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데스크시선] 교회 문을 닫다

옥합이 깨져야 향기가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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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베리타스 DB)
▲문 닫힌 인천방주교회 전경

한 여인이 향유를 예수님의 머리에 부었다. 옥합을 깨트릴 때부터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겠지만, 향기가 방안으로 퍼져나갈 때 콧구멍에 자극을 받은 사람들이 태반이었다. 그 장면의 묘사에 따르면 그 향기를 가슴으로 받은 사람이 한 분 계셨다. 그 향기가 1년치 품삯에 해당한다는 사실이 그들의 콧구멍을 찔렀을 때 그들은 콧물을 흘리며 기침을 토해냈던 반면에, 그분은 그 향기에 실린 경모의 정을 가슴으로 받으셨다. 그래서 예수께서는 그분을 따라다녔던 제자들도 예상치 못했던 말씀으로 그 여인의 행동을 치하하셨다. 그 행동이 당신의 죽음을 예언하고 예비한 일이라고 설명하신 것이다. 이 새로운 화두 앞에서 그 분분하던 의견들이 잠잠해졌다.

이 여인처럼 인천의 한 교회(인천방주교회)가 옥합을 깨트렸다. 주일에 교회 문을 닫고 성도들로 하여금 개척교회들로 가서 예배를 드리도록 한 것이다. 이에 대한 일차적인 반응으로 이야기 속의 인물들처럼 한 주일의 헌금이 공기처럼 사라질 것에 대한 우려가 표명됐다. 이어, 비성경적 행위이다, 그 개척교회들 주변의 교회들이 위화감을 느낄 것이다, 과도한 영적 소비행위이다, 담임목사의 영성을 과시하는 행위다... 등등 분분한 의론들이 제기됐다. 모두가 콧구멍에 자극을 받은 뒤 토해낸 말들이다. 향기를 향기로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콧물과 기침으로 반응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옥합이 깨졌으니 향기가 번졌다. 옥합을 깬 것을 놀랍다고 여긴다면 영적 소비행위라는 해석은 과도하다. 아니, 왜곡이다. 1주일의 헌금에 해당하는 옥합을 깬 것은 경모의 정을 실현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 교회의 실제 출석교인이 1700-1800명 정도이니 예상되는 헌금만큼의 값어치가 나가는 옥합을 깬 것이 아닌가?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경모의 정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니 그 옥합을 깬 마음을 가슴으로 받을 일이다. 나의 능력으로는 범접할 수 없는 향기를 맡았으니 고마워할 일이고 함께 경모하는 분에 대한 마음이 표현되는 자리에 있었으니 가슴이 뛸 일이다.

그 여인이 옥합을 깬 것이 예수님의 장례를 준비하여 구원 사역의 첫걸음을 내디딘 것에 해당하듯이 인천방주교회가 주일에 교회 문을 닫은 것이 개척교회를 살리고 하나님의 은혜를 흘려보내는 첫걸음이 되기를 기대해보자. 그것이 하나님에 대한 경모의 정을 함께 가슴으로 공감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 향기를 가슴으로 받아들인 대형교회들이 있다면 성도들로 하여금 다른 향수병을 구입해서 깨트리도록 종용할 것이 아니라 교회가 쥐고 있던 옥합을 깨트리는 일들이 이어졌으면 좋겠다. 옥합을 깨트리는 방식은 여러 가지이겠지만 향기를 번지게 하려면 희생을 결단하고 감수해야 한다.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어야 많은 결실을 맺는 것은 예수께서 가르치신 복음의 원리이다. 이 원리 앞에서는 잠잠할지어다.

이인기 ihnklee@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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