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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웅의 통일이여](5) 손양원 목사의 삶이 통일에 주는 시사점

▲정지웅 ACT대 교수 ⓒ베리타스 DB
우리는 손양원 목사의 삶을 통해, 오늘날 여전히 전쟁 트라우마와 색깔논쟁으로 갈등하는 한반도 문제해결을 위한 하나의 새로운 모델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두말할 필요 없이 손 목사의 용서를 넘어서는, 죽음보다 강한 사랑이다. 
무엇보다 손 목사가 아들을 죽인 안재선을 양자로 들여 살린 것은 인간은 할 수 없는, 오직 십자가 보혈로만 가능한 최상의 사랑의 경지이다. 사랑은 인간을 신에 가깝게 이끌어 간다. 이념을 허구로 만들어버리는, 모두를 통합한 진정한 성자의 모습을 보여 준다. 용서만 가지고는 진정한 해결이 없다고 한 그의 말은, 용서에도 인색한 우리 필부들의 옹졸함을 헤집는다. 용서를 뛰어넘는 사랑만이 진정한 갈등 해결책이며 통합방안임을 그는 실천을 통해 보여 준다. 우리 기독인들은 남남갈등, 남북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과연 이러한 사랑의 마음을 주변 사람들과 북녘 동포들에게 얼마나 베풀고 있는가?  
오늘 손 목사의 삶을 통해 우리는 무슨 교훈을 얻을 것인가? 신앙의 멘토로, 사랑의 화신으로, 순교자로만 그를 다룰 것인가? 아니면 이 시대 한국 기독교의 회생과 남남, 남북통합의 자양분으로 그를 삼을 것인가? 당연히 후자로 삼아야 하는 것이 순교와 사랑에 빚진 우리 신앙 후배들의 몫이 아니겠는가? 이 땅의 기독인은 먼저 사랑의 모범이 되어야 하고, 보다 낮아져야 한다. 한국 교회의 목회자들, 신앙인들이 그렇게 살려고 노력한다면 얼마든지 한국 사회에 신선한 생명의 물을 공급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 땅의 기독인은 약자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잃어버리면 안 된다. 피난선에서 내려 탈출을 거부하고 나환자를 끝까지 돌보다 순교한 손 목사의 삶이 바로 그 본보기이다. 오늘날 주목받는 대형 교회 목회자들이 손 목사의 삶을 조금이라도 따라 간다면, 생활수준을 조금만 더 낮추고, 약자와 소외된 자들과 함께 한다면, 머지않아, 한국 기독교의 이미지는 좋아질 것이다 그리고 이는 선교하기에 좋은 환경으로 이어질 것이다. 순수하고 훌륭한 목사님들이 수없이 많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한국 기독교는 ‘개독교’로 욕먹고, 세상 사람들은 목사를 ‘먹사’라고 부른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는가? 한국 기독교는 손 목사의 삶을 표본으로 삼고 총체적인 반성과 회생을 시도해야 한다.  
신도들도 정신 차려야 한다. 세상이 목사에게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돌아볼 줄 모르는 목사, 세상보다 못한 도덕적 잣대를 가진 목사, 역사의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목사, 공동체와 호흡할 줄 모르는 목사, 알량한 교권다툼으로 서로 싸우고, 비리를 저질러 세상의 비웃음을 사는 목사, 양떼는 저버리고 일신의 안위만을 추구하는 목사들을 떠받들어서는 안 된다. 어처구니없게도 세상의 각종 비리에 장로들이 연루되어 언론지상에 오르내린다. 심지어 교회를 돈세탁의 장소로까지 삼는 일이 벌어졌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되었나? 세상 사람들이 교회와 교인에 대해 욕하고도 남는 일 아닌가? 한국 기독교는 세상의 평화운동에 나서기 전에 먼저 기독교 내부의 자정운동, 양보운동, 공의운동부터 해야 할 판이다.   
