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 교내 언더우드동상. ⓒ연세대학교 홈페이지 |
지난 14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이하 교회협) 회원교단장들의 명의로 각 교회에 발송된 목회서신에는 연세대가 기독교 건학이념에 따라 세워졌다는 내용과 함께 불법적으로 정관을 개정해 연세대학교를 방우영씨 개인과 조선일보사가 사유화하려고 한다는 내용 그리고 이에 한국교회가 반대하여 연세대학교를 다시 하나님의 품에 되돌리기 위해 기도해 달라는 내용 등을 담았다.
특히 대책위는 연세대 교단 파송 이사 제한과 관련해 무조건적 기득권 유지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밝혔다. 교회협은 "연세대학교 문제는 기독교 건학이념에 따라 세워진 학교이기 때문에 교단 파송 이사가 무조건 있어야 한다는 기독교 이기주의에 의한 주장이 아니다"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정관개정과 관련하여 단 한 번만이라도 이런 중요한 문제에 대해 교단과 협의하거나 논의의 과정을 갖지 않고 일방적으로 개정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앞으로도 한국교회의 권리를 찾는다는 입장에서가 아니라 권력과 자본이 교육현장까지 사유화하려는 것에 대해 감시하고, 막아내기 위해 활동할 것"이라고도 했다.
목회서신의 주요 내용은 연세대 정관개정의 불법성과 방우영 이사장의 연세대 사유화 의혹이 두 축을 이루고 있는데 전자에서 대책위는 "설립자(한국교회)의 자격을 박탈하는 매우 중요한 정관 개정 결의를 하면서도 이사 소집통지 공문에 안건을 고지하지도 않고 이사회를 소집한 후 즉석에서 기타 안건으로 처리하였으며, 정관에 이사 자격을 기독교인으로 한다는 조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독실한 불교 신자로 알려진 인사를 이사로 등재하여 학교 정체성을 흐리게 했다"고 지적했다.
후자에서는 "방우영 이사장 취임 이래 지난 15년 동안 연세대학교 이사회는 이사장의 막강한 권한 아래 운영되어 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고 밝히며 조선일보 사장, 명예회장을 역임하는 등 조선일보에 영향력을 유지해온 방 이사장이 "얼마 전 우리 사회 미디어의 지형을 흔들어 놓을 종합편성채널 진출에 성공한 데 이어, 이제 한국사회의 미래를 담당하는 대표적 사학명문인 연세대학교까지 실질적인 운영권을 차지함으로써 ‘신문-방송-사학’에 걸쳐 거대한 권력 벨트를 달성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다"고 전했다.
이어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기독교적 가치를 지닌 지도자 양성이라는 연세대학교의 설립 이념은 좌초될 위기에 처한 것이며, 굴곡진 우리 현대사에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조선일보사에 우리 미래의 한 축을 탈취당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연세대학교처럼 일부 세력이 한국교회의 자존심을 짓밟고 한국교회의 고유한 권한을 탈취하며, 설립 이념인 기독교 정신을 부정하려는 시도를 결코 용납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앞서 지난 13일에는 연세대학교의 기독교 건학이념 실현의 최전선에 있는 연세대학교 구성원들, 연세대학교 교목 박정세·박명철·한인철·정종훈·이대성 교수 등이 방우영 이사장 앞으로 건의문을 보내기도 했다.
이들 교목들은 건의문에서 지난 10월 추경이사회에서 있었던 연세대 이사회의 결정에 "연세대학교의 기독교적 정체성을 위해할 수 있는 매우 걱정스러운 결정이었다고 사료된다"며 "결과적으로 교단파송이사제도가 사실상 폐기된 것이며, 교계 인사의 수가 대폭 축소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단파송이사제도가 연세대의 기독교적 정체성을 자동적으로 보장해 준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이들 교목들은 "그렇지만 대학의 운영에 대해 이사회가 행사하는 영향력을 고려할 때, 교계인사의 대폭 축소는 연세대의 기독교적 정체성이 훼손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으로 우려된다"고 전했다.
이어 "교단파송이사제도는 역사적으로 볼 때 연세대의 설립에 기여한 세계교회와 한국교회의 연합정신이 반영된 것으로서 연세대의 기독교 정신을 보장케 하는 안전장치 역할을 해왔다"면서 "그러나 이사회는 연세대의 정체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을 연세 구성원들과 학교 유관기관의 의견청취와 공론화 그리고 합의의 과정 없이 처리했다고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교단파송이사제도와 관련해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는 연세대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 "교단파송이사제도가 그 본래의 뜻을 충분히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도 공감을 표한다"며 "이 점에서 대한예수교장로회, 기독교대한감리회, 한국기독교장로회, 대한성공회는 연세대학교의 이사파송과 관련하여, 새롭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