지막으로 져준 이러한 싸움은 참으로 비통한 싸움이었는데 이렇게 져주고서 이기는 싸움들은 그가 십자가에서 비참하게 죽고 영광스럽게 살아난 그의 십자가의 죽음의 역설적인 승리의 사건으로 이어진 것이었다. 이것은 그가 외치신 하나님나라의 신비이며 진리였다. 이것은 하나님이 숨겨두셨던 비밀의 계시였다. 예수를 종교범으로 정죄한 유대 나라와 예수를 정치범으로 정죄하여 사형한 로마제국은 그때부터 멸망의 길로 들어가기 시작하였으므로 실은 예수가 그 두 나라를 심판한 것이었다. 이것도 역사적 역설이며 신비였다.

예수의 사역 3년은 극히 짧았고 그를 따른 작은 무리는 모든 면에서 무력하고 허약하여 그가 십자가에 달려 죽은 후 완전히 공포에 떨게 되었다. 그리고 예수가 부활하였지만 그의 제자들과 소수의 무리에게만 나타나 안심시키고 격려한 것은 불과 40일 동안이었고, 그가 승천하여 하늘로 올라가신 것을 쳐다본 그의 가족들과 제자들과 소수의 사람들은 예루살렘의 마가의 다락방 좁은 곳에 숨어서 떨며 기도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예수가 죽음을 깨치고 부활하여 모든 싸움에서 이겼지만 그의 승리가 무엇인지 그들은 알 수 없었고 그가 만들어 땅에 남겨놓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무리들은 뿔뿔이 흩어졌고 제자들 중에도 한 둘은 어디론가 떠나갈 형편이었다. 그러나 남아있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예수가 세상에 남겨둔 제자들이 가졌던 그의 약속의 기억이었다. 그리하여 그들은 예루살렘 성내에 모여 두려움 가운데서 기도하면서 예수가 약속한 성령강림을 기다렸고, 약속대로 오순절에 성령이 강림하여 성령을 받았다. 베드로의 복음설교를 듣고 여러 나라로 흩어져 간 그리스도인 디아스포라들의 전도로 교회가 여러 나라게 서게 되었고 예루살렘에 모교회가 섰다.

예수가 땅 위에 남겨놓은 다른 한 가지는 그의 많은 교훈과 모범이었다. 그리하여 그의 제자들과 가족과 신도들은 그의 교훈과 모범을 기억하여 교회를 형성해갔다. 실은 예수는 자기가 세상을 떠난 후에 시작될 교회에 대하여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많은 교훈과 규범을 주었던 것이다. 그의 많은 비유도 다 교회에 대한 교훈이었다. 첫째 교회는 양의 우리처럼 예수를 믿는 신도들이 모이는 한 공동체인데 이 공동체를 지도할 사람은 선한 목자처럼 양에게 생명의 말씀(꼴)을 먹여야 할 것과, 모든 신도들이 베드로의 영감을 통하여 가르쳐준 대로 예수를 하나님의 아들이며 그리스도(왕)인 것을 고백할 것과, 하나님을 신령과 진리로 예배할 것과, 모세가 받은 옛 계명을 대치할 새 계약과 예수의 희생의 죽음을 어떻게 기념할 것과, 올바른 기도와 구제와 금식 등등의 신앙행위와 함께 신도들이 가질 8가지 심성(팔복)과, 이웃을 사랑하는 길과, 친교와 교제의 자세와, 선교의 사명과 함께 전도의 방법과 지평(땅끝까지)을 제시했고, 교회와 세상나라의 관계 그리고 신도와 세상과의 관계에 대하여도 가르쳤다.

이렇게 예수는 세상에서 사역하실 때 교회의 토대를 닦으셨고, 그 위에 세워질 교회의 설계를 다 작성하여 제자들에게 수시로 가르친 것이 그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어서 그의 설계대로 교회가 형성돼갔다. 그런데 예수는 이 교회가 세상 인간의 결사나 조직이 아니고 인류 역사의 마지막 때가 되어 설립되어서 역사의 종말에 가서 있을 하나님의 최후 심판의 한 모형 혹은 한 예심 판정과 같은 곳이라고 보았다. 그리하여 땅 위의 교회가 풀지 않으면 장차 하늘의 최후 판정에서도 풀리지 않을 것이고 교회가 풀면 하늘에서도 풀릴 것이라고 말하여 땅 위의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의 사역의 권위를 천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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