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국가(IS)는 석유밀매로 막대한 자금을 조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CNN은 이들이 석유밀매를 통해 이라크와 시리아로부터 각각 매일 120만 달러와 200만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제공=CNN 화면 갈무리 |
이슬람 수니파 원리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의 잔혹행위가 국제사회의 공분을 사고 있다. IS는 지난 2월1일(일) 일본인 저널리스트 고토 겐지(後藤健二)를 참수하는 영상을 올린데 이어 3일(화)엔 요르단 공군 조종사 알카사스베 중위를 산 채로 불태우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트위터에 올렸다.
IS는 이슬람 개종을 거부하는 이교도들에 대해 고문과 살해를 자행한 것으로 악명 높았다. 그런데 이번에 드러난 IS의 잔혹성은 알려진 수준보다 훨씬 심각했다. 이와 관련, 미국 AP통신은 4일(수) 알카사스베 중위가 이미 1월에 처형됐다고 요르단 국영 TV를 인용해 보도했다. 결국 IS는 이미 숨진 사람을 내세워 요르단 정부와 인질협상을 벌인 셈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IS는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하고 나섰다.
미국의 온라인 신문인 <허핑턴포스트>지는 5일(목) “IS가 요르단 공군 조종사를 산채로 불태워 죽인 직후 트위터를 통해 이를 정당화하는 파트와(이슬람 율법 해석)를 제정해 배포했다. 문답 형식으로 발행된 이 문서엔 ‘신앙심이 없는 자를 산채로 태워 죽이는 건 허용된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전했다.
IS의 기원은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IS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 당시 알 카에다에 협력했던, 이라크 내 알 카에다 조직이었다. 두 조직은 유사점이 많다. 알 카에다가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계기로 탄생했다면, IS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 및 시리아 내전으로 세를 불렸다. 또 알 카에다와 IS는 ‘칼리프’(Caliphate)라는 ‘범 아랍 이슬람 신정주의 국가 건설’이라는 일치된 목표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알 카에다가 미국이나 서방을 주요 공격대상으로 삼는 반면, IS는 같은 시아파·수니파 등 종파를 막론해 ‘충분히 극단적이지 않은’ 무슬림에 대해서도 테러를 가했다. 이 같은 경향은 미국을 등에 업고 집권한 누리 알 말리키 정부에 대한 불만으로 풀이된다. 즉 시아파인 누리 알 말리키 총리는 시아파 편향 정책을 펼쳤고, IS는 이에 대한 반발로 급진적인 노선을 채택했다는 의미다.
IS, 사실상 정부 행세
▲이슬람국가에 의해 산 채로 화형 당한 요르단 전투기 조종사 알카사스베 중위. ⓒ사진제공=CNN 화면 갈무리 |
IS가 알 카에다와 구분되는 결정적인 대목은 군사적 장악력이다. IS는 이라크 북부와 시리아 동부에 대해 군사적 통제를 확립해 놓은 상태다. CNN 등 주요 외신들은 IS는 점령지역 주민들에게 세금을 징수하며 사실상의 정부 행세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정부가 쉽사리 IS에 대한 군사적 대응을 취하지 못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존 매케인 공화당 의원은 지상군 파병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에 대한 찬성의견도 상당하다. 그러나 오바마 미 대통령은 지난 2011년 철군한 이라크에 또 다시 지상군 병력을 파병하는 데 부담을 느끼는 입장이다.
한편, IS는 트위터, 페이스북, 유투브 등 각종 SNS를 통해 선전전을 벌이며 지원자들을 충원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테러전문가들은 IS를 ‘21세기형 테러 조직’이라고 일컫는다. 이들이 강력한 군사적 통제권과 함께 소셜 미디어를 통한 선전전을 벌일 수 있는 원동력은 바로 돈이다.
알 카에다와 달리 IS는 스스로 운영자금을 조달할 능력을 갖춰 놓고 있다. 우선 점령지역 주민들에 세금을 부과하는 한편, 예멘,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지원금을 받는다. 그러나 IS의 주 자금원은 석유다. 이와 관련, CNN은 “IS가 사담 후세인 시절 구축했던 석유 밀매망을 통해 수십억 달러의 자금을 조달한다”고 했다. 이렇게 매일 벌어들이는 돈은 이라크로부터 매일 120만 달러, 시리아로부터 매일 200만 달러에 이른다. 미국 등 국제사회는 IS의 자금줄을 끊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석유 밀매망이 점조직 형태로 이뤄져 있는데다 IS가 밀매망을 확장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IS가 시리아 북부 국경을 따라 수백 개의 암시장을 구축해 놓고 시리아 국내로 원유를 밀수출해왔으며, 현재는 이란, 터키, 아프가니스탄, 아르메니아 등으로 판매망을 넓히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IS의 선전전에 미국이나 유럽의 젊은이들이 현혹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오바마 저격수’로 알려진 앤드류 브레이트바트가 설립한 매체인 <브레이브바트>는 지난 1월28일(수) “서구 문화권에서 태어나 자라난 전사들이 IS에 가담하는 현상은 반드시 주목해야 한다. 이들은 문명 대신 야만을 택하고 있기에 이 같은 현상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 1월 발생한 프랑스 시사주간지 『샤를리 엡도』 총격사건의 주범들도 프랑스에서 나고 자란 알제리계 청년들이었다. 이들이 극단적인 행동을 취한 데에는 경기침체에 따른 사회적 차별과 여기서 비롯되는 불만이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IS의 극단적 행동은 분명 반인도주의적인 범죄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IS의 탄생과 성장, IS가 추구하는 과격노선은 중동정세의 불안에 따른 부산물임은 부인할 수 없다. 그리고 중동정세 불안의 근본 원인은 미국의 석유 자원 선점전략이었다. 여기에 미국과 서방, 특히 유럽에서 고개를 들고 있는 반이슬람주의는 사회적 차별에 시달리는 이슬람계 이민자 2세, 3세로 하여금 IS 선전전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게 몰아가는 실정이다. 저간의 상황을 종합해 볼 때, IS의 잔혹행위를 막을 뚜렷한 방법이 아직은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