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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여성 대통령에게는 아부를, 여성 목회자에게는 수모를

서광선(이화여대 명예교수·본지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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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청와대)
▲제46회 국가조찬기도회의 설교자 김삼환 목사(명성교회, 왼쪽 첫 번째)와 박근혜 대통령(왼쪽 두 번째)이 나란히 앉아 기도하고 있다. 위 사진은 해당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습니다.

지난해 12월28일 일본 군대 한국 여성 성노예(위안부) 해결을 위한 한.일 간의 부적절하고 불법적인 합의 이후, 한국과 일본, 그리고 미국과 독일 그리고 유엔에서까지 비판과 항의가 빗발치고 있는 가운데, 서울에서는 3월3일 대통령을 위한 국가조찬기도회가 있었다. 1968년, 이른바 보수 복음주의 계통의 목회자들이 중심이 되어 시작한 조찬기도회는 예년과 다름없이 성황을 이루었다. 조찬기도회에서 설교를 한 소강석 목사는 국가의 안보를 위해서 수고하시는 대통령을 격려하며 위로하고 찬양하였다. 그런대로 잘 나가다가 결국 박근혜 대통령 개인에 대한 "아부성"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3월8일자 <베리타스>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소 목사는 "세계의 몇몇 유명 여성정치인들 있쟎아요? (박근혜 대통령)은 완전 차별화 되셨어요. 그들은 다 나름대로 성공한 정치인이지만, 그러나 대부분은 육중한 몸매를 자랑하고 튼튼한 거구를 자랑하는 분들이지 않습니까? 그러나 우리 대통령께서는 여성으로서의 미와 그리고 모성애적인 따뜻한 미소까지 갖고 계십니다...."라고 말했다. 만장에 우렁찬 박수가 터져 나왔다고 한다. 이 말은 여성비하적 발언인 동시에 잘못하면 "성 희롱"에 해당하는 발언이다. 교회의 목사라는 사람이 여성들의 신체적 외모를 가지고 이렇게든 저렇게든, 좋게든 나쁘게든 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그리고 우리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몇 년 동안에 보여 준 모습을 기억하면, 소 목사가 보는 우리 여성 대통령의 모습과 우리가 보는 모습은 전혀 다르지 않은가? 진도 앞바다에 빠져 죽어 간 300여 명의 어린 학생들의 죽음 앞에서 오열하는 엄마들 앞에서 "모성애적인 따뜻한 미소"와 눈물을 우리는 보지 못했다. 국회가 테러 방지법을 통과시키지 않고 야당의원들이 필리버스터 연설을 열 몇 시간씩 하고 있을 때, 책상을 열 번 이상 치면서 화를 내고 있던 우리 여성 대통령의 모습을 우리는 기억한다.

일간지들도 소 목사가 여성의 신체를 가지고 세계 여성 정치인들을 비하한 발언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소 목사는 세계 여성정치인들 중 누구를 생각했던 것일까 싶다. 지금 독일의 메르켈 총리를 생각한 것일까? 아니면 옛날 영국의 대쳐 총리를 생각한 것일까? 최근 대만 젊은이들의 절대적인 지지로 대통령에 취임한 여성 대통령을 생각한 것일까? 미얀마의 민주주의 지도자 수지 여사를 생각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여성의 외모와 훌륭한 민주적인 정치 지도자와 무슨 관계가 있는가? 예수님도 인간을 외모로 판단하지 말라고 하시지 않았던가?

그런데 기독교의 신앙을 보수하고 지킨다는 이른바 "보수파" 목사들은 한편으로는 여성의 모성애와 미모를 찬양하면서 권력자에게 공개적으로 아부하는가 하면,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들과 가장 가까운 동료 여교역자들을 탄압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2월25일, 27일자 <베리타스> 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한국 개신교의 최대 교단이라고 하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측 총회신학대학교에서 그 학교 여성 동문회가 모여 2015년 12월14일 송년예배를 드리는 자리에서 한 여성 교수가 그 교단에서의 여성 안수를 위해 드린 간절한 기도 때문에 이번 봄 학기에 강의를 배당 받지 못하고, 여성신학에 관한 강의도 폐강조치 되었다고 한다.

