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알쓸신학 5] 서구 그리스도교 신학의 터전을 마련한, 아우구스티누스!

종교개혁자들, 현대의 철학과 신학에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그의 사상들

아우구스티누스

 

서방신학은 동방신학보다는 출발이 좀 늦었으나 곧 테르툴리아누스, 키프리아누스, 암브로시우스 등의 교부들이 주축이 되어 착실하게 발전해갔다. 동방교회가 신비주의적 경향 속에서 형이상학적 교리 등에 치중할 때 서방교회는 인간의 죄와 하나님의 은혜 등 보다 실질적 문제들을 다루면서 발전했다. 초대교회의 서방신학은 아우구스티누스에 이르러 절정에 도달한다.

각 교부들이 훌륭하고 각각의 유산이 있는데, 아우구스티누스의 신학적 유산은 가히 독보적이다. 그가 놓은 신학적 기초는 모든 시대에 걸쳐 서구 그리스도교 신학의 터전이 되었다. 중세교회의 교회론은 아우구스티누스가 놓은 교회론에 기초하고 있다. 그리고 흥미롭게도 프로테스탄트의 시초인 종교개혁자들도 아우구스티누스의 신학을 근거로 삼았다.

아우구스티누스의 신학을 오늘날 본다는 것은, 우리에게 당연하고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개념들의 출처를 살펴보는 일과 같다. 익숙한 것들의 생경한 시작점을 포착할 때 일상 가운데서 잃어버렸던 동사성을 회복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는 것 또한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다.

아우구스티누스

 

아우구스티누스의 회심

아우구스티누스(Augustinus, 354-430)은 북아프리카 타가스테(Tagaste)에서 태어났다. 라틴어 능력이 뛰어났고, 한 부자의 후원으로 카르타고에서 유학하였다. 카르타고는 번영한 대도시로 젊은이들에게 유혹 거리가 많았다. 그는 연극을 보는 취미에 빠졌고, 문학청년이 되었고, 한 여자와 동거하면서 18세에 아들을 낳았다.

그러다가 그는 19세에 키케로(Cicero)의 철학 서적을 읽고 그의 문장과 사상의 아름다움에 심취하여 이때부터 공부와 사색을 시작하였다. 그가 감명받았던 키케로의 「호르텐시우스」(Hortensius)는 지금 남아있지 않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카르타고에서 8년간 수사학을 가르쳤고, 30세 때 밀라노의 한 학교로 일터를 옮긴다.

아우구스티누스가 밀라노의 학교에 취직하게 된 것은 원로원 의원인 시마쿠스(Symacus)의 소개로 성사된 것인데, 시마쿠스가 마니교 신자였다. 이 영향으로 어거스틴도 마니교의 신앙을 받아들인다. 마니교 교리는 이원론에 기초하고 있어, 선과 악을 각각의 힘으로 본다. 아우구스티누스는 마니교 이원론 사상에서 세상에 왜 악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풀었다고 한다. 나중에 아우구스티누스가 마니교 사상을 떠날 수 있었던 계기는 천문학이었다. 그는 천체 운행에서 해달별이 충돌하지 않고 보존되는 것을 보고 우주가 단 하나의 원리 즉 곧 단 한 분 신의 지배 아래 있다고 믿게 되었고 이에 이원론적 마니교와 결별하였다.

아우구스티누스의 회심은 점진적으로 일어났다. 친구들과 카시키아쿰 별장에서 철학적 대화 모임을 가진 후 밀라노로 돌아와 회심을 결단하기 전에 「독백론」(Solioquies)에 자신의 심경을 썼다. 그 이후 밀라노 교회의 암브로시우스로부터 구원의 확신이 넘치는 권위 있는 설교를 들은 후 암브로시우스에게 세례를 받았다. 회심 후 그는 철학은 영원한 진리인 로고스가 있는 곳을 '손가락'으로 가리키지만 그리스도교는 로고스가 세상에 왔고 사람들을 진리로 이끌고 간다며, 그리스도교가 확실한 구원의 길이라고 말했다.

아우구스티누스의 회심의 결정적인 계기로 유명한 사건도 있다. 그가 친구들과 집 뒤뜰에 앉아 대화하고 있을 때 담 너머로 들려온 아이들의 노래 내용이 '집어서 읽어라, 집어서 읽어라'였다. 그는 옆에 있던 성경을 집어 무심코 펼쳤을 때 나왔던 로마서 13장 11절("낮에 행동하듯 단정하게 행동하라. 호사한 연회와 술취함, 음행과 방탕, 싸움과 시기에 빠지지 말라...")을 읽고 회개의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그는 세례받은 후 고향 타가스테에 있는 수도원에 들어가 3년간 성서를 연구하며 경건생활을 하였다. 히포의 감독이 노쇠하였을 때 그를 돕다가 감독 사후 신부가 되었고, 396년에 히포 교회의 감독이 되어 목회자로서 여생을 보냈다. 독자적 수도원을 세웠고, 신학교육을 통해 많은 목회자를 길러냈고, 저술에도 몰두하였다.