우리는 방한한 교황에 대해 국민들이 열광한 이유를 모두 알고 있다. 교황 방한 이후에 교회들은 좀 더 낮은 곳으로 임하는 자세를 통해 진정한 교회의 본 모습을 찾기 위해 얼마나 다시 노력하고 있는가? 그러한 흐름을 만들어내지 않고서는, 약자와 소외된 자, 힘든 자들을 위해 진정으로 낮아지는 교회를 만들어내지 않고서는, 한국 교회의 부흥은 없다.   
한편,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랑뿐만 아니라 공의가 필요하다. 공의가 없을 때 사회는 불만으로 가득 차게 된다. 한국 교회는 사회의 공의를 실현하는데 얼마나 공헌하였나? 세상의 불평등과 모순해결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나? 기독인 기업이나 기독 병원들, 기독 정치인은 얼마나 세상의 본이 되었나? 한국 기독교가 사회와 역사를 선도하기는커녕 뒤쳐져서 세상의 비웃음을 사는 일은 없는가? 현재 한국교회는 얼마나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가? 손 목사는 불의와 전혀 타협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사랑의 원자폭탄이었다. 우리는 공의로 진리는 바로 세우되, 또한 사랑으로 갈등을 녹여야 됨을 손 목사의 삶으로부터 배워야 한다.
그리고 오늘날 한국 교회는 자기반성을 어느 정도 하고 있는가? 독일교회는 나치에게 협력하지 않은 소수 교회들의 요구에 따라 함께 반성함으로써 통합을 이루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신사참배를 당연시한 자들이 오히려 반성하지 않고, 교회의 주류가 됨으로써 분열을 만들어내고 말았다. 진보는 자기반성으로부터 나온다. 침잠해 있던 친일세력의 후손들이 이상한 논리를 펴면서 발호하는 요즈음, 한국 기독인들이 역사의식 없이 멋모르고 이들에 동조하는 일은 없는가? 기독인들이 낮아져야 할 뿐만 아니라 제대로 된 역사의식을 가져야만 비로소 사회의 빛과 소금 역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북한에 대한 우리의 태도도 돌아보자. 예수의 “네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씀은 인간 사회에 있는 모든 적대적 관계를 불식시킬 것을 지시한 것이다. 그런데 북한에 대해서 우리 기독인은 이러한 가르침을 진정으로 따르려고 하는가? 원수사랑은 고사하고 북한과의 한판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분들은 “독재체제 유지에 정신이 없고, 약속을 밥 먹듯이 어기고, 인권탄압이 심각한 북한정부와 무슨 대화를 하는가?”라는 반론을 편다.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그래도 북한 주민들은 사랑해야 하고, 북한 정부는 제대로 된 길을 가도록 기도해야 한다. 북한정부 사랑까지 어렵다면 북한정부는 원래 그렇다고 생각하고 관계를 시작하는 아량이 필요하다. 아량까지 어렵다면 북한정부에 대해서는 애초에 진정성을 기대하지 말고 관리하는 전략을 세우는 현실감각이 필요하다. 장기적 관점으로 볼 때 북한과의 교류를 통한 통일로의 출발 속에 핵문제 해결을 포함한 모든 문제의 답이 있다. 
필자는 북한과의 통일에 관하여, 한국 기독교 내에서 통합까지는 아니더라도 협력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하나님이 통일을 허락하시지 않을 것 같다는 비합리적인 생각을 한다. 우리 기독인은 북한과의 통일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사랑의 정신을 바탕에 깔고 합의를 모아가야 한다. 이를 위해 한국 기독인은 내부적으로는 공의운동을 펼치고, 북한에 대해서는 적대적 관계 해소운동을 펼치며, 국제적으로는 평화운동을 펼쳐야 한다. 또한 통일문제에 있어서 성경에 바탕을 둔 사랑과 공의에 근거하여 한 목소리를 냄으로써 남남, 남북갈등해소에 선봉장이 되어야 한다. 손양원 목사의 정신으로 이를 행한다면 그 어려운 문제는 언젠가는 풀릴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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