그 송년회 예배에는 이 대학교의 총장인 김영우 목사가 설교자로 초청되어 있었는데, 이 자리에서 기도한 여성 목회자는 다음과 같이 간절히 기도했다고 한다.

"... 하나님, 저희 여 동문 회원들은 교회에서 혹은 각자의 사역지에서 매우 힘들고 어려운 사역들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평등과 자유와 사랑이 넘쳐야 할 교회와 교단에서 오히려 차별과 고통을 당하고 있는 우리 여사역자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주님께서 주신 사명이기에 오늘도 눈물을 삼키며 하나님 앞에서 묵묵히 충성스럽게 사역하는 주님의 여종들을 위로하여 주옵시고 예수님의 십자가의 길을 따라가는 그들을 축복하여 주옵소서....

"... 교인과 교회들이 각종 문제들로 사회의 차가운 시선으로 인하여 교회가 힘을 잃어가고 교인들이 교회를 떠나가는 이때에 여성목사들이 드보라 같이 일어나게 하여 주옵소서...

"... 이 시간 간절히 바라오니 속히 이 교단에서도 여성들에게 안수가 이루어지게 하여 주시옵소서...."

총장은 이 기도를 들으시는 하나님을 대신하여 일어서서, 미리 준비한 설교 대신 "여성 목사 안수는 안 된다"고 선언하면서 성서 근본주의 신학을 옹호하고 옛날 로마 식민지의 가부장적 사회에서 사역한 바울의 말, "여자는 교회에서 잠잠하라"(고린도전서 14장34절)는 말 한마디를 가지고 자신의 교단에서의 여성 목사 안수를 반대하고 나섰다. 그리고 그 기도를 드린 교수의 강의는 물론 이 대학에서 개설해 오던 여성신학에 관한 두 강좌도 폐강조치를 했다.

하나님의 말씀을 글자 그대로 받아들이고 믿고 실천해야 한다고 강변하는 보수교회 목사들은 권력 앞에서는 무릎을 꿇고 아부하는 기도와 설교로 여성을 치켜세우면서 동시에 여성 동역자들의 목사 안수를 절대 거부하고 여성을 차별하고 비하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이들이 과연 기독교가 믿는 성서적인 하나님의 종들인가 하는 의심을 가지게 된다. 대통령 앞에서 여성을 찬양한다면, 동료 여성 목회자들 역시 교회의 동료 지도자로서 존중하고 칭찬하고 격려하면서 주님의 십자가의 길을 동행해야 정말 보수적이고 복음적인 목사들이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마태복음 23장을 다시 한 번 읽어보자.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모세의 자리를 이어 율법을 가르치고 있다. 그러니 그들이 말하는 것은 다 실행하고 지켜라. 그러나 그들의 행실은 본받지 말아라. 그들은 말만 하고 실행하지는 않는다"(마태복음 23:1-3). "이 뱀 같은 자들아, 독사의 족속들아! 너희가 지옥의 형벌을 어떻게 피하랴? 나는 예언자들과 현인들과 학자들을 너희에게 보내겠다. 그러나 너희는 그들을 더러는 죽이고 더러는 십자가에 매달고 또 더러는 회당에서 채찍질하며 이 동네 저 동네로 잡으러 다닐 것이다"(마태복음 23:33-34, 공동번역). 오늘의 한국의 기독교 권력자들은 말씀을 귀담아 듣고 회개해야 할 것이다.

그 한마디 하나님을 향한 눈물의 호소의 기도로 강의실에서 쫓겨난 여성 교수들을 즉시 복직 시키고 교회와 교단이 여성 목사 안수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그래야 그 교단에도 희망이 있고 한국 기독교의 새로운 부흥이 가능할 것이라고 믿는다.

이인기 ihnklee@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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