아우구스티누스

 

아우구스티누스의 저술과 논박

아우구스티누스의 저술들 가운데는 오늘날까지도 널리 읽히고 연구되는 것들이 있다. 그 중 『참회록』(Confessions)은 자신의 어릴 적 일부터 그리스도교로 회심하는 과정을 서술하였는데, "현대의 작품과 같은 느낌을 주며", "영구적인 감동을 준다."

『하나님의 도성』(The City of God)은 그가 14년에 걸쳐 집필한 역작이다. 이 저서의 집필 배경이 있다. 그것은 410년 로마시가 북방 고트족의 침략으로 함락되었을 때 이교도들이 패배의 탓을 그리스도교로 돌리면서 로마가 그리스도교를 국교로 삼은 탓에 옛 로마제국의 신들의 노여움을 샀기 때문이라고 하였는데, 여기에 대한 항변이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로마가 망한 것은 도덕적 부패 때문이었으며, 그것은 하나님의 심판이라고 하였다. 또 낙망하는 그리스도인들에게 로마는 망해도 하나님의 나라는 영존한다고 가르쳤다. 그는 이 책에서 '하나님의 도성'과 '지상의 도성'을 말한다. 하나님의 도성은 하나님이 세우셨고, 하나님을 예배하는 도성이고, 사랑의 도성이다. 지상의 도성은 악마가 세운 나라이고, 미움과 교만의 도성이고, 정의가 없어 하나님의 도성의 정의에 의존해야만 존립할 수 있는 도성이다. 중세교회는 후에 "두 도성을 교회와 국가로 풀이하여 교회가 국가 위에 군림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교리적 주요 저술 가운데는 『삼위일체론』이 있다. 아우구스티누스의 신론은 신플라톤주의적 요소(곧 신비주의적)가 있어 그에게 신이란 "시간 공간을 포함한 일체의 범주의 제약을 초월한 지고의 존재(summa eccentia)"이고, 한편으로 "모든 형상의 통합이나 혹은 그것의 단순(simplicitas)이며, 온갖 아름다움의 원래의 것"이다. 그런데 삼위일체론에서 그는 완전히 서구의 전통에 서 있다. 위격(hypostasis)이나 인격(person, 혹은 품성)의 구별에 있어 신적 통일성 곧 한 분 되심을 강조하였다. 그에게 하나님의 삼위일체는 "세 위격 안에 있는 하나의 동일한 본성"이다. 성령과 성자와 성부의 '관계'가 중요시된다.

아우구스티누스는 펠라기우스주의를 물리치기 위해 13편의 논문을 썼다고 한다. 펠라기우스(Pelagius, 354 ~ 418?)는 인간의 원죄 개념을 부정한다. 그에 따르면 어린이는 태어날 때 죄 없는 상태에 있고, 그리스도 이후에도 죄인이 존재하는 것처럼 그리스도 이전에도 죄 없는 인간이 존재했다. 인간의 자유로운 의지와 도덕적 능력을 강조했다. 죽음도 죄에 대한 벌이 아니라 자연적인 것으로 본다. 아우구스티누스의 '죄론', '은총론' 등은 펠라기우스의 주장에 맞서 전개되었다. 한편 도나투스주의에 반대하는 논문도 3편 썼는데 주로 성례전에 대한 것이었다. 그는 성례전 효과가 집례자에게 달렸다는 도나투스의 주장에 반대하고, 성례전 자체가 효력을 낸다고 하여 사람에게 기대지 않게끔 하였다.

아우구스티누스

 

아우구스티누스의 죄론 및 은총론, 그리고 교회론

아우구스티누스는 플라톤주의와 신플라톤주의가 그리스도교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그들의 사상에는 로고스론이나 삼위일체적인 요소가 있었다. (위의 『삼위일체론』 설명 중에 본 것과 같이) 실제로 아우구스티누스의 신학에는 신플라톤주의적 요소(곧 신비적 요소)들이 발견된다. 그러나 아우구스티누스는 철학과 신학 사이의 중요한 구별을 적시하는데, 그것은 "철학은 로고스가 살(肉)이 되었다는 것을 주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우구스티누스에게 신은 모든 구별을 초월하며, 주관-객관의 구별도 초월한다. 그는 신 관념에서 윤리적·인격적 사유와 결부시켰고, 이것을 결합시키는 것은 사랑이라고 하였다. 신의 사랑은 곧 사랑된다(amor amatur). 신적인 존재 근거는 사랑이고, 사랑에는 주체와 객체의 구별이 없고, 신은 순수본질이며 지복이다. 그러기에 우리가 만약 어떤 사물을 사랑한다면 우리는 그 사물 안에 있는 신적인 존재 근거를 사랑하는 것이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세계가 '무로부터 창조'되었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에게 창조와 보존은 동일한 것이고, "세계는 어떤 순간에도 신으로부터 독립해서 존재하지 않는다." "세계는 매 순간 신의 의지에 의해서 창조되는데, 신의 의지란 사랑이다." "신은 존재를 뒷받침해주는 힘이며 사랑이다."

