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31일 일본인 기자 고토 겐지 씨가 IS 전투원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있다. ⓒ출처=YouTube 화면 캡쳐 |
일본이 슬픔에 빠졌다. 2월1일(일) 이슬람 수니파 원리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 국가(IS)가 억류하고 있던 일본인 인질 고토 겐지(後藤健二)를 참수했다고 CNN, AP통신 등 주요외신이 전하면서다. 그의 참수 소식이 알려지자 그의 어머니인 이시도 준코 씨는 “어머니로서 그저 깊은 슬픔의 눈물만 흘릴 수밖에 없다”는 심경을 토로했다.
고토 겐지 씨는 지난 1월20일(화) 또 다른 일본인 인질 유카와 하루나 씨와 함께 IS에 억류됐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IS는 2억 달러의 몸값을 요구하다 유카와 씨를 먼저 살해했다. 이어 고토 씨 석방 조건으로 일본 정부에 IS 여성 테러리스트 사지다 알리샤위와 맞교환을 내세웠다. IS는 일본 정부와의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고토 씨를 살해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CNN은 IS의 언론 기구인 알 푸르칸이 1월31일(토) 고토 씨의 참수 장면으로 보이는 67초 분량의 동영상을 올렸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에게 보내는 메시지’라는 타이틀이 붙은 동영상엔 복면을 쓰고 영국식 억양을 구사하는 남자가 칼을 들고 서 있으며 고토 씨는 옆에서 무릎을 꿇고 앉아 있다. 복면을 쓴 남자는 아베 총리를 겨냥해 “이길 수 없는 전쟁에 참가하기로 한 무모한 결정 때문에 이 칼은 고토뿐만 아니라 일본인 발견되는 곳 어디에서든 대량 학살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일본의 악몽은 시작됐다”고 외쳤다. 로이터 통신, CNN 등 주요 외신들은 진위 여부가 확실하지 않지만, IS가 이전에 공개한 참수 영상과 유사하다고 전했다.
고토 씨는 1967년 미야기 현 센다이 출생으로 프리랜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했다. 그는 아프가니스탄, 르완다, 시에라리온 등 중동-아프리카의 분쟁 지역을 주로 취재하며 어려움에 처한 평범한 시민들의 삶에 주목해왔다. 이 같은 활동은 그의 기독교 신앙에서 비롯됐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고토 겐지, 평화를 위해 헌신한 기독교인 저널리스트
▲생전 분쟁지역을 취재하던 기독교인 저널리스트 고토 겐지 씨 ⓒ출처=교도 통신 |
그는 1997년 기독교에 입문해 일본 최대 개신교 교회인 일본 그리스도 연합교회(UCCJ)에 출석해 왔다. 그가 출석했던 초푸 UCCJ 교회 타무라 히로시 목사는 지난 1월21일(수) 일본 영자지 제팬 타임스에 “그는 강력한 신념을 지닌 헌신적인 언론인”이라면서 “그는 정의감이 강했다. 그리고 늘 약한 사람들, 특히 어린이들의 목소리에 예민하게 반응했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IS의 일본인 인질 참수에 대해 “절대 용서치 않을 것”이라며 강경 입장을 천명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 역시 일본과의 유대를 표시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우리는 오늘 아베 일본 총리와 일본 국민들과 함께 IS의 야만적인 행위를 규탄한다. 또한 중동 및 전세계의 평화와 번영 증진에 앞장서고 있는 일본의 노력을 환영한다”며 일본 정부에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일본 기독교계는 일본 정부의 움직임을 우려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일본 기독교계가 아베 총리의 주요 의제인 집단 자위권 및 평화헌법 개정에 반대 입장을 고수해왔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후지와라 아쓰요시 일본 세이카쿠닌(聖學院) 대학 신학과 교수는 “일본 기독교인들은 아베 정권의 군국주의, 국가주의에 강력히 반대하는 입장”이라면서 “고토 겐지는 화평(peace making)을 위해 중요한 일을 해왔다. 기독교인들은 그래야 한다. 아베 정권에 지혜로운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