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고] 가증한 목사 이야기

강호숙 박사(총신대학교)

[편집자 주] 전병욱 전 삼일교회 담임목사가 언론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5년 넘게 제기된 성추행 의혹을 부인하는가 하면, 전별금 수수도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이에 대해 여성신학자인 총신대 강호숙 박사는 전 목사가 하나님의 말씀을 자기방어에 이용했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또 예장합동 교단을 향해서도 직격탄을 날렸다. 아래는 강 박사가 본지에 보내온 기고문 전문이다.  

▲15일(일) MBC 시사고발프로그램 <시사매거진2580>에 전병욱 전 목사의 전별금 논란이 보도된 가운데, 홍대새교회 쪽 성도들이 취재에 거칠게 반응하고 있다. ⓒ사진출처= MBC 시사매거진2580 화면 갈무리

11월15일(일) MBC <시사매거진 2580>에서 ‘목사의 전별금’ 문제를 다루는 가운데, 전병욱 전 삼일교회 목사가 방송에 등장했다.  
합동교단에서 40여년을 신앙생활하는 가운데 교회여성의 지위와 역할, 그리고 성윤리에 관심을 갖고 박사학위를 취득한 본인 입장에선 전별금보다는 홍대새교회 관계자의 행동과 전 목사의 인터뷰에 눈길이 쏠렸다. 
이 관계자는 이 모 씨가 ‘성추행한 목사를 면직하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하자 즉각 피켓을 빼앗아 찢어 버렸다. 그리고 mbc기자에게는 “나중에 얼마나 천벌을 받으려고 그래요?”라고 내뱉었다.   
바른 징계를 요구하는 교회여성을 ‘죄인’으로 몰아가며, 목사의 윤리적 책임요구를 일언지하에 힘과 저주로써 묵살해버리는 행동이었다. ‘천벌’? 글쎄, 천벌은 누가 받을지 자명한 것 같아 보이는데 말이다. 
또한 전 목사의 말에서 가증한 목사의 말로를 목도한다. 기자가 성추행 문제를 거론하면서 “부끄러움이나 잘못한 게 없다는 건가요?”라고 묻자, 그는 “성추행 문제가 과장됐다. 하나님 앞에서 부끄러움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라고 당당하게 대답했다. 
어이가 없는 건, 성추행자 범죄를 물을 때 되려 “너희는 얼마나 깨끗해?”라고 반문한 대목이다. 죄인에겐 그런 권리가 없지 않은가? 요약하면 “의인은 없나니 하나도 없다”(롬 3:10)는 하나님 말씀을 범죄한 목사가 자기방어로 도용한, 교만하고 악한 모습이다.   
법정에 선 죄인이 판사 앞에서 “너는 얼마나 깨끗한데?”라고 묻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이래서야 법과 정의, 윤리가 제대로 서겠는가! 하물며 ‘성직자’라는 자가 교회여성들을 함부로 성추행하고선, 하나님 자리에 앉아 심판자가 되어 호령하는 우스꽝스런 작태는 구토를 유발할 정도다.  
예장합동, 성적 사각지대로 전락할 것 
나는 전 목사가 진정으로 회개했다면, 이런 반문은 절대 할 수 없다고 본다. 그는 하나님을 두려워하지 않는 가증스런 목사일 뿐이다. 종교인이기 전에 인간이 되기조차 포기한 파렴치한이다. 세상 사람들이 그의 말에서 기독교를 윤리가 파탄난 종교로 인식하게 될까 심히 염려스럽다. 아니 이미 그렇게 보고 있는 것 같다. ‘개독교’란 말이 이를 증명하니까.  
성추행 가해자인 목사가 이리도 당당하다면 남성목사가 힘을 갖는 합동교단의 구조와 조직으로 볼 때, 성추행 당한 교회여성들은 오히려 ‘죄인’으로 몰릴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자신을 성추행한 목사로부터 축도를 받을 수밖에 없으며, 성희롱·성차별적, 심지어 성폭력적 설교를 들어도 ‘아멘’ 할 수밖에 없는 남성교단에서 보호받지 못하며 목사의 성적 노리개가 될 확률은 점점 높아질 것이다. 
합동교단의 여성들은 목사에게 성추행, 성희롱, 성폭력을 그냥 믿음으로 극복해야 한단 말인가? 성추행 가해자인 전 목사가 기세등등한 것은 왜일까? 평양노회와 합동교단 내 정치목사들의 엄호와 신학교수들의 암묵적 동조가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합동교단은 성경의 진리와 준수보다는 남성적 권력과 돈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교회 메카니즘(church mechanism)’으로만 기능하여 급속히 성적 사각지대로 전락해버릴 것이다.
누가 한 말인지 모르겠으나, 전 목사에게 이 말을 해주고 싶다.
“기독교인(기독교 성자)은 죄를 안 짓는 게 아니라, 죄의 깊이를 아는 것이다.”
주님은 행음하는 니골라당의 교훈을 지키는 자들에게 이렇게 책망하셨다.
“회개하라 그리하지 아니하면 내가 네게 속히 임하여 내 입의 검으로 그들과 싸우리라”(계 2:12-17)    
나라 안팎에서 몰아치는 거센 폭풍의 물결 속에 살려달라는 ‘아우성’이 극도에 다다른 이때에, 덩치만 컸지 ‘탈출하라’는 외침이나 구명보트 하나도 제대로 던지지 못하는 부패한 교단과 교회로 침몰해 버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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