아우구스티누스의 인간론의 중심에는 죄론이 있다. 죄론은 원죄를 부정하는 펠라기우스와의 논쟁에서 발전되었다. 아우구스티누스에 따르면 인간의 자유는 선을 지향하게 되어 있으나 하나의 위험을 내포하고 있는데, 그것은 신 대신 유한한 사물을 향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은총의 도움'(adiutorium gratiae)라는 것이 있어 언제나 의지를 신에게 향할 수 있게 해준다. 그럼에도 아담은 타락했는데, 그것은 정신의 죄였다. 인간은 "자신의 힘으로 서기를 원했고", "스스로 존재하기를 원했다." 라인홀드 니버는 이를 자만(pride)라고 표현했고 틸리히는 휘브리스(hybris, 자기 높임, self-elevation)이라고 했다. "인간이 최고선에서 돌아선 결과는 최고선의 상실이다." 형벌은 존재론적인 것으로, 신이 존재의 힘일 때 신의 상실은 존재의 힘의 상실이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아담의 죄가 우리에게 유전되어 왔다고 말한다. 우리는 모두 아담의 생식력 안에 있어 잠재적으로 아담 안에 존재하는데, 이로써 우리는 아담의 자유로운 결단에 참여하고, 그 결과 죄인이 되었다. 그는 "모든 인간이 원죄에 의해 '멸망당할 자의 무리'(massa perditionis)에 속해있다"고 말한다. 죄는 인간의 숙명이며, 선을 행하는 개인의 자유는 부정된다.

원죄의 숙명에 처해 있는 인간을 구원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신의 특별한 은총이라고 아우구스티누는 말한다. 인간은 죄성으로 인하여 자신을 최고선으로 끌어올리는 기능을 잃어버렸다. 의지가 죄에 의해 노예화되어 버렸다. 이러한 인간에게 선물로서의 은총(gratia data, 공로 없이 주어지는 은총)이 주어졌다. 그는 은총을 gratia inspirationis 곧 선의지(善意志) 또는 사랑이다. 은총은 일방적으로 주어지는 것이지만, 은총이 주어진다면 "그것은 불가항력의 것(irresistibilis)"이다.

아우구스티누스의 교회론은 키프리아누스의 영향으로 성례전의 객관적 힘을 강조하였다. 카르타고 학파의 키프리아누스는 성례전의 효력의 근거를 집행한 사람에 두지 않고 성례전 자체에 두는 체계를 마련한 바 있다.<④참조> 그런데 도나투스(Donatus, 4세기 초)는 교회의 거룩함을 교역자의 인격인 거룩함에 의존해서 생각하였고, 배교자나 이단자들을 성직자를 교회 대표자로 인정하지 않아서 그들이 베푼 세례나 서품은 효력이 없다고 보았다. 그러나 아우구스티누스는 키프리아누스와 같이 성례전 자체가 효력을 낸다고 하였고, 배교자가 다시 돌아왔을때도 세례를 다시 받을 필요가 없다고 하였다. 그에 따르면 유효한 성례전은 교회 밖에도 있을 수 있다.

단, 구원은 교회 안에서만 있을 수 있다고 아우구스티누스는 보았다. 교회는 직분자의 인격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는 기관이며, 따라서 "교회는, 교회를 대표하는 사람들의 품성에는 의존하지 않는 구원의 계층체제적 기관이 되었"다.

새로운 고대, 현대의 고전

폴 틸리히는 아우구스티누스를 '새로운 고대'의 대표자라고 표현했다. "당시 플라톤에서는 하나의 위대한 전통이 끝나고 있었지만, 아우구스티누스에서는 하나의 새로운 전통이 시작되고 있었"다고 그는 묘사한다. 아우구스티누스의 방대한 신학 체계의 터전 위에 가톨릭교회가 터를 잡았고, 후에 프로테스탄트도 아우구스티누스의 신학에서 영감받았다.

틸리히는 아우구스티누스가 "모든 종교개혁자가 로마교회와의 싸움에서 끌어 썼던 인물"이며, "데카르트와 그의 학파 그리고 스피노자에게 영향을 주"어 그의 영향은 "현대의 철학과 신학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힌다. 아울러 "아우구스티누스로부터 중세의 프란치스코회를 거쳐서 독일 고전철학자들 그리고 오늘의 종교철학에까지 이어지는 사상의 선을 추적해볼 수 있다"고 밝힌다.

 
글 이민애 박사  eleison2023@gmail.com
 

이민애 theworld@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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