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데스크시선] 누가 기독교계 원로인가?

대통령과 만남 자리 독점하며 기득권 카르텔 형성한 개신교 원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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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1월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기독교계 원로 오찬 간담회에서 기도하고 있는 모습.

언제부턴가 윤석열 대통령의 개신교 인사 회동에 한국교회 대표 기관장들이 아닌 '기독교계 원로'라 불리는 특정 인사들이 초청되고 있다. 극동방송 이사장 김장환 목사, 명성교회 원로 김삼환 목사 등 대형교회 출신 일부 교계 원로들이 얼마 전 용산 대통령실을 방문해 대통령과 오찬 회동을 가졌고 그로부터 2주 후 한남동 관저에서 또 대통령과 회동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특정 인사들이 '기독교계 원로'라는 타이틀을 지렛대로 삼아 국가 최고 권력과의 만남의 자리를 자신들의 전유물로 만드는 등 기득권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는 분위기다. 그렇다면 대통령실은 왜 한국교회를 실질적으로 대표하는 기관장들을 초청하는 대신 이들 특정 원로 그룹과의 회동을 이어가고 있는 것일까? 역대 대통령이 개신교계 인사와의 만남에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등의 기관장들과 회동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전두환 정권과 친분이 두터웠던 김장환 목사를 위시해 이들 대형교회 출신 원로들은 대체로 반공이념, 반동성애, 반이슬람 등의 보수적 가치를 공유하고 있어 윤석열 정부의 국정 방향과 대체로 일치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같은 이념, 같은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 친숙한 이들 개신교 원로들을 초청해 같은 생각을 나눌 수 있다는 이점이 이 같은 회동의 형식을 만들어 낸 것으로 보인다.

이들 개신교 거물급 원로들과의 회동이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부담을 주는 무속 논란을 불식시키는 종교적 보호 장치로 기능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대통령실은 최근 천공이 대통령 관저 물색 과정에서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특정 인사들을 상대로 경찰에 고발하는 등 무속 논란에 있어서 민감한 대응을 보여왔다. 무속 신앙을 배척하는 이들 개신교 원로들과의 회동이 이 같은 무속 논란을 잠재우는데 기여하고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인지 윤석열 대통령을 둘러싼 무속 논란에 강경한 입장을 취했던 진보 개신교 단체장들 그리고 윤 대통령의 무속 논란을 잠재우는데 별 다른 기여를 하지 못한 보수 개신교 단체장들은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계속해서 배제되는 현상이 되풀이 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대통령실의 생리를 이용해 특권을 누리려 하는 이들 원로들이다. 심지어 같은 보수주의 진영의 교회 연합기구에서 조차 이들 원로들의 행보를 우려하며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한국교회연합(회장 송태섭 목사)은 12일 성명을 통해 "언젠가부터 대통령과 회동하는 자리에 초대된 인사들에 대해 '원로'라는 칭호가 붙었다"며 "그런데 지금 이런 신앙적 덕망으로 한국교회를 이끌어오고 있는 지도자와 어른이 과연 누구인가. 고 한경직 목사님 이후 만약 스스로를 원로, 또는 어른인 체하는 이가 있다면 무엇보다 자신과 하나님 앞에 부끄러워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성공을 바란다면 먼저 나서서 이래라 저래라 요구하며 국정의 발목을 잡을 게 아니라 뒤에서 묵묵히 기도로 돕는 게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한국교회 공조직, 심지어 같은 보수주의 진영마저 인정하지 않는 이들 원로들을 가리켜 정말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원로라고 칭할 수 있는 것일까? 누가 그들을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원로로 세웠단 말인가? 원로라는 정체성이 일말이라도 남아있다면 이제라도 그 이름에 걸맞게 권력을 탐하는 모든 자리에서 물러나 무대 앞이 아닌 무대 뒤에 서서 수십년간 교회 강단에서 외친 자기 희생적 결단을 몸소 실천해 보일 때가 아닐까? 큰 교회 원로 목사로 대접 받기를 구하지 않고 청빈의 삶을 끝까지 실천한 한국교회의 영원한 원로 고 한경직 목사처럼 말이다.

김진한 jhkim@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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